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잠정 은퇴한 지 20일이 넘었다. 그가 떠난 연예계는 태풍 그 자체였고, 그 태풍이 이제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다. 강호동이 떠난 '1박2일'과 '강심장'은 이승기가 대신하고, '스타킹'은 이특과 붐이 맡게 된다고 한다. '무릎팍도사'는 강호동 이미지가 워낙 강해 폐지 후 새 토크쇼가 나올 모양이다. 이렇게 지상파 3사를 오가며 웃음을 주던 강호동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강호동이 떠난 후 방송된 5인체제의 1박2일은 '좋았다 vs 서운하다' 반응이 팽팽하다. 강호동은 자신이 빠진 '1박2일'을 봤을까? 두문불출하고 있는 강호동의 심정은 지금 어떨까?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 심정을 얘기한다는 게 말도 안 되지만, 역지사지해봤다.

우선 강호동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건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이 아닐까? 얼마 전 강호동 부친(강태종) 인터뷰를 보니 아들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강호동 아버지는 '일부러 세금을 안 내고 그럴 아이가 아니다. 안 냈다면 내가 다 내주겠다'며 아들이 은퇴하지 않길 바랐다. 이런 믿음을 뒤로하고 은퇴를 결심할 때 강호동 심정이 오죽했겠나 싶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최고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내려왔으니 강호동은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났을 것이다.

자식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부모 앞에서는 아이라 했던가. 강호동은 세금 논란이 터졌을 때 걱정하실 부모님을 생각해 먼저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자신이 겪는 고통보다 부모님 고초를 생각한 것이다. 고향 마산에서 강호동은 집안의 자랑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욕을 먹으니 강호동보다 부모님 충격이 더 컸을 것이다. 사람들이 강호동에게 무차별 돌을 던질 때, 부모는 자식을 대신해서 그 돌을 대신 맞아주고 싶었을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된 거냐?'며 속이 타서 먼저 전화를 할 수도 있었지만 아들의 입장을 생각해 기다려 준 것도 참 대단하다.

두 번째는 억울한 생각이 들지 않을까? 세금과 땅투기 문제는 대중에게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적절치 못한 행동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처음 알려질 때 너무 확대되어 강호동은 하루아침에 천하의 나쁜 사람이 되고 말았다. 국세청에서 나중에 '공소권 없음'이라고 했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국세청에서 개인의 세금 정보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누설했는지에 대해선 반드시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 땅 투기 의혹도 '투기냐, 투자냐?'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매입 시기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또 한 번 비난의 중심에 서야 했다. 탈세와 땅투기를 한 다른 연예인, 정치인들도 많은데, 그가 모든 걸 다 뒤집어 쓴 것 같다.

세 번째는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 볼 것이다. 강호동은 지난 10년 간 너무 숨 가쁘게 달려왔다. 잠시 멈추고 돌아온 길을 되짚어 보면서 앞으로 갈 길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오히려 이런 시간들이 강호동에겐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때론 넘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강호동 팬들 또한 그가 영원히 떠난 게 아니라 더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다.

네 번째는 그가 진행하던 프로에 대한 애착은 여전하지 않을까? 특히 강호동이 아끼던 이승기가 '1박2일'의 기대주로 올라선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지 않을까 싶다. '1박2일'은 강호동의 오늘을 있게 해준 프로인데, 자신 때문에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미안함에 종영 때까지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볼 프로가 아닐까 싶다. 어디 '1박2일'뿐이겠는가? '강심장', '무릎팍도사' 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능프로는 인기에 따라 만들어지고 폐지되는 걸 생각하면 폐지되는 프로에 미련이 없을 것 같지만, 강호동에겐 그의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유재석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다. 강호동은 지난해 SBS연예대상을 수상하면서 자신에게 최고의 찬사는 '유재석과의 라이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고 했다. 이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강호동이 은퇴함으로써 유재석은 지금 혼자 가고 있다. 강호동이 은퇴한다고 했을 때 유재석이 마지막까지 극구 말린 것도 그의 인간미가 돋보였지만, 함께 갈 때 더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호동이 은퇴함으로써 유재석 1인시대가 왔다고 좋아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강호동은 유재석을 라이벌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동반자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지금 유재석과 함께 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

국민MC 칭호를 듣던 강호동. 세금과 땅매입 문제로 하루아침에 많은 사람들이 죽일 듯이 달려들 때 강호동은 인생 최대의 고통을 느꼈을지 모른다. 이제 그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있을 것이다. 언론에서 강호동이 떠난 연예계를 점치며 언젠가 다시 올 거라는 쉴드를 쳐줘도, 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복귀 서명운동을 벌여주는 것도 부담이 될지 모른다. 엊그제 '1박2일' 장터특집에서 이승기가 구례장에 갔을 때 아줌마팬이 '그 뭐여, 강호동이는...?'하고 물었는데, 그 아줌마의 말이 강호동에 대한 팬들의 마음을 대변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강호동은 아직 복귀란 말을 떠 올릴 여유가 없고,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일단 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 잠시 재충전한 후 더 좋은 모습으로 복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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