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진행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두 가지를 명확히 ‘확인’시켜줬다. 최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확실한 ‘멘토’라는 것 그리고 방통위원장이라는 자리가 막강하다는 것.

우선 전자의 경우.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태도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양처럼 온순하면서 ‘어떻게든 잘 보이려는’ 태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인사청문회가 공직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들을 검증하는 자리로 알고 있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의 경우 혹시 청문회장을 ‘최시중씨 주최 조찬 모임’으로 착각하고 나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명박 대통령 멘토 앞에서 ‘고분고분한’ 한나라당 의원들

▲ 17일 진행된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 KBS 화면캡쳐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최 후보자 아들의 땅 투기 의혹을 묻는 질문에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답한 것은 가장 압권이었다. 인사청문회장에 드디어 ‘귀신’까지 등장한 이날 청문회는 한국정치사에서 한 획을 그은 일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최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자신과 관련된 부동산 투기나 세금 탈루 의혹들에 대해 대부분 ‘모른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근거없는 정치공세다’ ‘뭐가 문제냐’ 등으로 일관했는데, 최 후보자보다 더 ‘웃긴 건’ 한나라당 의원들이었다. 마치 다소곳한 자세로 최 후보자의 답변을 기다리는 듯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 정색을 하고 비판을 하면 최시중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명박 정부가 인사청문회를 하나의 요식행위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건 어제(17일)의 인사청문회가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이자 ‘멘토’인 최 후보자가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이다.

‘늠름한 최시중 후보자’와 ‘다소곳한 한나라당 의원들’이라 …. 한편으론 웃기면서 한편으로 서글프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18일자 아침신문들 ‘한줄 걸치기’ … 동아 중앙은 ‘최시중에 힘싣기’

▲ 중앙일보 3월18일자 8면.
납작 엎드린 건(?) 한나라당 의원들만이 아니다. 오늘자(18일) 아침신문들 상당수가 최시중 청문회를 여야간 정치공방으로 다루면서 ‘한줄 걸치고’ 넘어가는 정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가 사설을 통해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것과 경향이 최시중 인사청문회 쟁점을 비중 있게 전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그냥 한줄 걸치고 넘어가는 수준이다.

어제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가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이자 멘토의 위치가 어떤 지를 확인해주는 자리였다면 오늘자(18일) 아침신문들을 보면 방통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막강한지를 일정하게 시사하고 있다. 방통융합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 관련 정책들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최 후보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태도가 지면 곳곳에서 엿보이기 때문이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이해관계가 맞물릴 수밖에 없는 방통위원장과 ‘전면적인 갈등’을 벌이기란 쉽지 않은 일 아닌가. 더구나 ‘그’는 대통령 최측근이자 멘토다.

▲ 동아일보 3월18일자 2면.
못 본 걸로 하고 그냥 넘어가자니, ‘비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그래서 ‘한줄 걸치고’ 가는 수준에서 정리가 된 것 같다. 오히려 조선일보가 여야의 주장을 비중 있게 처리한 것이 눈길을 끌 정도다.

압권은 역시 동아와 중앙일보다. 동아는 청문회 논란은 아예 외면한 채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을 기정사실화했고, 중앙은 최씨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제목을 뽑았다. 청문회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각종 의혹들은 구석으로 내몰렸다.

최시중이라는 이름 석자와 방통위원장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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