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주의 남자' 보는 재미도 오늘로 끝이다.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의 문제만 남았을 뿐이다.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전개과정에서 가장 불쌍한 배역이 정종(이민우)이라는 사람도 많지만, 그보다 더 불쌍한 게 신면(송종호)이 아닐까 싶다. 23회는 그동안 조명 받지 못한 송종호를 배려하려는 듯 신면의 내면 연기가 많았다. 벗을 죽이면서까지 세령의 사랑을 얻으려 했지만, 세령은 승유의 지어미가 됐다. 이시애의 난으로 수양대군은 신면을 함길도로 보내 승유를 죽일 마지막 기회를 주는데, 한명회가 끼어들어 오히려 신면을 죽게 만드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제작진이 깜짝 반전이 있다고 했는데, 그 반전은 뭘까?

신면은 부친 뜻에 따라 벗을 버리고 가문을 택했다. 한 번 선택한 길이지만 마음은 늘 흔들렸다. 사실 김승유는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흔들리는 신면 때문에 살아남았다. 그가 승유와 정종, 스승까지 버리고 가문을 택한 것이 욕도 얻어먹었지만 수양대군의 시대 상황에 비춰볼 때는 그리 비난 받을 일도 아니다. 신면이 벗을 버리고 택한 것은 가문을 위한 것이라지만, 사실은 세령이에 대한 사랑(집착)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회를 앞두고 신면은 세령과 수양대군, 벗 승유로부터 모두 버림받고 낙동강 오리알이 될 신세다.

먼저, 신면은 세령이에게 끝까지 버림 받았다.

김승유와 백년가약을 맺은 후 첫 날 밤을 보낸 세령이 병환중인 세조 때문에 사저로 돌아왔다. 신면은 대역죄인 김승유가 어디 숨어있느냐고 물었는데, 세령이 '그분은 제 지아비십니다. 말씀을 함부로 하지 마십시요'라고 하지 않는가. 신면은 세령과 백년가약을 맺을 사람은 승유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하지만, 세령은 '가락지를 뺀다하여 마음을 끊어낼 순 없습니다.'라며 신면의 가슴에 비수를 찌른다. 신면은 세령의 마음은 못 가져도 몸뚱이만은 자기 것이 될 것이라며 집착을 버리지 않는다. 신면의 세령을 향한 마음은 김승유와 비교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세령은 아버지 수양을 버리면서까지 끝까지 승유를 선택했다. 세조가 죽자, 분노한 수양대군은 도원군(숭)이 죽은 것도 세령 때문이라며, 모든 사료에서 세령에 관한 흔적을 남김없이 지우라고 했다. 공주 세령이 아니라 신판관의 노비가 된 것이다. 신면은 노비가 된 세령을 가까이 두었지만, 세령의 마음을 빼앗지는 못했다. 세령은 '승유가 곁에 있지 않는다하여 함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쌀쌀하다 못해 격멸하듯이 신면을 바라보았다. 신면은 세령을 함길도로 데리고 가 그녀 앞에서 승유를 찢어 죽여 잊지 못하게 해줄 것이라고 하지만, 세령은 '제 지아비는 그리 쉬이 잡히지 않을 것입니다'며 신면의 질투와 분노를 끓게 만든다. 결국 신면은 함길도로 갈 때 세령을 데리고 가는데, 이것이 마지막 회 반전의 연결 고리가 될 듯하다.

둘째는 수양대군의 충복이었지만 토사구팽 당하나

앞서 수양대군은 함길도가 반군의 손에 넘어갔고 그 주범이 이시애와 김승유라고 하자, 그 화살을 신면에게 돌린다. 보위 기간 내내 김승유 때문에 골머리를 썪고 있다며, 이게 다 신면이 승유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격노한다. 수양은 신면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다며, 함길도 절대사로 반드시 김승유의 목을 제거하고 반란을 진압하라고 한다. 단 수양은 신면을 더 이상 믿지 못한다며, 한명회에게 병조의 군사를 이끌고 신면의 뒤를 밟으라고 한다.

신면이 한때 벗이었던 김승유를 죽이지 못하고 또 주저하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수양은 한명회에게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말고 김승유의 목을 거두라고 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신판관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고 했다. 이에 한명회는 '사냥개가 사냥을 못하면 더 이상 쓸모가 없다'(토사구팽)고 했는데, 이것이 마지막 회 신면의 운명이 아닐까 싶다.

셋째는 신면의 죽음이 마지막 반전이 아닐까

신숙주는 신면에게 이번이 마지막 기회며 만약 잘못되면 가문이 몰살당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반드시 김승유의 목숨을 거두고 돌아오라고 한다. 그런데 신면의 침수 준비를 위해 가던 세령이 이 말을 듣고 만다. 신면이 승유가 있는 함길도로 세령을 데리고 가는 것이 마지막 회를 앞둔 숨겨진 복선으로 보인다. 신면은 병조의 군사들을 이끌고 세령과 함께 함길도로 떠난다. 함길도 양민들은 대부분 반군을 지지하기 때문에 신면으로선 어려운 싸움이 될 듯하다.

수양의 명대로 함길도로 온 한명회는 김승유에게 서찰을 보내 반군을 회령 숲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미끼는 세령밖에 없다고 한다. 정인을 내세우면 김승유가 숲 밖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신면은 세령을 생각해 ‘꼭 그 방법을 써야겠습니까?’'라며 반대를 하지만, 한명회는 수양이 자신을 보낸 이유를 알겠다며, 이번에도 김승유를 놓치면 안 된다며 신면을 질책한다. 그런데 이 말을 여리가 듣고 세령에게 전하는데, 세령은 당장이라도 승유에게 달려가고 싶다. 결국 세령은 말을 훔쳐 타고 회령 숲으로 달린다. 반군 거점 입구에서 붙잡혀 관군의 첩자로 오해를 받아 죽을 고비도 넘기며, 드디어 승유와 만나 위험한 상황을 전한다.

자,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이시애의 난을 둘러싸고 승유-세령 커플과 신면의 생사 여부다. 이시애가 이끄는 반군과 신면의 관군이 치열한 싸움이 예고된 상황이다. 지금까지 역사의 기록처럼 죽을 사람은 다 죽었다. 남은 사람들은 가상의 인물들뿐이다. 금계필담대로 간다면 세령과 승유는 살아야 하는데, 제작진은 마지막 반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반전이 신면이 아닐까 싶다. 예고편을 보니 만약을 대비해 신면의 뒤쪽에 한명회가 대기한다고 했는데, 수양의 말대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마지막에 신면이 죽으며 토사구팽 당할 지도 모른다.

만약 신면이 죽는다면 그는 죽어서도 세령의 사랑도 얻지 못했고, 아비 신숙주의 뜻대로 가문을 살리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벗을 배신하고 스승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하늘에나 가서 용서를 빌어야 할 지 모르겠다. 신면을 연기한 송종호는 극 초반, 벗을 배반하고 정종과 스승 이개를 죽게 만들 때 비난도 참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극중 신면의 마음은 누구보다 여렸다. 마지막 회에서 신면이 어떤 모습을 보일 지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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