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노조 혐오 발언·노조간부 부당전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노황 전 연합뉴스 사장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법원이 인사권 등 사장의 재량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해 언론사의 노조 무력화를 사실상 합법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배성중 부장판사는 10일 노동조합법·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사장의 노조 관련 발언이 실제 존재했는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고, 발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사장의 발언이 '의견 표명의 자유'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는 점도 무죄 선고의 이유가 됐다.

노조간부 부당전보 혐의에 대해서는 박 전 사장이 취임 후 추진한 '지역-본사 인력교류 활성화' 정책에 일환이었으며 노조원이 아닌 노동자 중에 지역 발령자가 상당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2015년 3월, 당시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이 국기게양식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박 전 사장은 취임 직후인 2015년 5월 회사 간부 워크숍에서 "언노련(전국언론노동조합)과 연결된 노조는 회사에 암적인 요소이고, 암적인 요소는 반드시 제거한다"는 발언을 한 혐의, 비슷한 시기 열린 편집회의에서 "일부 간부들이 개인 이익을 위해 노조를 이용한 것은 정상적인 노조가 아니다. 과거에는 이를 묵과하고 두려워하기도 했지만 나는 이를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이 노조 조합원의 신분을 위협하고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고, 노조 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검찰은 2012년 연합뉴스 파업 당시 노조위원장과 전 노조 공정보도위원회 간사에 대한 지방 전보 발령도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단, 공소사실에 추가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이하 연합뉴스지부)는 성명을 내어 "법원이 기자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광범위한 인사 재량권'을 활용하라고 언론사 사주들에게 알려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지부는 "1심 재판부가 박 전 사장이 언론계와 사회에 끼친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사장의 재량권을 이처럼 광범위하게 인정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며 "특히, 전 노조위원장 등의 발령은 전례가 없었던 매우 이례적 인사"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지부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갑작스레 지방으로 쫓아내 가족과 떨어져 살도록 한 것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인사권 행사로 포장해준 재판부에 어이가 없을 따름"이라며 "재판부는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전보 대상자 대다수가 이런저런 이유로 당시 경영진에게 밉보인 인사였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피상적이고 소극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지부는 "경영진이 몇가지 발뺌할 핑계만 준비하면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노조를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를 쥐여준 꼴"이라며 "개인의 정치적 아집이나 유무형의 이익을 위해 기자정신과 양심을 정치 권력이나 자본 권력에 팔아넘기려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공영언론이 올곧게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