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2 출신의 허각이 마침내 공중파에서 1위를 했다. KBS뮤직뱅크에서 막강한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제치고 당당하게 1위를 함으로써 '오디션'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1위 가수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허각은 슈퍼스타K 출신 최초 공중파 1위 가수가 되었다. 이는 물론 허각이 뛰어난 가수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그 점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보통 무언가를 크게 이룬 사람들은 주목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가만 보면 그 앞에는 같은 곳에서 묵묵히 길을 열어주었던 선배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EPL의 박지성이 그렇다. 그가 있기에 한국의 많은 후배들이 해외진출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박지성처럼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더라도, 먼저 가서 개척한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그 덕을 보고 성공을 이룬 케이스는 너무나 많다.

슈퍼스타K 출신들은 공중파에서 방송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유는 뻔하다. 케이블방송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이 너무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출연자를 공중파가 방송하게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되면 케이블방송의 세력을 더욱 키워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인국은 SBS강심장과 김정은의 초콜릿으로 공중파에 데뷔했을 뿐, 음악 방송에 나가지는 못했었다. 결국 서인국이 자유롭게 KBS음악방송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고 나서부터다.

'남자의 자격 - 합창단'은 KBS 예능의 가장 큰 이슈였다. '박칼린'이 화제를 몰고 왔고, KBS는 전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서 서인국은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촬영했다. KBS 뮤직뱅크로의 길이 열린 순간이다. 이후로 KBS는 슈퍼스타K 출신을 무대에 내보내고는 했다. 그 전까지는 안 되던 일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다.

허각이 뮤직뱅크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서인국 덕분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허각은 아직도 뮤직뱅크에 출연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물론 그 전에 방송에 나온 김보경, 장재인 등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런 점에서 케이블 오디션 출신으로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방송 활동을 하고 기회를 만들어 왔던 서인국에게 허각이 감사함을 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슈퍼스타K 출신 선배들의 노력을 통해 슈퍼스타K 출신의 지상파 입성은 점점 더 수월해 질 것으로 보인다. 장재인이 이태권과 합동 무대를 가졌고, 강승윤이 하이킥3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앨범을 내면 MBC에도 출연이 가능해질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른 슈퍼스타K 출신의 가수들에게도 MBC 문이 열리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어쨌든 허각의 1위는 대단하다. 문이 열렸더라도 그 문으로 들어가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그의 노력과 재능이 만든 사건이었다. 그는 진정한 슈퍼스타임에는 분명하다. 이제는 지상파 1위 가수로서의 위엄을 가지고 더욱 넓게 방송의 문을 열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멋진 허각의 스토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음악에 미친 사람들이 '방송사'들의 알력 다툼에서 벗어나 음악과 노력으로 그 문을 열어 나가는 그 모습들만으로도 우리는 멋진 슈퍼스타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 어려운 길을 맨 앞에서 걸어간 서인국에게 찬사를 그리고 지상파 1위를 당당하게 차지한 허각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