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에서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을 금지하고 있지만, 환기가 안 되는 밀폐된 공간에서 200여 명이 모여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다고 한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23일 “현재까지 제보가 접수된 드라마 현장은 총 5곳”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MBC에브리원의 <제발 그 남자 만나지마요>(제작사 : 코너스톤픽쳐스), tvN <간 떨어지는 동거>(제작 : 스튜디오드래곤, 콘텐츠지음), <여신강림>(제작사 : 스튜디오드래곤, 본팩토리, 스튜디오N), OCN <다크홀>(제작사 : 영화사우상, 키위미디어그룹),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제작사 : 필름몬스터, JTBC스튜디오) 등이다.

OCN <다크홀> 촬영 현장 제보 사진(사진제공=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제보자들은 제작사들이 마스크 착용이나 체온 체크 같은 형식적인 방역 조치만 할 뿐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내 공간에서 수많은 인원이 붙어서 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방송 촬영 현장에서 코로나 확진 소식이 들려오는데 별다른 대책이나 조치가 없다”, “서울시 등 관계 기관에 조치를 부탁해도 이렇다 할 지침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호소했다.

한빛센터는 “촬영을 중단한 영화와 달리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사들은 ‘정상적인 방송 스케줄’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계속 드라마 촬영을 강행했고, 방송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건강을 두려워하며 매일 촬영에 임해야 했다”고 밝혔다.

한빛센터는 정부 당국의 지침이 사실상 위험한 제작환경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최근 배포한 ‘방송 관련 업무 시 인권 기준 등 안내’에 따르면 방송사의 촬영은 업무에 해당하며 출연자·스태프 등의 방송 관계자에 대한 인원 제한은 없다.

한빛센터는 “실제 방송 촬영 현장에서는 방송 노동자들에 대한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다수 방송 노동자들은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기에 코로나 감염 검진을 받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빛센터는 정부를 향해 “방송 촬영은 업무에 해당하니 인원 제한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방송 현장의 방역 수칙이 지켜질 수 있는 강화된 지침과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사와 제작사에는 프로그램 촬영을 강행하는 대신, 방송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구축하고, 노동자들과 충실한 논의를 이어나갈 것을 촉구했다.

OCN <다크홀> 촬영 현장에서 제보자가 보내온 사진으로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촬영장 내부의 검댕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묻은 모습 (사진제공=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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