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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없는 세계인권선언의 날 맞아 참담"인권시민사회단체 세계인권선언 72주년 기자회견...낙태죄 철폐, 차별금지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김혜인 기자 | 승인 2020.12.10 18:57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인권·시민사회 단체들이 세계인권선언 72주년을 맞아 광화문에 모였다.

10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목표로 하는 전국 141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인권운동더하기’가 함께 주최한 기자회견에는 코로나19로 인해 6명의 발언자가 참여했다. 차별금지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낙태죄 폐지 촉구 등 2020년 화두였던 인권 이슈를 알리는 자리였다.

10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72주년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창한 조혜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은 사회에 차별이 무엇인지 알림으로써 차별받는 이들뿐 아니라 모두에게 차별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며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2020년은 각 당에서 차별금지법을 낸 중요한 도약의 해”라면서도 “오늘까지 더불어민주당은 답이 없고, 국회에는 관련 법이 1건만 남아있다. 이대로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이한 게 참담하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즉각 제정’을 촉구한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오늘은 세계인권선언 72주년이자 김용균 사망 2주기다. 올해 우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어제 국회에 통과되지 못했다. 한 해 2,400명의 노동자가 사망한다”고 말했다.

정 활동가는 “세계인권선언 제3조에는 ‘모든 사람은 생명과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로 일터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노동자는 ‘너가 잘못했지’란 말을 듣고 CEO는 책임지지 않는다”며 “한 해에 10명이 죽어가는 기업은 대기업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난 참사를 일으킨 기업을 국가와 사회가 막아내는 법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며 “임시국회에서라도 꼭 통과돼서 김용균 노동자의 묘지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올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이른 시일 내에 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 중 하나로 낙태죄 폐지가 꼽혔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인 활동명 ‘앎’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임신중지 당사자와 임신 중절 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는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시한 내(12월 31일)로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헌재 결정을 효력을 잃게 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은 수많은 시민이 낙태죄 폐지를 외쳐온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은 이번 기회에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 임신중지를 선택한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처벌하는 게 아닌 권리 보장과 지원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진료거부허용 등 법적 장벽은 성폭력 피해자, 아동 청소년, 장애인, 의료취약층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더는 사회적 불평등을 개인의 몫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10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인권운동더하기가 주최한 '세계인권선언 72주년 기자회견'에서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오늘은 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공동 발의한 ‘탈시설 지원법’이 나온 날”이라며 “세계인권의날인 오늘을 기준으로 더 이상 차별과 억압이 나와서는 안 된다. 21대 국회는 탈시설 지원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외쳤다.

변 활동가는 ‘청도 대남병원 코로나 감염’ 사건을 언급하며 “정부가 장애인을 집단으로 묶어 코호트 격리 대상으로 삼았기에 발생한 사건이다. 지난 50년 넘게 사회가 장애인을 다뤄온 방식탓에 장애인들은 6인 1실, 8인 1실에 뒤엉켜 모든 인권을 복지사에게 위탁한 채 살아간다”고 토로했다.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기후위기 문제를 꺼냈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후위기 증언대회에서 만난 야외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사례를 소개했다. 한 건설 노동자의 경우, 2018년에는 동료들이 폭염으로 쓰러지는 것을 봤는데 올해는 50일 넘는 장마로 일을 하지 못해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증언했다.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는 정부의 석탄 폐쇄 정책에 동의하지만, 본인들의 고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활동가는 “야외 노동자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죽어가고 쓰러지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논의를 한다며 정작 야외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주제로 다루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하종 한국전쟁유족회특별법추진위원회 회장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과거사 진상규명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국가가 특별법을 도입해 집단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누구나 동등하고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을 부정해온 억압과 착취, 차별의 구조를 깨고, 피해자의 곁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을 함께 열어야 한다”며 “위기가 권리 침해를 정당화하며 또다시 기존의 체계를 답습하는 국가와 자본의 기회가 되지 않도록 우리가 전환 주체로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재난 시대, 인권을 원칙으로 한 대응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중대 인권침해와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낙태죄 완전 폐지 ▲기후위기 해결 등을 촉구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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