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시즌부터 국내 프로축구 경기에서 심판이 내린 판정에 대해 선수, 코칭 스태프, 구단 임직원 그 누구든 공식적으로나 비공식적으로나, 그리고 구두로 말하거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글로 언급을 하건 간에 부정적인 언급을 하는 것이 금지된다.

프로축구연맹은 5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1년 제3차 이사회를 열고 내년 리그 운영방식을 결정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안건도 통과시켰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경기 직후 경기를 치른 당사자라면 그 누구라도 그날 심판이 내린 판정에 ‘정당하고 공정했다’는 언급은 할 수 있어도 ‘불공정했다’거나 ‘오심이 있었다’고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다.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축구에서 심판 판정의 문제로 야기되는 오심 논란이나 편파판정 논란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경기가 끝나면 이긴 팀은 이긴 팀대로 진 팀은 진 팀대로 할 말이 많다.

지난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던 수원삼성과 FC서울의 경기를 예로 들자면 그날 경기의 결승골이 됐던 스테보의 헤딩골을 놓고 경기직후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스테보의 골이 명백한 오프사이드였다고 지적했다.

후반 33분 수원 스테보가 헤딩 슈팅을 하기 전 헤딩으로 스테보에게 패스한 박현범의 위치가 오프사이드 위치였다는 주장이었고, 프로축구연맹이 지난 4일 심판진과 가진 비디오 판독 결과, 스테보의 골 상황은 명백한 오프사이드로 밝혀졌다.

프로축구연맹은 5일 심판 판정 소위원회에서 해당 경기를 재분석한 이후 심판위원회를 통해 해당심판진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심은 밝혀졌지만 경기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이 부분은 서울의 최용수 감독도 잘 알고 있지만 어쨌든 심판이 오심을 저질렀다는 사실만큼은 밝혀낸 셈이니 최소한 마음속으로는 그 경기에서 패했다는 기분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판정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로가 판정에 승복하고 당해 경기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전통이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축구가 오늘날까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로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프로축구연맹이 심판 판정에 관해 부정적 코멘트를 금지시키는 결정을 내린 것은 기본적으로 K리그의 주체인 구단들과 적어도 경기에서 내려진 심판 판정에 대해서만큼은 양방향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한 마디로 심판들의 오심 문제는 프로축구연맹에서 자발적으로 조사하고 적발해서 오심이 재발하는 막아보겠다는 말인데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을뿐더러 외국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만약 지난 3일 수원-서울 전 직후 서울 최용수 감독이 스테보의 골에 대해 오프사이드 지적을 하지 않았어도 프로축구연맹이 알아서 비디오판독을 진행하고 심판진의 오심을 잡아내서 징계절차를 밟았을까?

수년간 K리그를 취재했던 필자의 경험 중에 프로축구연맹이 심판 판정에 관해 그와 같은 성실한 태도를 나타냈던 사례에 대한 기억은 단 한 건도 없다.

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가 팬들의 항의로 도배가 되고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가 잇따르는 등 여론이 들끓어야 슬그머니 자체 회의를 거쳐 자체 징계로 사태를 마무리하는 것이 정형화된 수순이었다.

물론 심판 판정에 대해 K리그 구단들의 선수나 코칭 스태프들이 종종 지나친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는 일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코멘트가 도를 넘어설 경우 프로축구연맹에서도 징계가 뒤따르지만 언론에서도 부적절한 언급이었다는 지적을 하곤 한다.

심판 판정도 축구의 일부고, 그 부분에 대해 자유로이 의견을 피력하고, 그런 의견들을 서로 교환하고 소통하면서 리그 속에서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그런 스토리들이 모여 역사가 된다는 점을 프로축구연맹은 간과하고 있다.

국내 축구팬들의 눈높이는 세계적 수준에 맞춰져 있다. 구단의 그 누군가가 심판 판정에 대해 부정적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어떤 경기에서 문제가 있는 판정이 잇따랐다면 팬들이 먼저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그와 같은 문제제기에 언론이 눈을 감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프로축구연맹은 축구팬과 언론사의 기자를 고소라도 할 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K리그가 발전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구단들과 축구팬들의 쓴소리들을 달게 받고 이를 리그 운영에 반영해왔기 때문이다. 심판 판정 문제도 이전에 비해 많이 발전한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지금 K리그는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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