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9승으로 10승을 목전에 두고 신인왕에 경합 중인 임찬규에게 있어 데뷔 첫 선발 등판인 오늘 두산전의 최상의 시나리오는 승리 투수가 되며 10승을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무난한 시나리오는 승패와 무관하게 호투하는 것이었고,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량 실점하며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되며 패전 투수가 되는 것이었는데 결과는 최악의 시나리오였습니다.

▲ 역투하는 임찬규 ⓒ연합뉴스
임찬규가 대량 실점 패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된 것은 야수들의 엉성한 수비 때문입니다. 1회말 1사 3루 김현수의 타석에서 포수 김태군은 3구를 뒤로 빠뜨리는 패스트볼로 선취점을 허용했는데 너무나 손쉽게 내준 실점이라 맥이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관전평에서도 지적했지만 김태군은 두드러지게 취약한 도루 저지 능력 못지않게 기본적인 포구 능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김태군은 1회말 양의지의 타석에서 파울 플라이를 잡지 못하는 수비 실수를 범해 한 이닝에만 실책과 다름없는 플레이를 2개나 범하며 동계 훈련에서 제대로 된 선발 수업을 받은 적도 없으며 경험도 전무해 선발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어려운 임찬규의 투구 이닝을 늘렸습니다. 노쇠기에 접어들었다 해도 어색하지 않은 만 36세의 주전 포수 조인성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백업 포수조차 없는 LG의 현실은 2012 시즌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합니다.

승부처는 4회말이었습니다. 2:1로 뒤진 1사 만루에서 김재호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병살타로 연결시키기는커녕 송구 직전 공을 놓친 오지환의 클러치 에러의 순간 경기는 끝난 것과 다름없습니다. 조인성, 정성훈, 이진영 등 주전 타자들이 제외된 가운데 LG에 매우 강한 니퍼트가 마운드에 있었기에 2점차로 벌어지자 역전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했기 때문입니다. 오지환의 클러치 에러 능력은 참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다른 야수들은 실책을 범해도 실점과 연결되지 않거나 승부처와 무관한 상황에서 발생하곤 하는데 유독 오지환의 실책은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일어나며 LG의 패배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오지환의 수비 집중력이 유독 승부처에서 뒤떨어지는 것은 멘탈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공수 양면에서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패전의 멍에를 쓴 것은 아쉽지만 임찬규도 그다지 인상적인 투구 내용을 선보이지는 못했습니다. 4회말 오지환의 클러치 에러 이전에 투수라면 절대 범하지 말아야할 밀어내기 볼넷을 비롯해 두 개의 볼넷을 내주며 야수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린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강판으로 직결된 5회말 2실점 역시 2사 후 2개의 볼넷을 내준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시즌 내내 혹사를 당했을 뿐만 아니라 야수들의 엉성한 수비로 투구수가 불어나 힘에 부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만 18세의 임찬규가 차후 LG 마운드를 15년 동안 이끄는 에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제구력 보완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임찬규의 10승과 신인왕 타이틀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니퍼트를 상대하도록 한 다음 배영섭의 신인왕 타이틀을 위해 절치부심하는 삼성을 상대로 등판시키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2번을 등판시켜 한 번이라도 이기면 되는 것 아니냐하는 안이한 발상에서 니퍼트와 삼성으로 이어지는 맞상대를 박종훈 감독은 계획한 듯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습니다. 어차피 1승만 채워야 한다면 두산의 선발이 그나마 상대해볼만한 10월 3일 경기에 단 한 번 등판시키며 조인성, 정성훈, 이진영 등 주전 타자들을 동원하는 총력전을 선택하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 번이나 어려운 상대와 맞붙게 해놓고 정작 주전 타자들을 벤치에 앉혀 둬 임찬규에게만 10승의 부담을 전가하는 기용은 명분도, 실리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LG 타선은 2회초 2사 후 김태군의 적시타를 제외하고는 8이닝 동안 침묵하며 추가 득점에 실패하며 완패했습니다. 이병규, 박용택, 작은 이병규의 중심 타선은 단 2안타에 묶였습니다. 아무리 4강에서 멀어지고 부상 등으로 인해 의욕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시즌 끝까지 지켜보는 팬들을 무색하게 하는 무기력의 극치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