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구의역 사고 막말과 관련해 주요 신문사가 일제히 비판 사설을 썼다. 한겨레는 “단순히 과거의 일로 넘기기는 어렵다. 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여론이 높은 지금, 문제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청년 노동자와 인간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공감을 찾기 힘든 언행”이라고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재직 시절인 2016년 6월 내부 회의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변 후보자는 "마치 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을 받는 중”이라며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다. 사실 아무 것도 아닌데 걔(김 군)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후보자의 2016년 발언 (사진=김은혜 의원실)

구의역 사고는 노동자 실수가 아닌 시스템 미비로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하청업체였던 은성PSD는 2인 1조 작업이 가능하도록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았고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또한 서울교통공사는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이정원 전 서울교통공사 대표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벌금 1,000만 원을 판결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와 PSD지회는 2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 후보자가 서울교통공사의 감독기관인 국토부 장관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주요 신문사들은 21일 사설을 통해 변 후보자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변창흠 ‘구의역 사고’ 발언, 사과로 끝낼 일인가>에서 “구의역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와 비용 절감을 위한 안전수칙 무시 등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며 “변 후보자는 당시 사고를 피해자 개인의 탓으로 돌린 것이다. 변 후보자의 발언을 단순히 과거의 일로 넘기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겨레는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여론이 높은 지금, 변 후보자 발언의 문제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고 썼다.

한겨레는 변 후보자의 ‘해외 공동 식당’ 발언에 대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변 후보자는 2016년 6월 건축설계처와의 회의에서 셰어하우스 공유식당 사업과 관련해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했다. 입주자들이 공유식당을 불편하게 여길 수 있다는 취지였으나, 셰어하우스 입주자를 ‘못 사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이 문제였다.

한겨레 사설 <변창흠 ‘구의역 사고’ 발언, 사과로 끝낼 일인가>, 경향신문 사설 <엄히 따져야 할 고위공직자들의 부적절한 과거 언행>

한겨레는 “변 후보자는 발언이 공개되자 18일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며 “하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분명히 밝히지 않은 세 문장짜리 사과문으로는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에 답할 수 없다는 것을 변 후보자는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엄히 따져야 할 고위공직자들의 부적절한 과거 언행>에서 “서울시의 공공주택 공사를 책임지고 있던 사람으로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 무지·무감하다는 점도 놀랍지만 청년 노동자와 인간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공감을 찾기 힘든 언행”이라고 밝혔다.

변 후보자는 2016년 간부회의에서 건설 현장 주5일제 의견에 대해 “주5일을 하면 ‘돌관작업’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된다. 토요일이나 일요일도 비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돌관공사는 인력·장비·자재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24시간 작업하는 것을 뜻한다. 경향신문은 “돌관공사는 빈발하는 건설현장 산재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며 “장시간 노동과 산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매우 안이한 것이다. 여야는 23일 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능력은 둘째치고 인성 의심케 하는 국토장관 후보자>에서 “(변 후보자 발언은) 사실 왜곡일 뿐 아니라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막말”이라며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떠나 인성 자체를 의심케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인물을 국토부 장관에 앉히려는 것은 그의 ‘충성심’을 높이 샀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그가 국토부 장관이 되면 주택 문제를 해결하긴커녕 청와대와 여당이 시키는 대로 부동산 정책을 더욱 엉망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 <능력은 둘째치고 인성 의심케 하는 국토장관 후보자>, 중앙일보 사설 <흠결 쏟아지는 변창흠…이대로 임명할 건가>

중앙일보는 사설 <흠결 쏟아지는 변창흠…이대로 임명할 건가>에서 “잇따라 쏟아지는 변 후보자에 대한 흠결과 의혹으로 청문회 성격이 도덕성 검증으로 바뀌게 됐다”며 “비정규직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치 희생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다. 사회적 추모 열기를 시정 방해로 여기는 인식이 과연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부의 가치관에 맞는지조차 의문”이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인물을 임명 강행할 경우 정책 신뢰성마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청와대와 여당 스스로가 의혹 해소와 검증에 철저히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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