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내 공공부문 방송사 비정규직·프리랜서 규모 비율이 약 4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조사에서 공영방송인 KBS(서울·지역)와 MBC(서울)의 경우 프리랜서 인력현황을 제출하지 않아 실제 공공부문 방송사의 불안정노동자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적극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9일 '방송사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실태-공공부문 방송사 프리랜서 인력활용'(김종진 선임연구위원)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으로부터 제공받은 50개 공공부문 방송사 인력현황 자료(2020년 9월~10월 조사)를 바탕으로 분석 결과를 내놨다.

조사 대상은 지상파의 경우 KBS 서울과 지역총국, MBC 서울·지역, EBS, 국악방송(라디오), TBN도로교통공단, TBS FM·eFM, 부산영어방송, 광주영어방송, 아리랑 제주FM, 공동체라디오 등이다. 비지상파의 경우 아리랑국제방송, KTV, 국회방송, 국방TV, OUN방송대학TV, 한국직업방송, 국악방송(PP), 연합뉴스TV, TBS TV 등 9개사다.

(사진=shutterstock)

자회사를 포함한 공공부문 방송사 비정규직·프리랜서 비율은 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를 제외한 인력현황을 살펴보면, 국내 공공부문 방송사 전체 인력은 15,227명이다. 이 중 비정규직은 전체 인력의 18.9%(2,891명), 프리랜서는 15.9%(2659명, KBS·MBC 서울 제외)로 조사됐다.

공공부문 방송사 비정규직은 크게 기간제(4.3%, 665명), 파견용역(14.5%, 2215명)으로 구분된다. 지상파 비정규직 비율(2826명, 19.9%)이 비지상파(65명, 0.6%)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비정규직 활용이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곳도 있었다. 한 방송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40.7%였고, MBC 16개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30.9%였다. 이들 방송사는 각각 파견용역 인력을 31.1%, 27.7% 활용하고 있었다.

김 연구위원은 "공공부문 방송사 비정규직 활용의 특징은 기간제, 시간제, 간접고용, 프리랜서, 자회사까지 모든 고용형태가 각 직무별로 거의 대부분 활용된는 점"이라며 "이는 다른 산업·업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고용구조"라고 짚었다.

프리랜서 인력현황은 미제출 기관인 KBS 서울·지역, MBC 서울을 제외하고 2,659(15.9%)명으로 집계됐다. 프리랜서 비중은 지상파(14.3%)에 비해 비지상파(36.4%)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지상파 중 가장 규모가 큰 KBS, MBC가 제외됐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KBS의 2018년 프리랜서 규모는 약 1009명이다.

공공부문 방송사 프리랜서 활용은 전체 인력의 3분의 2가 넘는 곳이 3곳 확인됐다. 김 연구위원은 "방송사 C사(65.2%, 178명), H사(68.4%, 26명), O사(77%, 57명)는 10명 중 7명이 프리랜서 인력으로 활용하는 곳"이라고 했다.

공공부문 방송사 프리랜서의 10명 중 7명은 여성(71.2%)이었다. 특히 특정 직업군에서 여성만 프리랜서로 활용되는 직무는 16개로 나타났다. 20~30대 여성이 프리랜서의 75%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J사(90.2%), T사(85.2%), A사(77%), R사(73.8%), N사(72%)는 프리랜서 10명 중 7명 이상이 여성이었다. 지역 MBC 16개사 중 여성이 70% 이상인 곳은 10곳이나 되었다"고 했다.

공공부문 방송사 비정규직·프리랜서의 임금은 정규직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비정규직은 35, 프리랜서는 24.7이었다. 지역 지상파 프리랜서의 월 평균 소득은 180만 3천원이었다. 작가의 경우 성 비율에 따라 월평균 소득이 차이가 났다. 남녀 고용이 균형적인 곳의 방송작가 평균 보수는 186만원, 여성만 있는 곳의 작가 보수는 165만원으로 나나타났다.

월 평균 보수가 높은 프리랜서 직군은 조명(355만원), 아나운서 (296만원), 상담안내(280만원), 콘텐츠관리(279만원), 라디오DJ(253만원) 등이었다. 보수가 낮은 프리랜서는 리포터(98만원), 캐스터(120만원), 수화(122만원), 자료조사(137만원), 방송진행(149만원) 등이었다.

공공부문 방송사 비정규직 및 프리랜서 규모(표=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방송사는 청년여성 비정규직과 프리랜서를 '착취'하여 운영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는 방송산업에서 지극히 불안정한 노동 위치에서 방송제작·지원과 같은 노동이 오랫동안 비공식화된 비가시적 영역으로 취급받고 경제적 보상으로부터 배제된 채 일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민간방송사만이 아니라 공공부문 방송사조차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고용구조·노동환경 개선이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실태파악이 안 되고 있다는 점과 개선의지가 미약한 것이 주된 이유"라며 "최근 몇 년 동안 국회에서 PD, 아나운서, 작가, 스태프 등 프리랜서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 연구위원은 방통위의 대책수립을 촉구했다. 김 연구위원은 "방송사 비정규직·프리랜서 문제는 단순 처우 개선이 아닌, 조직 내 성차별적인 고용구조와 소득 재분배라는 관점에서 방통위가 '평등'한 방송산업의 고용구조와 노동환경 개선정책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 연구위원은 "공공부문 방송사에서 조차 정부 표준계약서를 활용하고 있는 곳은 절반정도에 불과했다. KBS와 MBC 계약서에는 ‘질병’과 같은 사유가 계약해지 조항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노동감수성을 찾아보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영국 BBC, 캐나다 CBC의 프리랜서 계약 사례를 일종의 모범사례로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BBC는 프리랜서 표준계약을 온라인으로 체결하고 있다. BBC는 프리랜서에 대해 일반 BBC 임직원에 준하는 의료와 안전 규정을 적용하고, 3년 이상 근무한 프리랜서 인력에 대해서는 정규직 계약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 규정을 뒀다.

CBC는 프로그램 조기 종료 시 프리랜서에게 계약종료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CBC는 캐나다 프리랜서 노동조합(미디어길드 캐나다지부 CMG)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프리랜서 노동자의 급여와 제작사로서의 권리를 명문화하고, 프리랜서 노동권·저작권 보장과 관련한 사항을 가이드라인 형태로 제작·배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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