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판을 향해가는 2011 K리그, 승부조작 파문부터 크고 작은 일들을 겪은 올 한해가 파란만장했는데요. 새롭게 변화와 혁신을 준비하는 K리그, 하지만 그 변화에는 불편한 진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K리그의 최대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승강제, 사실 이 승강제는 예전부터 K리그 경쟁력을 위해 언급됐던 부분입니다. AFC챔피언스 리그에 참가하기 위한 자격요건부터 궁극적으로 리그의 이상적 내일로 꿈꿔왔던 제도, 거기에 올해 터진 "승부조작"의 여파를 최대한 깔끔하게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이상으로도 승강제는 언급되고 있습니다.

스플릿 시스템, -16개 팀을 상위 8개팀과 하위 8개팀으로 나눠 다시 한 번 리그를 한 뒤 최종 순위를 정하는 방식- 지금 과도기란 평을 받는 K리그가 내년부터 승강제 도입을 위해 준비한다는 이 시스템은 스코틀랜드의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과도기적 방안들이 과연 승강제로 인한 피해와 어려움을 막아줄 수 있는지에 대해선 그리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누구라도 오고 싶은, 그래서 어떻게든 승격되고 싶은 1부 리그. K리그의 현실이 그런지 의문이 듭니다. 또, 어떤 팀이라도 2부 리그에 강등되더라도 그 안에서 정상적으로 팀을 꾸려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듭니다.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과 우려, 그 바탕을 만들지 않은 가운데 맹목적으로 추진되는 승강제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는 거.

더구나 스플릿 시스템의 기준이라 할 8개팀씩 나뉜 순위표란 걸 가정할 때, 리그의 오늘 현재 순위는 좋은 참고가 될 듯한데요. 1위부터 8위까지 포진한 팀들, 바로 우리 K리그의 빅클럽들은 다 대기업 소속 구단들입니다. 반면, 9위부터 16위엔 우리 K리그의 모든 시도민구단과 상주, 성남이 자리하고 있다는 거, 놀랍지 않습니까? 일부러 그렇게 분류하려해도 그렇게 나눠있기 힘들 듯도 한데, 참 대단한 우연인지, 아니면 우리에게 다가올 뻔할 내일은 아닐는지.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의 후원을 받는 구단들이 강등될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의문입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팀, 하나의 기업에서 2~3개의 팀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과연 이런 팀들이 강등을 받아드릴 수 있을까요?

승부조작이란 최대 위기에서 벗어나 리그의 경쟁력을 새롭게 강화시킨다는 승강제가, 자칫 또 다른 문제의 씨앗은 아닐는지. 바람직한 리그의 내일이라며 창단을 부채질했던 시도민 구단들. 그들은 자생력도 완전하지 않은 가운데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여러 시도민구단들이 침묵의 반대를 대승적 찬성이란 이름으로 대신하는 동안, 그들의 내일은 점점 더 불투명해져 가는데요.

올 시즌, 시즌 막판 하위권에 놓인 구단들에겐 6강 경쟁만큼이나 10위권 진입, 한 자릿수 순위 확보가 치열합니다. 다가오는 승강제에 대한 공포와 그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하겠다는 의지죠. 이런 점이 바로 승강제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리그 막판을 보는, 그리고 그 시도민구단들의 처절함을 보는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불편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