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내년 2월 치러지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차기 위원장 선거와 관련해 잡음이 불거졌다. 현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이 언론노조 산하 업종별 협의회 중 하나인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이하 전신노협)에 차기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것은 사전선거운동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지·본부장들의 문의가 많아 출마 사실을 밝힌 것일 뿐, 지지를 구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언론노조 MBC아트지부는 16일 성명을 내어 "최근 전신노협 단톡방에 올린 위원장의 글은 우리를 경악시키며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모르는 이가 보면 언론노조 11대 임원선거가 시작된 것으로 오해하기 쉽고, 이로 인해 사전선거운동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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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MBC아트지부는 "전신노협 단톡방에 올린 현 위원장의 글은 특정집단에 대한 표심을 모으기 위한 조직화로 자칫 노노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으며 진영논리에 함몰된 혼탁한 선거가 치러질 수도 있다는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며 "무엇이 그리 급한가. 우리 규약에서도 표심을 모으라고 선거운동기간을 부여한다. 언론노조 규약과 규정은 전 조합원이 정한 약속이자 조직운영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노조 MBC아트지부는 "제11대 임원선거가 경선이 될지, 아니면 단독후보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경선이 된다면 현직은 재임 2년에 대한 평가와 아울러 양 후보의 정책과 비전제시로 조합원들의 판단을 구하면 된다"며 "'일을 욕심내야지, 자리를 탐하면 안 된다'는 만고의 진리"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선거관리 규정과 관계자 설명 등을 종합하면, 이번 언론노조 위원장 선거는 내년 1월 후보자 등록, 2월 투표 순으로 진행된다. 선거운동기간은 입후보자 공고일로부터 투표일 전날까지다. 언론노조는 내일(17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논의한다. 지난 10여년 간 언론노조 위원장 선거는 후보 단독 출마로 이뤄져왔으나 이번 선거는 경선이 예측된다.

오 위원장은 전신노협 단톡방에 "차기 위원장 선거와 관련해 여러분께 제 의사를 정확히 하는 것이 옳을 듯하여 글을 쓴다"며 "지난 11월 27일 열린 전신노협 의장단 회의에서 재차 연임 의사를 밝혔으나 전신노협 전체 대표자가 계신 카톡방에는 글을 올리지 않아서 모든 대표자님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계시지 못한 듯 하다. 저는 이번 11대 위원장 선거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많은 고민을 통해 내린 결정이며 제가 언론노조에서 있었던 지난시기를 돌이켜보며 내린 판단이다. 전신노협 동지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대광 전신노협 의장은 "선거는 간접선거이지만 비밀투표가 보장되어야 한다. 오해 없도록 이 전제하에 제 의견을 말씀드린다"며 "현 오정훈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언론노조 위원장 선거 당시 전신노협이 내세운 후보였다. 이 명제는 현재도 유효하다"고 했다.

이어 한 의장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 없는 표 몰아주기 같은 결의를 할 수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고 본다"며 "대안으로 오정훈 위원장은 전신노협이 추대한 후보임을 최소한 재확인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단, 투표 행위는 대의원들의 선택의 몫"이라고 적었다. 한 의장은 "다른 의견과 이견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원칙은 정해 놓아야 선거 후에도 전신노협이 선거 후유증으로 혼선을 겪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걸로 판단돼 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오 위원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중상모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선거를 앞두고 언론노조 차기 집행부에 나설거냐, 말거냐에 대한 지·본부장들의 문의가 많아 나서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이를 마치 사전선거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답했다.

오 위원장은 "전신노협 방에 올려놓은 글을 보면, 지금까지 (출마)의사를 수차례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본부장들은 '몰랐다'는 반응이 있어 해명차원에서 올린 것"이라며 "특히 전신노협 지부장들 문의가 많아 단톡방에 '나가기로 했다'고 확인한 것이다. 글 내용 안에 '지지를 해달라', '의지를 모아달라'는 선거운동 문구가 들어간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 언론노조 조합원은 "경선이라는 건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시작되면 결과가 어떻게 나더라도 후유증이 강하게 남을 것 같고, 진 쪽은 시원하게 승복을 안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언론노조 위원장은 신문만의 위원장이 아닌데 전신노협에 출마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출했고, 거기에 화답해 전신노협은 '우리가 낸 후보임을 확인한다'는 입장을 냈다"며 "언론노조 선거의 화두는 현재 언론노조 활동에 대한 평가와 비전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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