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이하 연합뉴스지부)가 조성부 사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해 47점의 성적을 매겼다. 연합뉴스 구성원들이 보도 공정성,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지위와 역할, 경영실적 등의 부문에서 현 경영진에 낙제에 가까운 평가를 내린 것이다.

연합뉴스지부는 이달 발간한 노보에서 "임기 3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연합뉴스 현 경영진이 회사 구성원들로부터 낙제로 볼 수 있을 만한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지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체 조합원 578명을 대상으로 2020년 임금협상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참여율은 64.4%, 이 중 경영진 성적을 매기는 데에는 응답자의 60.2%(224명)가 참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 조합원들은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현 경영진에 대해 평균 47점의 성적표를 매겼다. (표=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연합뉴스지부는 조합원들에게 보도 공정성, 콘텐츠 경쟁력, 인사, 사내 민주화, 경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경영진의 성적을 매겨달라고 했다. 이에 조합원들이 매긴 현 경영진 점수는 평균 47.2점이었다. 점수대별 분포는 0∼20점(47명·20.5%) ▲21∼40점(33명·14.4%) ▲41∼60점(82명·35.8%) ▲61∼80점(61명·26.6%) ▲80∼100점(6명·2.6%)으로 집계됐다.

조합원들은 지난 3년간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연합뉴스의 지위와 역할이 '약화됐다'(63.2%)고 평가했다.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은 28.6%, '강화됐다'는 응답은 5.6%로 나타났다.

올 한 해 연합뉴스 보도의 공정성에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는 답변은 57.5%, '덜 공정해졌다' 27.1%, '더 공정해졌다' 13.7%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보도 공정성이 약화됐다고 답한 조합원들은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는 지배구조'(98.0%), '포털기사 노출에 대한 압박'(35.6%)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연합뉴스 경영상황과 전망에 대해 응답자 67%는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대체로 나쁘다'는 응답은 49.5%, '매우 나쁘다'는 18.0%로 나타났다. 이들은 ‘경기 둔화와 코로나19 여파 등에 따른 언론계 수익성 악화 가속화’(56.6%), '잘못된 인사 정책 등 경영진의 경영능력 부족'(49.8%)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경영상황과 전망이 약화한 책임 주체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66.1%는 '현 경영진'이라고 답했다. '부장 이상 간부'를 꼽은 응답자는 12.7%, '일선 기자와 사원'을 지목한 응답자는 3.2%였다.

연합뉴스지부 조합원들은 경영진에 대한 별도의 의견서를 노조에 전달했다. 접수된 의견들은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는 부서별 초과근무 현황에 대한 실질적 입력 및 보상체계를 확립하고, 권력 등으로부터 독립된 기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경영진 그리고 실·국장들이 오히려 팀워크를 무너뜨리는 경향이 있다 ▲새 사장은 제발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분이 됐으면 한다. 공정보도와 경영 내실화 둘 다 힘든 과제이지만, 중심을 잡고 난세를 헤쳐갈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 ▲노동조합이 불공정 보도 문제나 인사 문제에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 등이다.

한편, 연합뉴스지부는 연합뉴스 관리·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가 편집국이 생산한 기사를 직접 분석·평가하려는 시도를 하다 포기했다고 밝혔다. 뉴스통신진흥회가 특정 주제를 선정해 연합뉴스 관련 기사를 분석한 뒤 연합뉴스 경영평가 보고서에 이를 반영하려 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지부에 따르면 뉴스통신진흥회는 올해 초 ▲주 52시간 근무제 관련 보도 ▲공직선거법 개정(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워싱턴 특파원이 생산한 북한 관련 기사 분석(기사에 인용된 취재원의 이념과 성향까지 분석) ▲한반도 및 북한 관련 보도 ▲고유정 사건을 중심으로 흉악범죄 사건 보도 등 5가지 주제를 선정, 관련 기사를 분석해 연합뉴스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가 노조의 반대로 포기했다.

연합뉴스지부는 "이런 시도는 편집권 침해 등 우려 때문에 국내 어떠한 공영언론 감독기관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의 경우 정치권의 입장이 극명히 갈렸던 사안들을 주제로 선정한 것이어서 조합의 우려는 더욱 컸다"며 "콘텐츠 사례연구가 정권의 입장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영했는지 살피는 일종의 '성적표'로 정부·여당에 활용될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지부는 "전체 7명의 이사 가운데 친정부·여당 성향의 인사가 많게는 6명까지 들어설 수 있는 현 진흥회 이사진 구조 아래에서 진흥회가 연합뉴스 콘텐츠를 직접 평가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편집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뿐 아니라 자칫 사후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나아가 기자들의 업무가 위축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충분해진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뉴스통신진흥회 측은 14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작년 하반기 경영평가 모델을 전면 개정하면서 콘텐츠 부문 평가가 기존 채점식에서 서술식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되면서 언론사 콘텐츠를 평가하는데 기사를 면밀하게 보지 않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이지 않느냐는 몇몇 이사들의 의견이 있었다"며 "연합뉴스 기사들 중 주요 이슈가 되는 부분들을 몇 가지 선택해 사례 연구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논의가 나와 많은 논쟁이 있었는데, 노조에서 크게 편집권 침해, 가치중립성 훼손 등의 이유로 크게 반발이 일면서 그런 의견을 수렴해 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5가지 주제 선정 기준과 절차를 묻는 질문에 뉴스통신진흥회 측은 "콘텐츠 평가 소위원회 위원들이 여러 차례 논의를 해 이런 주제를 선정한 것"이라며 "주제 선정은 저널리즘 원칙에 기초했고, 이런 사례연구의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소위원들이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주제를)선정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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