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선발승을 올린 한기주는 단순한 1승만이 아니라 기아의 플레이오프 승리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보였습니다. 어설픈 2위에 대한 기대보다는 플레이오프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경기를 하느냐가 중요한 기아로서 한기주의 선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선발 가능성 보인 한기주와 신인 류재원의 활약 흥미롭다

2년이 넘는 기간을 치료와 재활로 보내야 했던 한기주의 복귀는 화제가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1군 복귀와 함께 선발로 나섰던 한기주는 비록 패배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팀은 그를 선발로 묶어두지 못했고 다시 불펜으로 내려간 그는 효과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시즌을 마무리하는 듯했습니다.

자의보다는 다시 팀 사정에 의해 시즌 막판 선발 보직을 명받은 그의 투구는 많은 이들에게 중요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선발 로테이션이 완벽하게 무너진 상황에서 단기전 선발 가능성을 점쳐보는 마지막 테스트는 팀 전체의 틀을 바꿔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선발로서 안정적인 피칭을 하게 된다면 윤석민-서재응-한기주로 이어지는 3선발 체제로 단기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나머지 선수들이 불펜으로 돌아선다면 단기전이니만큼 기아에게도 원활한 투수 운용이 가해지기에 한기주의 선발 도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했습니다.

최현진이라는 신인과 선발 맞대결을 해야 하는 한기주는 상대적 우위를 가지고 경기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경기 시작과 함께 1번 타자로 나선 김선빈에게 볼넷을 내주고 신종길에게 몸에 맞는 볼, 안치홍에게 다시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에서 4번 타자 나지완에게 개인 통산 4호 만루 홈런을 내주며 경기는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듯했습니다.

하지만 신인 최현진의 진가는 만루 홈런을 맞은 이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최훈락을 외야 플라이로 잡고 차일목과 박기남을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더 이상 추가 실점 없이 막아낸 최현진은 이후 기아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하며 신인답지 않은 투구를 선보였습니다.

2, 3, 4 이닝은 삼자 범퇴시키며 안정을 찾던 최현진은 5회 2사까지 잡은 상황에서 다시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마운드를 김성배에게 넘겼습니다. 추가 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신인답지 않은 완벽한 변화구 컨트롤로 기아 타선을 잠재우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4와 2/3이닝 동안 1안타, 5사사구, 3삼진, 5실점을 한 최현진은 그 1안타가 바로 만루 홈런이었고 그 만루 홈런만 아니었다면 대량 실점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좋은 피칭이었습니다. 실점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사사구가 문제되겠지만 2012년 선발 투수로서의 가치를 한껏 드높인 최현진의 투구는 두산에게는 의미 있게 다가왔을 듯합니다.

신인 최현진과 맞선 한기주는 5이닝 동안 87개의 투구로 7안타, 3사사구, 3삼진, 1실점으로 시즌 첫승을 선발승으로 올리며 기대에 부응한 듯합니다. 하지만 매회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맞는 과정은 불안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상대 투수인 최현진이 단 1안타로 기아 타선을 막아내는 동안 7개의 안타를 맞으며 위기 상황에 빠졌다는 점에서 한기주의 투구는 절반의 성공으로 밖에는 부를 수 없을 듯합니다. 투아웃을 잡아 놓은 상황에서도 이닝을 쉽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연속 안타를 맞는 등 불안함을 보인 한기주로서는, 남은 경기에서 한 번 정도 더 선발로 등판해 투구이닝과 선발로서의 가치를 다시 검증받아야 할 듯합니다.

빠른 직구를 주무기로 낙차 큰 커브 등이 효과적으로 두산 타자들을 농락했지만 가운데로 몰리는 공들은 쉽게 안타로 이어졌습니다. 좀 더 코너링에 집중하는 투구를 보여야 하는 한기주로서는 다음 등판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한기주는 SK전에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마지막 선발에서 효과적인 피칭을 하게 된다면 3승 전략이 필요한 플레이오프에서 윤석민과 서재응에 이어 한기주로 이어지는 라인업으로 의외로 이상적인 모습을 구축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단기전이라는 특성상 완벽한 제구력을 가진 두 투수와 강한 볼이 매력인 한기주의 구성은 의외로 힘을 가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비록 매회 안타를 맞고 주자를 내보내기는 했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는 능력은 흥미로웠습니다. 1루수로 나선 최훈락의 어설픈 수비 등이 안타를 만들어주기도 하는 등 한기주로서는 아쉬운 대목들이 많았지만 5이닝 동안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입니다.

한기주가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인 반면, 기아 타자들은 9회 추가 3득점을 하기 전까지 단 2안타로 5득점을 하는 진기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단 1안타로 4득점을 하고 추가 안타로 1득점을 하는 상황에서 기아 타자들이 보여준 부진한 모습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효과적인 공략이 부족하고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 역시 문제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신인 류재원의 활약은 많은 전문가와 팬들을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9회 2타점 3루타가 오늘 안타의 전부였지만 좌익수 수비에서도 안정된 능력을 선보였고 타격에서도 시원하고 깔끔함을 보여준 그로서는 마지막 눈도장 찍기에 성공한 듯합니다.

가능성을 보였던 내야수 홍재호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사이 외야 신인 류재원이 보인 모습은 기아나 팬들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굵직한 신인들이 보이지 않는 듯해서 아쉬움을 주었던 기아로서는 2012년 홍재호와 류재원, 그리고 포수 자원인 이성우가 얼마나 성장하느냐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

한기주에 이어 불펜에 들어선 투수들에 대한 기대 역시 단순히 그날 경기에 대한 비전보다는 플레이오프에 대한 기대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심동섭은 1이닝 동안 1사사구, 1삼진으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무난한 투구를 보여주었습니다.

마무리로 나선 김진우는 1과 1/3이닝 동안 무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3삼진으로 효과적이며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여 포스트시즌 불펜 운영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습니다. 과거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낙차 큰 커브가 효과적으로 들어왔고, 140km 중반의 빠른 직구는 커브와 함께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는 무기로서 좋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남은 경기에 자주 등판할 것으로 보이는 김진우가 오늘 보여준 피칭 내용만 꾸준하게 유지해 준다면 기아로서는 흔들리기만 했던 불펜에서 희망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심동섭, 손영민, 김진우가 안정적인 피칭을 해준다면 로페즈와 트레비스, 양현종 등 선발 자원들과 함께 하는 불펜은 의외로 탄탄한 전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여전히 불안함을 보이고 있는 기아이지만 한기주의 5년 만의 선발승은 다양한 희망을 품게 해주었습니다. 여전히 타격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불안함을 완벽하게 떨치지 못한 불펜에 대한 아쉬움들이 상존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규 시즌 마지막까지 준비를 철저하게 한다면 기아에게도 가을 야구의 전설을 다시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과연 올 시즌 후반기 안정적인 전력으로 독주한 삼성과 강력한 타선과 함께 안정된 전력을 보인 롯데, 노장의 힘과 강력한 불펜으로 무장한 SK와의 대결에서 위기의 기아는 역전의 명수가 되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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