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의당 브리핑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정의당이 하는 것은 돕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정의당은 “명백한 갑질이자 협박”이라며 민주당 지도부에 합당한 조치를 촉구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9일 오후 브리핑에서 “어제 저녁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우리당 조혜민 대변인에게 법사위 낙태죄 공청회 관련 브리핑 내용에 대해 항의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8일 오후 6시경 김 의원이 조 대변인에게 전화해 ‘왜곡된 브리핑’이라고 항의하며 “조치하지 않으면 낙태죄 폐지는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정의당이 하는 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김 의원이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함께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법안이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정 대변인은 “법안을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고자 인질 삼아 압력을 행사했다니 집권여당 국회의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명백한 갑질이자 협박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폭력”이라며 “거대 여당 국회의원이면 타 당 대변인에게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짓을 벌여도 되는 것인지 민주당 지도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민주당 지도부에 이번 일과 관련해 김 의원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을 포함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조혜민 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당시 느낀 감정은 화남보다 두려움이었다”며 “혹시나 나로 인해 우리 정당이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과 30대 여성 정치인이기에 갖는 무서움이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정의당 대변인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왜곡 논평을 발표했다”며 “악의적으로 왜곡한 논평으로 폭력을 자행한 정의당의 책임있는 사과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 같은 논란의 계기는 김 의원의 낙태죄 폐지 관련 발언이다. 지난 8일 김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낙태죄 폐지 관련 공청회에서 “남성이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이고 남성도 심각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남성의 인식, 20~30대 남성들이 이 법안을 바라보는 평가, 시선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낙태죄 폐지에 대한 여성들의 반대의견은 잘 알겠으나 남성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등 어이없는 말들을 일삼고 여성들의 삶을 짓밟았던 공청회에서의 망언들을 굳이 다시 언급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낙태죄에 대해 과거와 달리 남성도 함께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인식 아래 해당 법안에 대한 2030 남성의 생각이나 의견 등이 조사·연구되었는지 물었다”며 “남성의 의견을 묻지도 못하게 하는 것, 이것이 곧 폭력”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김 의원은 10일 오전 "정의당이 '30대 어린 여성 대변인'을 강조한 것이 불편하다"며 "정당 대변인이면 그냥 '대변인'인 것이지 정의당 스스로가 왜 '여성' '어린' '대변인'을 강조해 이야기하냐"고 말했다. 이어 "정의당의 논평이야말로 타인에게 공포감을 주는 협박이고 갑질"이라며 "이 글을 마지막으로 어떤 논쟁도 이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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