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한국 스포츠에 던져진 새로운 화두는 바로 '비인기종목에 대한 관심'입니다.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통해 비인기스포츠 종목이었던 핸드볼이 관심을 얻은 것부터 시작해 베이징올림픽과 패럴림픽, 뒤이어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서 그동안 소외됐던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과 영화를 통해 동계스포츠인 봅슬레이와 스키점프, 그리고 팀 스포츠인 조정이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스포츠 종목은 많이 있습니다. 그나마 올림픽을 통해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종목이라면 다행일 수도 있겠지만 아시안게임에서조차 큰 관심을 못 받는 종목들을 보면 여전히 우리 스포츠의 '편중 현상'이 심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당연히 비올림픽 종목에 대한 관심이 많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무관심 속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한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핀수영 1인자 윤영중이 그 주인공입니다. 핀수영이라는 생소한 종목에서 윤영중은 세계 기록을 수차례 작성한 경력을 갖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핀수영계의 박태환'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핀수영은 말 그대로 핀(물갈퀴)을 착용하고 수영을 하는 것으로 잠영과 표면 종목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종목에서 윤영중은 표면 종목 선수이며 200m, 800m 부문에서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세계 기록이 전국체육대회에서 쓰인 것 또한 더욱 고무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윤영중은 지난 2008년 제89회 전국체전에서 표면 800m에서 6분 21초 85의 세계기록으로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뒤이어 표면 200m에 나서 1분 21초 86을 기록해 두 번째 세계기록까지 갈아치웠습니다. 국가대항전이 아닌 대회였던 만큼 처음에는 비공인 세계 기록으로 남았지만 얼마 뒤 세계수중연맹(CMAS)의 공인을 받으며 세계기록보유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윤영중이라는 이름과 함께 전국체육대회라는 이름이 세계기록 리스트에 함께 쓰인 순간이었습니다.
윤영중의 전국체전 기록은 화려합니다. 2000년 제81회 전국체전부터 출전해 2002년 83회 대회를 제외하고 매 대회마다 금메달을 따냈고, 지금까지 전국체전에서 따낸 금메달 숫자만 25개에 달합니다. 지금까지 전국체전에서만 세운 신기록(세계, 한국, 대회기록 전체)만 41개나 되며, 지난 2003년 제84회 대회에서는 표면 400, 800m, 계영 400, 800m, 호흡잠영 4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 5관왕을 차지하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역대 핀수영 선수 가운데 최다 단일 종목 다관왕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번 92회 전국체전에서도 윤영중은 표면 800m, 호흡잠영 400m, 계영400m, 800m에 출전해 다관왕을 노립니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한다면 전국체전 9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며, 핀수영 종목 1인자 지위를 계속 이어가게 됩니다. 크게 주목하지 않는 종목이라 해도 한 종목에서 1인자의 위치를 오랫동안 차지한 윤영중의 활약상은 충분히 영웅 칭호를 줘도 아깝지 않습니다.
# 이 글은 제92회 전국체육대회 블로그, e-뉴스레터에도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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