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주용중 조선일보 신임 편집국장이 취임사에서 디지털 우선 전략을 들고 나왔다. 주 편집국장은 “신문과 디지털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면서 “물론 크기가 점점 커지는 쪽이 디지털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정체성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주 편집국장은 조선일보를 미디어시장 허브로 세우기 위해 콘텐츠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방안으로 ‘기자 크리에이터’ 발굴, 독자 위주 저널리즘을 내세웠다.

지난 5일 조선일보 편집국장에 임명된 주 편집국장은 11일 취임사에서 “신문과 디지털의 공통부분이 무엇이고 비공통 부분이 무엇이냐를 가려서 효과적으로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며 “물론 크기가 점점 커지는 쪽이 디지털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주 편집국장은 “조선일보는 올해 세계 최고의 CMS인 아크를 도입했다”며 “이 ‘디지털윤전기’를 발판으로 우리 기자들이 효율성과 능률을 살려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소통 프로세스와 문화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바꾸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주 편집국장은 “사내 디지털 스쿨을 만들어 첨단 디지털 콘텐츠 관련 다양한 기술을 배우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주용중 조선일보 편집국장 (사진=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주 편집국장은 “조선일보의 정체성만 빼고 다 바꾸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조선일보를 전체 미디어시장의 허브로 우뚝 세우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대전환, 콘텐츠의 점핑이 절실하다. 멀티페르소나(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 시대의 고객들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느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바로 지금 해야 한다”고 했다. 주 편집국장은 “뉴욕타임스가 말하는 ‘에버그린 콘텐츠’(오래도록 읽힐 콘텐츠)의 한국판을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며 “바꿔 말하면 독자의, 독자에 의한, 독자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서비스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 편집국장은 ‘기자 인플루언서’, ‘기자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겠다고 선언했다. 주 편집국장은 “1인 미디어시대를 맞아 성공한 유튜버,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티브가 즐비하다”며 “기자들에겐 신문, 방송, 디지털, 유튜브 등 자신의 혼과 창의력을 발휘할 플랫폼이 주어져 있다. 우리 중 100명의 ‘기자 인플루언서’ ‘기자 크리에이티브’가 나오고 그 숫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조선미디어그룹은 새로운 100년을 주도할 수 있다”고 했다.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두식 전 편집국장은 이임사에서 “올해 아크 시스템을 도입하고 온·오프라인 병행 제작을 시작한 이후 편집국 곳곳의 혼란과 아우성을 지켜보면서 처음 편집국에 컴퓨터가 들어왔던 때를 떠올렸다”며 “컴퓨터라는 괴물과 마주한 부장과 데스크들한테서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이 ‘어떤 놈이 이런 걸 시작하자고 했냐’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분들도 스마트폰으로 기사 검색과 식당 예약을 하며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시대를 이야기한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아크 준비팀을 꾸리면서 고민이 적지 않았다”며 “통상적인 기준에 따른 편집국장 임기 2년도 다 끝나가는데 굳이 해야 하나 생각도 했다. 그러나 고민을 거듭할수록 이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와 생존이 걸린 사안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앞으로 조선일보 편집국이 만드는 디지털 콘텐츠들이 세상을 감동시키는 날이 꼭 올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주용중 편집국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기동팀장, 워싱턴 특파원, 정치부장, 국제부장, TV조선 보도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주 편집국장은 2016년 이진동 당시 TV조선 기획취재부장에게 미르재단 관련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진동 전 TV조선 부국장은 저서 <이렇게 시작되었다>에서 “(2016년 7월 26일) 본부장이 급히 찾아 본부장실로 갔더니 경제부장(정석영 TV조선 부국장)이 함께 앉아 있었다”며 “자리에 앉자 대뜸 본부장 주용중은 ‘미르재단에서 행사 협찬을 받기로 한 걸 알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경제부장(정석영)이 ‘미르재단에서 협찬받기로 돼 있는데 이 기사가 나가면 곤란할 것 같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짐작됐다”고 썼다. 서울중앙지검은 1월 ‘TV조선 국정농단 취재방해 의혹’ 고발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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