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펼쳐지는 오늘, 이미 1,2,3,4위가 결정됐고 최하위도 결정됐지만, 그 사이의 순위는 오늘까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모든 것들이 오늘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어제까지의 5위권 팀들의 승-무-패 현황은 이렇습니다.
5위 두산(132경기) 60승 2무 70패
6위 LG (132경기) 59승 2무 71패
6위 한화(132경기) 59승 2무 71패

그나마 확정된 순위라면 두산은 무조건 5위는 확보했다는 것 정도? 오늘 경기를 승리하면 단독 5위, 아니면 공동 5위가 될 터.

▲ 두산은 과연 오늘 경기를 이기면서 깔끔히 단독 5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사실, 시즌 120경기 이상을 치르는 정규시즌에서 같은 승무패로 동일한 승률을 기록한 팀을 보긴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같은 승수도 보기 힘든 것이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최종 순위라 할 수 있는데요.

30년 프로야구의 역사, 그 최종순위의 기록에서 같은 승률, 혹은 같은 승수를 기록한 팀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전후기 시절을 제외한 현재 시스템, 8개 구단 단일리그 체제의 기록들을 근거로 찾아봤습니다.-

승무패가 같아서 승률이 같았던 기록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4년 3,4위를 차지한 해태와 한화는 65승 59패 2무, 승률 .524로 완벽히 같았습니다. 포스트시즌을 위해 3,4위를 결정했고, 시즌 맞대결과 포스트시즌으로 순위는 나뉘었지만, 유일한 모든 것이 같았던 순위였다는 거.

승수가 같았던, 팀들이 기록은 90년대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데요.

1990년 2위 해태, 3위 빙그레. 68승은 같았지만, 무승부가 하나 더 많았던 해태의 승률이 4리 높았습니다.
1992년 2위 해태, 3위 롯데 역시 같은 71승, 1무가 있었던 해태가 .567로 역시 4리 높았지만, 우승은 결국 롯데.
1995년 우승팀 OB와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2위팀 LG 역시 74승, 하지만 1무가 더 높았던 OB가 .607로 한국시리즈 직행, 우승.
1996년 2,3위 쌍방울과 한화도 같은 70승인 가운데 무승부가 하나 더 있던 쌍방울이 시즌 2위, 하지만 한국시리즈는 현대와 해태.
1997년 한화와 현대는 같은 51승을 거둔 뒤 2무 차이로 6,7위가 나뉘었다는.
1998년 OB와 해태는 같은 61승을 거뒀지만, 무승부가 2개 더 많았던 OB가 승률이 8리 높은 .496으로 4강이 턱걸이했죠.

2002년, LG는 두산과 같은 66승, 하지만 무려 무승부가 4개나 더 많아 1푼6리나 높은 .520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4위에서 준우승까지 차지했고, 두산은 5위에 머물렀던 기록 이후 같은 승수도 보기 힘든 페넌트레이스 최종성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올해만큼 순위 싸움, 그것도 철저하게 순위를 나누는 1~4위가 아닌 나름의 하위권 순위 싸움이 치열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1~4위와 다르게 "공동" 순위가 존재하는 5위 싸움이 이렇게 치열한 적은 없었다는 겁니다.

▲ LG의 가을야구는 2002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가장 극적인 대목은 어제 LG의 무승부, 이로써 5위 싸움을 펼치는 3팀은 공교롭게도 무승부 숫자가 2무로 모두 같아졌습니다. 결국, 오늘 경기에서 두산이 넥센에게 지고, LG와 한화가 삼성과 롯데에게 승리를 거둔다면.(단지 가정일 뿐입니다만) 프로야구는 30년 만에 최초로 3팀이 공동 순위를 기록하는 엄청난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는 겁니다. -물론, 두산이 이기고, LG와 한화의 승패가 나뉜다면 모든 팀은 재각각의 승률로 5,6,7위에 머물 수도 있습니다-

3팀의 승-무-패가 같았던 역사도 없고, 5위권 아래 팀들이라 공동순위가 적용되는 팀들이 순위 싸움을 펼친 경우도 없었다는 거. 최종 순위는 <2011 대회요강> 제1장 제3조에 따라, 1~4위는 상대 전적, 상대 다득점, 전년도 성적으로 순위를 결정합니다. -포스트시즌을 위해서 당연히 순위를 결정해야겠죠? 그렇지만, 이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가을야구와 무관한 팀들인 5,6,7,8위는 공동 순위로 하는 규정 탓에 공동순위가 가능하지만 여태껏 보기 힘들었는데요. 그 최초의 순간이 오늘저녁, 2011 프로야구의 마지막 밤에 함께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수년간 가을야구를 지켜왔던 그러나 올 시즌 너무나 힘들게 보낸 두산의 자존심과, 시즌초반 오랜만에 가을야구를 예감하며 선두권까지 노렸지만 막판 한없이 무너진 LG의 심리적 마지노선,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되는 모습으로 시즌 막판 상승세와 함께 5위란 순위에 특별 보너스까지 걸려있는 한화의 마지막 승부.

오늘 저녁 프로야구를 기대하게 하는. 그리고 두근거리게 하는 이유가 공동 5위란 키워드에 있습니다. 포스트시즌과 무관한 가을의 야구가 이렇게 긴장되고 기대되기도 처음이 아닐까요? 이제 불과 몇 시간 뒤면 이 모든 것의 결말을 볼 수 있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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