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삼성과의 시즌 18차전에서 12회 연장전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무승부의 원인은 7회초 네 번에 걸친 엉성한 수비입니다.

2:1로 LG가 앞선 7회초 1사 2루 신명철 타석에서 선발 김성현의 초구가 폭투가 되면서 1사 3루의 동점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기록상으로는 김성현의 잘못이지만 포수 조인성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기에 첫 번째로 아쉬움이 남는 수비였습니다. 신명철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고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비롯된 1사 1, 3루에서 1루 대주자 강명구의 2루 도루를 저지하면서 조인성은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뒤이은 2사 1, 3루에서 1루 주자 채상병이 2루 도루를 감행하자 2루로 송구해 3루 주자 강봉규의 홈스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조인성은 두 번째 잘못을 범했습니다. 2사 후였기에 채상병이 2루에 안착해도 3루 주자를 묶어놓은 상태에서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해 범타로 처리했다면 동점을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조인성의 2루 송구는 무의미한 것이었습니다.

▲ LG 포수 조인성 ⓒ연합뉴스
조인성보다 더 큰 잘못을 범한 것은 2루수 윤진호입니다. 윤진호는 1루 주자의 도루 저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3루 주자의 홈스틸이니 베이스 앞쪽으로 전전해 조인성의 송구를 받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첫 번째 잘못을 범했습니다. 게다가 홈으로 파고드는 3루 주자 강봉규를 잡아내기 위한 홈 송구 과정에서 글러브에서 공을 바로 꺼내지 못하고 멈칫해 타이밍을 놓쳐 동점을 허용한 것이 두 번째이자 결정적인 잘못입니다. 어제 경기 1회초에도 중계 플레이 과정에서 유격수 오지환이 글러브에서 공을 바로 꺼내지 못하고 멈칫하는 바람에 2루 주자 이영욱을 3루에 안착시켜 선취점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바 있습니다. 확실히 LG 내야수들의 기본기는 상당히 엉성합니다.

7회초 네 번에 걸친 센터 라인의 엉성한 수비로 인해 동점이 되었는데 삼성의 두터운 계투진과 주전 대다수가 결장한 LG 타선의 상황을 감안하면 LG가 재역전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했고 결국 무승부로 귀결되었습니다. 만일 7회초 실점하지 않았다면 삼성 타선도 힘이 떨어졌기에 LG가 2:1로 승리를 확정지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았습니다.

김성현은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6.2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로 호투했으나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리 투수 요건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강판 직전 두 명의 타자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 동점의 화근을 남겨놓으며 마무리가 좋지 않았으니 동료들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김성현이 오늘 승리를 따냈으면 시즌 5승에 올라서며 그 중에서 3승을 삼성전에 거두게 되어 확실한 삼성 킬러로 자리잡을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성현은 오늘 경기까지 삼성전 3경기에 등판 19이닝을 소화하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37, 피안타율 0.156으로 상대 7개 구단 중 가장 좋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내년 시즌에는 삼성전에 표적 선발로 기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11회초에 마지막 투수로 등판한 김광삼은 2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을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팀의 패전을 막아냈습니다. 김광삼은 선발 등판한 19경기에서는 5.0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구원 등판한 3경기에서는 2.0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경기 수에서 차이가 있으나 제구가 불안한 김광삼은 승패를 온전히 책임져야하는 선발보다는 부담 없이 던질 수 있는 롱 릴리프가 제격인 듯합니다. 내년 시즌에는 김광삼을 선발 요원보다는 롱 릴리프로 전환시키고 한희나 임찬규를 선발로 육성하는 것도 검토했으면 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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