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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조두순을 어떻게 소비하는가[기고] 송현순 미디어피해구조본부 실행위원, 변호사
송현순 미디어피해구조본부 실행위원, 변호사 | 승인 2020.12.24 23:03

[미디어스=송현순 칼럼] 2020년 12월 12일 63세의 나이로 출소한 조두순은 안산 거주지로 귀가했다. 그의 출소를 앞두고 언론은 출소가 임박하였으나 거주지로 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어 결국 피해자 가족이 거주지를 떠나기로 결정한 상황을 전하였고, 이것이 온당하냐는 물음부터, 출소 당일 가만두지 않겠다는 보복의사를 밝힌 사람들까지 망라하여 시민들의 분노를 전하였다. 출소 당일에는 시민과 취재기자, 유투버까지 몰려들어 경찰이 이를 제지하며 대치하여야 하였고, 급기야 “조두순보다 유투버가 무섭다”는 언론 기사가 등장하기까지 하였다. 실제 인근 주민이 유투버를 콕 집어 지목하였는지, 취재경쟁을 벌이는 기자들까지 포함한 군중을 지목하였는지, 이 모든 상황 자체를 피해라고 이야기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조두순 집 앞 개인방송 경쟁 Ⓒ연합뉴스

출소와 귀가가 끝난 뒤에도 기사는 이어진다. 사흘 뒤인 12. 15.까지 두문불출하는 조씨 부부 대신 <“조두순 사는 줄 몰랐다” 내쫓을 방법없는 집주인, 왜>라는 기사가 등장하였고, 같은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임차인이 ‘월세를 양도하고 이사가고 싶다’는 사연 또한 기사화되었고, 임대인이 ‘쫓아낼’ 수 있는지와 같은 건물 다른 임차인이 기간 중에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돌려받고 나갈 수 있는지가 법률상담사례 형식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출소 당일 호송차량을 발로 차 손괴한 혐의를 받는 유투버 한 명은 구속영장이 신청되었으나 2020. 12. 22. 기각되어 앞으로 불구속재판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에 대해 표출하는 언론과 시민들의 분노는 온전히 조두순의 몫일까, 몫이어야 할까. 또 분노를 넘어 쫓아내는 게 정의인 양 ‘혐오’를 남발해도 되는 것일까. 나는 이 사건이 수사와 기소, 재판과정 자체가 시민적 공분 대상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조두순은 2008. 12. 11. 등교중인 8세 초등생을 유인하여 강간하였고, 이로 인해 피해자는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상해를 입었고, 상해 중 일부는 신체에 영구적으로 남아 형법상 강간상해로 기소되었고, 무기징역을 구형받았으나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피고인만이 항소, 상고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어 2009. 9. 24. 확정되었다.

위 사건의 경과는 기소와 형량에 있어서 시민의 공분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검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성폭법, 당시 무기징역 또는 7년이상의 징역형)이 아닌 형법상의 강간상해(무기징역 또는 5년이상의 징역형)로 기소하였고, 법정최고형을 무기징역형으로 선택하였음에도 심신미약을 인정하여 감경한 결과 12년형이 선고되었다. 1심판결 선고 이후 음주상태인 점을 심신미약으로 감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만, 피고인만이 형의 과중을 이유로 항소하여 진행되는 항소심재판에서 형량을 늘릴 방법은 없었고 항소는 기각되었다. 

위 사건 이후에서야 무기징역형을 감경할 경우를 규정한 형법 제55조 제1항 제2호도 개정되어 현재는 1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로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인권이 전혀 고려되지 못한 점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더해진다.

조선일보 조두순 관련 보도

그러므로 시민들은 수사과정과 기소, 재판, 법률의 문제가 더해져 12년형을 선고받은 조두순은 가석방 없이 복역하여 형기만료로 출소하였음에도 ‘정당한 처벌’을 피한 자로 여길 수밖에 없고, 조두순의 출소와 사회복귀를 용납하기 어렵다. 출소한 조두순에 대해 표출되는 분노가 내게는 조두순을 12년 만에 홀연히 출소할 수 있도록 허락했던 2009년 대한민국 수사, 소추기관과 사법기관에 대한 분노로 느껴진다. 이 공분은 차근차근 사법실무 및 제도, 실무상의 문제점 지적 등을 통해 꾸준히 지적되어야 하고, 조두순의 재범을 비롯한 또 다른 아동성폭행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로 이어져 해소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출소일 소식을 전하는 기사들, 특히 <“조두순 사는 줄 몰랐다” 내쫓을 방법없는 집주인, 왜>라는 기사를 읽으며 나는 사법에 대한 정당한 시민들의 공분을 범죄자에 대한 혐오표현의 정당화 사유로 삼는 듯한 집요한 언론의 시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그래서 묻고 싶다. ‘나쁜’ 조두순만 그곳 거주지에서 내쫓으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 송현순 미디어피해구조본부 실행위원의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890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송현순 미디어피해구조본부 실행위원, 변호사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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