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이 이번 주 '하이킥3'에서 연일 망가지고 있다. 그녀는 어제 샤워를 하던 중 초인종이 울려 급하게 옷을 입고 나가느라 줄리엔 강의 팬티인 줄도 모르고 입었다. 대문에서 택배를 받는데, 직원이 실실 웃기에 아래를 보니 맙소사~! 내가 왜 줄리엔 강의 팬티를 입고 있지? 하선은 기겁을 하고 뛰어 들어가다 넘어져 혼절까지 했다. 서구적인 사고를 가진 줄리엔 강이 하선의 브래지어를 아무렇지 않게 들고 있는 걸 보고도 기겁을 했는데 줄리엔의 팬티를 입다니, 그녀의 물방물 무늬 치마와 비슷해 일어난 일이지만 인생 최대의 굴욕이다. 이 장면이 실시간 위성사진으로 찍혀 전 세계 2억 명이 봤다니, 월드 망신살이다. 하선은 왜 이렇게 자꾸 망가질까?
2회 때 박하선은 전화를 받다가 꽈당 하고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꽈당하선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 때 속옷 노출 논란도 있었지만, 박하선이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연기한 장면이란다. 그래서 혹시 '하이킥1'의 꽈당민정을 닮아가나 했다. 그런데 그 이후 넘어지는 장면이 없다가 어제 엔딩장면에서 또 넘어졌다. 이때 넘어진 것은 '꽈당'이 아니라 줄리엔강의 팬티를 보여주기 위해 넘어진 거다. 꽈당하선은 1회성 에피소드에 불과했나보다.
그 다음 나온 게 개새하선이다. 원어민 교사 줄리엔 강의 방을 얻어주려 하다가 어떤 남자에게 사기를 당해 계약금을 몽땅 날리고 말았다. 착한 박하선은 자신이 사기를 당한 걸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끝까지 문자를 보내는 등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끝내 연락이 오지 않자, 낙담한 하선은 사기범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당신은 정말 개새...' 박하선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니 놀랍다.
박하선은 나올 때 마다 캐릭터가 바뀐다. 6회에서는 냄새하선이다. 안내상 때문에 변기가 망가져 집에서 볼일을 보지 못한 박하선. 참고 참다가 학교에서 볼일을 보게 됐다. 오랫동안 볼 일을 보지 못하다가 큰 걸 봤더니 그 냄새가 지독했나보다. 박하선은 자기가 느끼기에도 냄새가 너무 났던지 볼일을 보고 손을 휘두르며 냄새를 없애려 했는데, 어디 쉽게 가시겠는가. 뒤이어 들어온 영어선생님 박지선이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코를 막고 기겁했다. '윽! 아우~ 냄새' 박지선의 리얼한 연기에 그 냄새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박하선은 부끄러우면서도 어찌할 바를 몰라하면서 '죄송해요. 집 변기가 망가져서...'라고 했는데, 박지선이 또 한 방을 날렸다. '자기 진짜 배려 없다. 무슨 냄새로 영역 표시해!' 박지선의 이 말과 굴욕을 당한 박하선의 얼굴에 빵 터졌다. 진짜 배려 없는 건 박하선이 아니라 박지선이다. 안 그래도 냄새 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는데, 그 상황을 곧이곧대로 얘기하다니, 눈치가 없는 건지 배려가 없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해서 냄새하선이 나왔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캐릭터가 너무 남발되다 보니 박하선이 무슨 캐릭터인지 구분이 안 간다. 물론 시트콤 초기라 박하선에게 이런 저런 캐릭터를 시험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나온 박하선 캐릭터 중 가장 적격으로 보이는 건 예스하선이 아닐까 싶다. 착하고 마음이 여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안내상 가족과의 동거를 위해 어쩌면 가장 필요한 배역인지 모른다. 땅굴로 하선네와 연결한 안내상은 어리숙한 하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진상 안내상이 박하선을 이용하는 건 꼴 보기 싫지만 극 전개상 반드시 필요한 설정이 아닐까 싶다. 11회 팬티하선처럼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그녀의 인기는 정비례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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