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아니 오늘 오후일까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축구경기, 한꺼번에 두 경기를 펼치는 독특한 순간. 물론 정확한 의미의 더블헤더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정확한 더블헤더의 의미는 같은 두 팀이 같은 날 같은 구장에서 2회 연속 경기하는 것. 같은 구장을 제외하면 다르긴 하죠.- 우리 축구대표팀, 오늘 오후부터 밤까지 대표팀과 올림픽대표의 축구 평가전을 연속해서 두 경기나 치릅니다.

언론에서는 표 한 장으로 대표팀의 경기를 2개나 본다며 매우 "좋은" 기회라고 하는데요. 그렇게 좋은 기회인지는 좀 생각할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앞서 펼쳐지는 건, 홍명보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과 맞대결을 펼치는데요. 지동원, 윤빛가람 등 성인대표팀을 겸하는 선수들은 전력에서 이탈했고 부상선수도 몇몇 있어 아쉬운 부분도 많습니다. 실제로 홍명보 감독은 "평가전은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위함인데 그럴 여건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는데요. 5시 반에 펼쳐지는 이 경기는 공중파의 중계도 함께하지 못합니다.

이어 펼쳐지는 경기,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폴란드를 평가전 상대로 택했습니다. 2002 월드컵 예선전의 기억이 함께하는 상대, 폴란드. 이동국 선수가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했다는 점에 눈길이 갑니다. K리그의 대표스타 이동국은 "몸 관리만 잘한다면 2014년 월드컵도 뛸 수 있다"고 밝혀 오늘 경기를 더욱 주목하게 합니다. 8시 경기로 공중파 MBC에서 이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죠.

좋습니다. 대표팀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3차전을 앞둔 평가전도, 올림픽대표의 기량점검도. 하지만, 축구대표팀의 경기가 고작 30여분 정도의 텀을 두고 연속해서 펼쳐지는 건 분명 여러 가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관중동원이란 측면부터 보면, 서울에서 5시 반 경기를 볼 수 있는 대상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8시 경기를 보러 오는 인원들이 주축일 되는 가운데, 올림픽 대표팀 아우들의 경기 도중 사람들은 계속 오고가지 않을까요? 자칫 국가대표 경기에 올림픽 대표팀의 경기가 들러리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격한 우려에 불과할까요?

국가대표팀에게도 걱정은 함께합니다. 나중에 경기를 펼치기에 주목도는 올라가겠지만, 경기장 상황은 더 안 좋을 터. 특히, 그라운드 컨디션이란 측면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앞서 90분간 경기를 펼친 잔디에 바로 또 선수들이 경기를 한다는 것, 30분 정도의 시간으로 그라운드가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을지는 참 의문인데요.

라커 사용이나 경기장 동선, 여타의 여러 문제들을 생각해도 무리한 부분이 보이는데, 그저 좋다고만 하니 모를 노릇입니다. 한꺼번에 2개의 경기가 펼쳐지고,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즐길 수 있고, 주목도가 높아진다면 좋은 일이겠죠. 하지만. 오늘밤의 국가대표 축구경기, 그 이상한 더블헤더는 꼭 그렇게만 보기 힘들 거 같은데요. 왠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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