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이킥3'은 고등학교 국어교사 박하선 에피소드였습니다. 김병욱PD는 무려 240개의 에피소드를 준비했다는데요, 이 에피소드들이 모두 재미와 웃음을 위한 거라면 김병욱표 시트콤이 아니죠. 사회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기 때문에 웃다가도 '어, 맞아 정말 너무하네...'라고 느낄 수 있는 게 시트콤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3회에서 청년 백조 백진희가 인턴으로 취직 하기위해 10초만에 짜장면을 먹던 장면도 우리 사회 '88만원 세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은 것이었습니다.

10회에서 또 풍자가 나왔죠. 먼저 학교의 추락한 교권실태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더군요. 우선 극중에서 고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선생님 경시 현상을 먼저 볼까요. 박하선이 국어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칠판에 글씨를 쓸 때 하선 몰래 학생들이 일어나 일제히 몸을 좌우로 흔들고 손을 위로 흔들며 생쇼(?)를 하죠. 맨 앞의 여학생이 먼저 신호를 보내면 그 뒤에 있는 학생들이 따라하는 겁니다. 뭔가 낌새가 이상해 하선이 뒤를 돌아보면 학생들은 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공부하는 척하고... 그러다 또 하선이 칠판에 글씨를 쓰니 이번에는 몇 명이 아예 일어나서 춤을 추고 난리가 아닙니다. 옆에 학생들은 재밌다는 듯이 이를 지켜보고 있구요. 아무리 무심한 선생님이라도 이걸 모를 리 있나요?

박하선이 다시 뒤를 돌아다봤는데, 다른 학생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히 앉아 있는데 한 학생만 계속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박하선에게 딱 걸린 거죠. 박하선은 이 학생(문제학생이라고 하죠)에게 '너 왜 그르고 있어? 필기 안 해?'라고 하자, 이 학생은 갑자기 어깨를 만지면서 '필기를 하도 많이 했더니 팔이 아파서 체조 좀 했는데요.'라며 변명하죠. 박하선은 '그렇다고 수업시간에 일어나서 그러고 있으면 어떻게 해'라며 점잖게 타이릅니다. '네가 네 죄를 알렸다'라며 하선은 선생님답게 훈계한 겁니다.

그런데 이 문제학생은 자기 잘못을 모르고 하선에게 '어떻게 하긴요. 그럴 수도 있죠.'라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 말에 박하선이 살짝 열을 받은 듯한데요, 이 문제학생은 또 '선생님, 정수기도 아니면서 너무 깐깐한 거 아니에요?'라며 학생들 앞에서 대놓고 모욕을 줬습니다. 문제학생의 말에 학생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게 어디 웃고 넘어갈 일인가요. 만약 제가 선생님이었다면 아마 분노게이지가 100%를 넘어 섰을 겁니다. 그래도 하선은 꾹 참으며 '안 되겠다. 너 밖에 좀 나가 있어'라고 했지만, 이 학생은 '네?'하며 기분 나쁜 표정을 짓고 이 말마저 듣질 않습니다.

박하선이 분노를 참으며 다시 한 번 '못 들었니? 복도로 나가 있으라고' 했건만, 문제학생은 '싫은데요'라며 끝까지 선생님의 권위를 짓밟았습니다. 문제학생도 나쁘지만요, 이 말에 같은 반 학생들이 '우와~~~ 센데'하는 표정을 지으며 일제히 동조해 준 것도 참 나쁘더라구요. 이러니 문제학생이 더 영웅심리에 선생님을 우습게 보는 겁니다. 그때까지 화를 참던 박하선이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얼른 나가. 너 안 나가면 학생주임 선생님 부를 거야'라고 하자 그제서야 문제학생이 밖으로 나갔습니다.

박하선은 말을 안 듣는 학생에 대해 참을 만큼 참았고 수업분위기를 해친 학생을 제제한 것인데요, 나중에 보니 교무실로 문제학생 어머니가 찾아와서 자기 아들을 수업시간에 밖으로 내보냈다고 행패를 부리는 게 아니겠어요? 이 장면 보고 열 받은 시청자들 많았을 겁니다. 학부모가 교무실에 찾아와 교감선생님을 손으로 밀쳐내고,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내보냈다고 험악하게 따지는 게 바로 우리 교육현장의 현주소입니다. 박하선은 잘못도 없는데, 그 학부모에게 두 번씩이나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습니다.

김병욱PD는 무너진 교육현장을 보여주는 데만 그치지 않았죠. 지석과 하선의 야구장 데이트를 통해 그 학부모에게 똑바로 하라는 듯이 통쾌한 한방을 날렸습니다. 잘못도 없으면서 학부모에게 행패를 당한 하선이 우울해하자, 지석은 하선에게 가슴 뻥 뚫리게 해준다며 야구장으로 데리고 갑니다. 하선은 야구에 취미가 없다고 그냥 가겠다고 했지만요, 지석에게 억지로 끌려간 야구장에서 하선은 캔맥주를 꼴짝꼴짝 마시다가 취하죠. 취기가 오르자, 하선은 오늘 학부모에게 행패를 당한 것이 너무 짜증난다며 지석에게 '재수뽕, 인간 말종, 말미잘...'이라고 마구 퍼부어 댔습니다. 박하선이 지석에게 퍼부은 말은 행패를 부린 학부모에게 날리는 통쾌한 하이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옛날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을 만큼 선생님을 존경하는 풍토였습니다. 사극 '공주의 남자'에서 경혜공주나 세령이 직강 김승유를 '스승님'이라고 깍듯이 부르는 것은 신분을 떠나 스승을 존경하는 풍토를 그대로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우리 교육현장에서 스승을 우습게 보는 세태가 됐습니다. 물론 선생님들의 잘못도 있습니다. 버릇없거나 말을 잘 듣지 않는 학생들을 따끔하게 가르치지 않고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이라며 못 본 채 넘어가다보니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릅니다.

그런데요, 이런 장면들이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라는 거예요. 박하선이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이 뒤에서 생쇼를 하는 장면은 실제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고, 인터넷으로 학생들이 찍어서 올린 유사 동영상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뉴스에도 나왔던 그 유명한 동영상에서는 남자 선생님이었는데요, 어제는 박하선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를 재연한 겁니다. 김병욱PD가 웃자고 보는 시트콤에 왜 이런 에피소드를 넣었을까요? 박하선의 술기운을 빌어 추락하는 교권 현실에 통쾌한 한 방을 날린 게 아닐까요?

잘 키운 아줌마 열 처녀 안 부럽다. 주부가 바라보는 방송 연예 이야기는 섬세하면서도 깐깐하다.
블로그 http://fiancee.tistory.com 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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