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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프: 나는 무죄다’- 불의의 세계, 망가진 사법체계의 억울한 희생양죄짓지 않았으나 죄인이 되어야 했던, 흑인 소년 칼리프의 투쟁과 죽음
장영 | 승인 2020.12.27 13:15

[미디어스=장영] 뉴욕 브롱크스는 가장 가난한 지역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도시라는 뉴욕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지역, 그곳에서 벌어진 16살 소년의 이야기는 미국의 사법체계가 얼마나 엉망인지를 보여준다.

사법체계의 문제와 교도소, 인종차별 등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문제들이 16살 소년 칼리프 사건을 통해 드러났다. 멕시코에서 일하기 위해 그곳을 찾은 형제에 의해서 모든 사건은 시작되었다. 식당에서 일하던 동생이 가방을 빼앗겼다.

흑인 2명에게 가방을 빼앗겨 경찰에 신고했지만, 제대로 된 수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 그날의 트라우마로 힘겨워하던 멕시코 출신의 식당 요리사는 흑인들을 보고 놀라 형에게 연락했고, 그렇게 나온 그 형은 거리에서 본 두 명의 흑인을 범인으로 착각했다.

확실하지 않았지만, 동생에게 연락을 받고 나간 그곳에서 본 그 흑인들이 범인이라 생각한 그로 인해 칼리프는 경찰에 체포되었다. 가방 하나를 훔쳤다는 혐의를 받은 16살 소년은 그저 다음날이면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칼리프: 나는 무죄다’

소년은 친구와 함께 파티에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흑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수사도 하지 않은 채 그 소년은 3,000불의 보석금을 내라는 판결을 받았다. 보석금을 내지 못하면 풀려나지 못한다.

브롱크스에 사는 사람들은 단돈 50만 원의 보석금도 내지 못해 범죄자가 되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3,000불이란 금액을 그들 가족이 낼 수는 없었다. 물론 집을 나간 아버지라면 가능한 일이었지만, 가족 전체를 버린 그가 도와줄 리는 없었다.

16살 소년은 그렇게 악명 높은 라이커스 교도소로 보내졌다. 소년범이지만 뉴욕주에서는 16살이 되면 성인과 같은 처벌을 받게 되어있다. 그렇게 라이커스 교도소 내 청소년들을 모아놓은 곳으로 간 칼리프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칼리프는 억울하게 가장 악명높은 교도소에 갇히게 되었다. 처음 신고가 들어왔을 때 경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범인은 잡혔을 것이다. 그 형이 흑인 두 명을 쫓아간 골목에는 CCTV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경찰은 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칼리프가 체포된 후에도 추가 확인 절차도 없었다. 그저 흑인이기 때문에 범죄자로 확정하고 어린 소년은 악명높은 교도소로 보내졌다. 그런 상황에서도 칼리프는 재판을 받으면 무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 소년의 바람은 3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재판을 열지 않고 미루기만 했다. 그렇게 미뤄진 기간은 집행기간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신고한 이가 멕시코로 간 사실을 알면서도 검사는 칼리프와 가족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뉴욕주의 법을 악용하며 어린아이를 사지로 몰아넣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칼리프: 나는 무죄다’

무죄를 주장하는 그 어린 소년은 800일이 넘는 시간을 독방에 갇혀야 했다. 성인도 독방에 갇히면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무거운 형벌임에도 16살 소년은 대부분의 시간을 독방에 갇혀 지내야 했다. 교도소 내 만연한 폭력과 이를 방조한 교도관이 만든 형벌에 맞선 죄로 칼리프는 독방에 갇혀야 했다.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할 의무가 있는 검사와 판사는 가방을 도둑질했다는 누명을 쓴 소년을 이렇게 방치하고 3년 동안 재판을 미뤘다. 그리곤 선심이라도 쓰듯 형량 거래를 요구하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무죄인, 억울한 희생자들의 10명 중 9명은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 지옥과 같은 곳에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 말이다. 하지만 칼리프는 이 사악한 거래를 거절했고, 3년 넘는 기간 거의 대부분 독방에 갇힌 채 법원을 30여 차례 출두하며 정식 재판을 요구했다.

칼리프 사건은 2013년 6월 공소 기각됐다. 그렇게 찾은 자유이지만, 칼리프에게 세상 밖도 안전한 곳일 수 없었다. 이미 독방에 갇히며 여섯 차례나 극단적 선택을 하며 칼리프의 정신은 만신창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적절한 정신과 치료도 없이 방치된 칼리프는 이 말도 안 되는 사법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변호사와 뉴욕시와 사법기관, 교정기관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식 재판도 받아보지 못한 채 모욕적인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사전 청취를 한다며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칼리프의 유치원 시절 이야기를 언급하고, 그것도 모자라 극단적으로 피폐해져가는 칼리프의 약점을 노리고 공격하며 끝내 죽음으로 내몰았다. 극심한 피해망상으로 인해 그는 자신의 방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칼리프: 나는 무죄다’

칼리프가 떠난 후 그의 어머니가 대신하며 사회에 아들의 죽음을 알리고 사법체계 개혁을 외쳤지만, 심장병으로 힘겨운 투쟁을 하던 어머니마저 사망하고 말았다. 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아버지라는 자는 칼리프가 자신의 아들이라며 시를 상대로 거액을 요구하는 법적 다툼을 벌이고, 칼리프의 어머니가 살던 집을 팔아버렸다.

칼리프를 죽음으로 내몬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담당 검사도 판사도 누구 하나 해당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자가 없었다. 사회적 분노가 극에 달하자 문제의 라이커스 교도소를 폐쇄하는 조처는 했지만, 시장 역시 사과하지 않았다. 그게 현실이다.

칼리프의 죽음 뒤에도 수많은 이들은 억울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BLM 투쟁이 전 세계적으로 일 수밖에 없었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 어린 청소년을 미치게 만들어 죽도록 몰아붙였던 사법체계가 아무런 변화 없이 버티는 상황에서 또 다른 칼리프들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단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법개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영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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