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멋있는 게 록인지 처음 알았어요' 김경호의 무대를 접한 중년여성의 소감입니다. 어제 나는가수다 2차경연에서 김경호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보였습니다. 이 무대를 통해, 그의 록스피릿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록이 주는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고, 그의 록스피릿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십수 년 전 청춘의 흥분을 되살릴 수 있었지요.

지난 1차경연에서 김경호는 4위에 머물렀었는데요, 첫 출연에 7번 순번이 1등을 차지해온 그동안의 전례와는 다소 어긋났던 결과였지요. 당시 김경호는 자신의 대기실에서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지켜보며 상당히 긴장모습이었습니다. 스스로 간절히 원하고 기다렸다는 나가수에 출연하게 됐지만 그 기대만큼의 부담감도 상당해 보였지요. 그리고 무대에 섰을 땐 얼굴에 경련이 일 정도로 긴장했었습니다. 그날 그는 관록이 묻어나는 바이브레이션으로 세월의 무게를 보여주는데 만족했습니다. 전성기의 날카롭고 폭발적인 샤우팅은 여전히 추억으로 남겨지고 말았었지요.

그리고 어제 2차경연을 앞두고도 김경호의 긴장감은 여전해 보였습니다. 2번째 무대임에도 청중평가단 앞에 선 그는 낯설어보였지요. 특히 확연하게 떨리는 그의 턱을 보면 17년 동안 800회 이상 라이브공연을 펼쳐온 그의 경력이 무색했습니다.

하지만 간주가 시작되자 이내 자신을 잡고 음악에 몰입해 들어갔지요. 조용필의 '못 찾겠다 꾀꼬리'를 선곡한 그는, 푸르스름한 조명아래 굳은 얼굴로 '못 찾겠다 꾀꼬리'를 읊조렸는데요, 이어진 유려한 음색에선 어딘가 슬픔이 묻어나왔지요. 마치 전성기 시절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의 아련한 미성을 연상시켰습니다. 이런 가라앉은 분위기는 강렬한 기타사운드와 김경호의 헤드뱅잉으로 극적으로 반전됩니다. 가슴을 두드리는 드럼과 호흡을 압도하는 메탈릭한 기타 선율을 넘어서는 김경호의 샤우팅이 17년의 세월을 넘어 돌아온 것이지요. 턱에 경련이 일정도로 긴장했던 김경호는 록의 선율에 몸을 맡기는 헤드뱅잉 속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17년 동안 온 몸에 축적되어온 록스피릿은 강렬한 기타사운드를 기폭제로 하여 그 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나왔습니다.

관객을 쏘아보는 강렬한 눈빛과 기타를 리드해가는 파워풀한 김경호의 목소리 그리고 드럼비트에 어우러진 헤드뱅잉은 록음악만이 표출할 수 있는 강렬하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이지요. 자신이 지난 세월동안 자신만의 공연 속에서 늘 보여왔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당당하게 관객들에게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관객들을 향해 마이크를 건네자, 청춘의 로망 김경호를 기억하는 장년층 역시 다시금 청춘이 될 수 있었습니다. '얘들아~~'를 목청껏 외치는 관객들은 어느새 록스피릿 속에 온전히 잠겼습니다. 강렬한 록의 정신은 긴장감에 얽매였던 김경호를 일깨웠고, 록으로 충만해진 김경호는 관객들의 숨어있던 열정을 일깨웠습니다.관객들의 샤우팅을 유도해내는 김경호의 모습은, 그가 왜 라이브의 강자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무대에 앞서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공연을 이 한 곡에 담고자 한다고 밝혔던 김경호인데요, 이 한곡에서 김경호는 자신의 17년 음악인생을 펼쳐냈고, 관객들은 진정 록과 소통할 수 있었지요. 특히 그와 동시대를 살아온 장년층에겐, 청춘의 열정을 끄집어 내준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김경호와 더불어 '얘들아~'를 외쳐대는 장년들은 그 순간 청춘이 될 수 있었지요. 흥분과 설레임-청년 시절을 관통했던 열정의 코드를 십수 년만에 되살려낸 이들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이날 김경호가 선보인 고음처리는 전성기만큼의 날카로움에 비해 다소 무뎌진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을 탄탄한 세월의 관록이 대신했습니다. 김경호와 더불어 세월을 풍미해온 장년들에게 그것은 삶과 추억의 증거겠지요. 그래서 청춘의 증거인 동시에 살아온 날의 증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음악이 경이로운 이유겠지요.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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