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이동국이 다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달 30일 대한축구협회에서 발표한 국가대표 명단에 이동국은 다시 이름을 올렸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년 3개월만이며, 조광래 신임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로는 처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하는 셈이다.

이동국은 오는 7일 폴란드와의 평가전과 11일 아랍에미레이트연합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전에 출전하게 된다.

조광래 감독 부임 초기 이동국은 조 감독의 세밀한 패스와 높은 볼 점유율을 앞세운 스페인식 축구에 적합하지 않은 스트라이커로 평가되며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그의 그야말로 눈부신 공격력에 조광래 감독도 마음을 열었다.

이동국은 지난 2일 상주상무와의 K리그 경기에서 2골1도움의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5-1 대승을 이끌었고, 개인적으로는 시즌 16골 15도움을 기록하는 발군의 공격력을 과시했다.

특히 15도움은 K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도움 신기록이다. 이동국은 도움 2위를 달리고 있는 염기훈(수원)과의 차이도 4개로 벌려 시즌 도움왕 등극도 유력한 상황이다.

올 시즌 이동국이 도움왕에 오를 K리그 역대 최초로 한 선수가 최우수선수(MVP), 득점왕, 도움왕, 신인왕을 모두 수상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이동국은 1998년 포항스틸러스에서 신인왕을 받았고 지난 2009년 전북에서 MVP와 득점왕을 동시에 수상한바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세레소 오사카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혼자 4골을 넣는 괴력을 발휘,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향해 ‘이래도 안 뽑을 텐가’라고 무력시위를 벌였다.

조광래 감독도 이후 인터뷰에서 이날 이동국의 활약을 보고 대표팀 발탁을 결정했다고 밝히는 한편 이동국을 기용했을 경우에 따른 전술 변화에 대한 구상도 마쳤음을 밝힌바 있다.

이는 곧 이동국이 조광래호의 주요 공격 옵션 가운데 하나가 됐음을 의미한다.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그가 일단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벌써부터 그가 또 한 차례 월드컵 출전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축구선수로서 해볼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봤고, 이뤄볼 수 있는 것도 거의 모두 이뤄본 이동국이지만 월드컵에 관한 한 이동국은 여전히 배가 고픈 상태이기 때문이다.

약관의 나이로 출전한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이동국은 한국이 0-5로 대패한 네덜란드전에서 날린 중거리포 한 방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이후 한국 축구가 나설 월드컵 무대에서 빠짐없이 나서 한국 축구의 매서운 공격력을 세계만방에 과시할 주역으로 여겨졌지만 이후 한국 축구가 나선 두 차례 월드컵에서 이동국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는 거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마지막 순간 선택을 받는데 실패했고, 당당히 대표팀 주전으로 출전할 것이 유력시됐던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청천벽력과 같은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그라운드 밖에서 월드컵 기간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생애 마지막 월드컵이라 여기고 절치부심했건 2010 남아공 월드컵도 이동국에게는 씁쓸한 추억만을 안겨줬다. 물론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당시 대표팀이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을 이뤄내기는 했으나 이동국 개인적으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아공 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이동국에게 여전히 따라 붙어있던 ‘게으른 스트라이커’의 이미지가 여전히 그를 괴롭혔고, 그로 인해 허 감독의 결심을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자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몸을 혹사시킨 것이 결국 이동국의 몸 상태를 악화시켰다.

그 결과 이동국은 남아공 월드컵 무대를 밟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한국팀이 치른 4경기 가운데 단 한 경기도 온전히 풀타임으로 뛰지 못했다,

따라서 월드컵은 여전히 이동국에게 목마름의 대상인 셈이다.

문제는 이동국을 대표팀에 부른 조광래 감독의 속내가 과연 이동국을 브라질까지 데리고 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었냐 하는 것이다.

예선만을 놓고 본다면 이동국은 대표팀에 꼭 필요하다.

현재 대표팀에 그야말로 확실한 스트라이커 자원이 박주영(아스널), 지동원(선덜랜드)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이들 모두 소속팀에서 출전기회가 거의 없어 경기 감각에 문제를 나타낼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만만치 않은 강호들과의 연전이 예정된 브라질 월드컵 예선 행로에 이동국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본선이다. 특히 이동국의 적지 않은 나이는 조광래 감독을 망설이게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이동국(1979년생)은 만 35살이 된다. 나이만을 생각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였던 황선홍(현 포항스틸러스 감독)의 나이도 34살이었음을 떠올려 본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오히려 현역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무대가 월드컵이 될 수 있다면 이동국으로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은퇴 무대를 갖게 되는 셈이다.

결국 관건은 이동국이 부상 없이 꾸준한 공격력과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선수들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일단 당면한 두 차례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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