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시즌제 코너가 몇 개 존재한다. 그중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그런 만큼 파급력도 큰 것은 단연 가요제 시리즈가 될 것이다. 단순히 예능에서 재미삼아 한 것이라고 가벼이 볼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온 것이 무한도전 가요제다. 특히 올해는 무한도전 가요제의 브렌드 가치가 어느 때보다 빛났다. 히트곡도 많이 나왔다. 아니 전곡이 모두 히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한도전 가요제가 끝나고 한 동안은 나가수조차 꼼짝 못할 정도로 음원 사이트를 독점했다.

재미 삼아 만든 가요제가 이제는 장난이 아닌 진짜 가요제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 가요제의 폭풍이 지난 후에는 부록으로 따라오는 것이 있다. 바로 <하나마나> 공연이다. 정식 가요제와는 달리 게릴라 콘서트 형식으로 무한도전이 좀 더 국민들과 밀접한 곳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 이 하나마나 공연의 핵심이다. 그런데 공연 내용을 살펴보면 말이 하나마나일 뿐 이것이야말로 진짜 국민예능 무한도전의 진심을 담은 진짜배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마나공연은 겸손한 표현일 뿐 사실은 전무후무한 국민밀착형 공연이다.

이번 하나마나 공연의 주제는 커버밴드였다. 서해안 가요제에 팀으로 출전했던 원래 가수들이 아니라 그들을 흉내 내는 다른 멤버로 교체해서 공연에 나서기로 한 것. 물론 이 아이디어의 원천은 지드래곤과 박봄 대신 후배 개그맨들과 행사를 뛰었던 박명수에서 나왔다. 그래서 각자의 멤버들은 커버그룹이긴 해도 오리지날에 밀리지 않을 강력한 대타를 구했다.

유재석은 이적 대신에 이정을, 박명수는 지드래곤과 박봄 대신에 김영춘, 김신영을, 하하는 십센치 대신에 고영욱과 올밴을, 길은 바다 대신에 신세경을, 노홍철은 싸이 닮은 꼴 100%인 박효준을 캐스팅했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끝까지 평범을 거부했다. 정준하는 스윗소로우 대신에 인형을 캐스팅했고 이번 하나마나 커버그룹의 백미인 파리돼지앵은 이봉원을 닮은 정재형을 이봉원 대신에 캐스팅해 멤버들의 항의와 감탄을 동시에 받았다.

그렇게 구성된 3차 하나마나 공연은 과거 박명수의 매니저였던 맹꽁이(정석권)실장이 짜놓은 깨알같은 스케줄을 따라 버스로 이동했다. 이날 첫 무대는 산곡여중 조회시간을 급습했다. 연예인이라면 무조건 반응하는 청소년들로 첫 무대를 잡은 것은 고된 일정을 보낼 하나마나 커버그룹들의 사기 진작을 감안한 장소였다. 그러나 문제는 모두가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전판을 돌려 선택된 두 팀만 공연하고 나머지는 버스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또 한 팀은 주변의 작은 공연장으로 갔다.

첫 번째 공연의 행운은 정준하와 박명수 팀이 선택됐다. 한편 하나마나 공연하면 떠오르는 찜질방 공연은 길과 신세경이 뽑혔다. 산곡여중에서의 공연은 당연히 불처럼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고, 최고 연예인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찜질방 공연에 나선 신세경은 결코 주저하는 모습없이 자연스러운 공연과 팬싸인회를 가졌다. 여기까지만 해도 신세경의 본색은 드러나지 않았다. 소녀 스타치고는 난감한 상황도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생각 정도를 들게 했을 뿐이다.

신세경의 본색이 드러난 것은 정작 다른 팀 공연에서였다. 다음 공연은 추석 연휴에도 땀 흘려 일하는 한 공장 포장라인이었다. 이곳에서 공연할 팀은 파리돼지앵과 철싸(노홍철.박효준)이었다. 문제는 파리돼지앵 공연에 반도네온 연주자가 게스트로 필요했는데 이 상황을 들은 신세경은 먹던 도시락을 급히 덮으며 자신이 한다고 자청을 하고 나섰다. 보통의 예능이라면 여자 연기자들은 안한다고 빼다가 억지로 나가는 듯한 그림이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신세경은 그런 전형을 깨트리고 “여자가 해야 예쁘잖아요”하며 찬합과 환풍구 재료로 모양만 반도네온처럼 만든 반찬네온을 들고 파리돼지앵을 따라 공연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진짜 놀랄 일이 파리돼지앵의 무대에서 벌어졌다. 웃기는 악당(樂堂) 파리돼지앵답게 정재형이 쓸 마이크 스탠드가 없어 접착 테이프로 마이크를 파이프에 묶어 연주하는 굴욕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파리돼지앵은 아무리 열심히 음악만 해도 웃길 수밖에 없는 팔자를 타고 만들어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런 파리돼지앵의 존재감을 말없이 진압한 것이 바로 신세경의 반찬네온 연주 아니 연기 모습이었다. 마치 진짜로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것처럼 천역덕스럽다 못해 뻔뻔함까지 느끼게 하는 이 청춘스타의 모습에 보는 사람들은 모두 뒤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장인 공군부대에서 홍일점 신세경의 이름은 함성을 넘어 절규가 되었다. 흥미진진한 군부대에서의 마지막 하나마나 공연은 다음 주로 넘겨졌다.

무한도전 하나마나 공연은 많은 웃음과 재미를 주고 있다. 그러나 하나마나 공연에 단지 재미만 담긴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일상에 지친 국민들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아주 특별한 무한도전만의 파격적인 탈스타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 톱스타의 품위 따위 생각하지 않고 시장통으로, 공장 속으로 찾아간 무한도전의 하나마나한 공연은 재미 이전에 훈훈한 재능기부나 다름 없었다. 그것이 방통심의위로부터 중징계인 경고 결정이 난 시점과 겹치는 것이 참 공교롭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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