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라디오방송 팟캐스트(Podcast)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정치적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나꼼수’ 열풍은 ‘관광버스 동원’으로 상징돼는 정당의 구태의연한 조직 선거 문화를 바꿔놓았다.

21회 방송분(10월1일)에서 김어준 총수 등 진행자들이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선출 국민참여경선장에 사인회를 열겠다고 밝히자 수많은 사람들이 국민참여경선장을 찾아 사인회장을 방문했다. 3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경선은 전체 선거인단 3만 명 가운데 1만7891명이 참여해 59.59%라는 놀라운 투표율을 기록했다.

▲ 인터넷라디오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3일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선출 국민참여경선이 열린 장충체육관 앞에서 신간 <닥치고 정치> 사인회를 열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또한 이번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을 쓰나미처럼 흔들고 간 안철수 바람으로 박원순 후보가 여론조사에서는 유리하지만 조직선거가 힘을 발휘할 국민참여경선에서는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가 압도적인 차이로 이길 것으로 전망 됐다. 하지만 4.77%라는 근소한 차이가 났다. 여론조사와 TV토론 후 배심원 평가에서 10% 이상 박원순 후보가 앞서 나간 것과 비교해도 4.77%의 차이는 민주당의 예상을 깨는 수치다.

박원순 단일 후보 선출이라는 야권후보단일화의 향방은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박원순 시민후보가 참여한 ‘나꼼수’ 21회 방송 토론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두 후보 사이에 진행된 토론은 지상파방송사의 후보 토론회와는 달랐다. 박원순 후보 쪽은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가 아바타로 나서고 정봉주 전 의원과 김용민 전 교수가 박영선 후보의 아바타로 맞서는 지금껏 볼 수 없는 새로운 형식의 토론이었다. 양측의 아바타들이 주로 얘기하고 후보는 ‘기회를 얻었을 때’만 발언을 허용해 기존의 ‘나꼼수’ 특유의 유머코드를 유지했다.

토론은 공정하게 진행됐다. 양쪽의 이야기를 공평하게 맞추려고 노력했고, 다소 격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누가 이기든 향후 서울시장 선거에 협력할 것을 환기시켰다.

하지만 토론에서 박영선 후보 개인은 민주당의 굴레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후보경선 룰을 박영선 후보에게 유리하게 정하기 위해 민주당 수뇌부의 꼼수가 작동했다’는 김어준 총수의 공격을 잘 막아내지 못했다. 박영선 후보는 ‘민주당이 룰 협상에서 양보하라’는 주문을 했다는 정도였다. 또한 박영선 후보가 ‘박원순 후보의 민주당 입당을 권유’하자 김어준 총수는 ‘통합이 왜 꼭 민주당 중심이어야 하느냐’라며 언성을 높였다.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일종의 ‘시그널’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론적으로 민주당이 쌓아 온 불신은 ‘나꼼수’를 통해 선명하고 단적으로 드러났고, 박영선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4일 서울시장 경선의 책임을 지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사의표명을 하는 형국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꼼수’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는 계속해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토크 콘서트,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 방송 등 새로운 형식을 예고하고 있다. 진행자들도 ‘가카’께서 퇴임할 때까지 진행하기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박원순 후보 선거 자금 마련 펀드 모금에서 확인되듯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으로 소통하는 시민들의 사회 개혁 열망이 ‘나꼼수’를 엄호하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나꼼수’ 바람을 쉽게 잠재울 수 없는 요인들이다.

가깝게는 서울시장 보궐 선거와 201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현재, ‘나꼼수’의 열풍이 어디로 불지, 어디를 태워버릴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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