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시민단체 ‘인권운동 더하기’가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혔다.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재기 불능 정도의 중대한 타격을 입게 되며 피해자에게 주어지는 사후적·정신적 배상액이 심리적 보상 차원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들은 "언론인이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 될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자존심이 많이 상한 듯 보이지만, 과연 '언론자유 위축 가능성'만 들어 반대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민변과 인권운동 더하기는 8일 발표한 ‘2020 인권보고서’에서 “언론은 자유와 독립을 보장받는 대신 공정·객관적 보도 의무, 인간의 존엄과 가치 존중 의무 등 사회적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며 “이를 어기는 경우 사인에 의한 민사적 제재에 더해 국가에 의한 공법적 제재까지도 가능하다"고 했다.

문제는 언론 피해에 대한 구제가 실효적이지 않다고 했다. 언론보도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요청해도 위자료 인용액이 매우 작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지루한 법정 공방을 거친 이후에야 피해자에게 주어지는 사후적·정신적 배상액의 액수는 심리적 보상 차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상법을 통해 모든 영리 행위로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을 확대해보자는 정부 측 제안에 대하여 언론만 쏙 빼자는 식의 태도는 기존에 제도 도입을 받아들인 다른 산업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민들 역시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미디어오늘·리서치뷰 여론조사 결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찬성’ 의견은 52%, ‘보완 입법 필요’는 23%, ‘반대’는 18%였다. 이들은 “한계를 넘은 언론의 행태에 대하여는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의 법 감정”이라며 “시대의 요구·시대의 흐름에서 언론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어도) 사실 확인을 위한 취재 노력을 다하는 대다수의 언론사와 언론인은 여전히 언론의 자유로부터 든든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며 “언론에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영업하고 업을 유지하는 언론에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이다. 모든 언론이 동종업계의 반칙에 대하여 강력한 사후적 제재를 도입하여 일벌백계하는데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또한 이들은 법조 기자단에 대해 “법원과 검찰이 사실을 흘려주면, 법조 기자단의 기자들은 굽신거리며 그저 받아쓰기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정보를 틀어쥔 법원과 검찰이 정보를 원하는 언론사의 기자들을 쥐고 길들이는 형국”이라며 “이 과정에서 희생되는 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이다. 사실을 확인하고 공정한 여론을 형성하는 기능은 지속적으로 희생됐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법조 기자단이 헌법상 규정된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법조 기자단에 소속되지 못한 기자들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며 “법령에 따른 제한은 아니다. 따라서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들은 “법조 기자단 운영과 관련해 언론사들의 자성적인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언론사가 보이는 모습에 비추어 보면 그런 기대는 매우 섣부른 것”이라며 “민변은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을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언론 혐오 표현에 대해 “구체적인 보도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5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 ‘게이클럽’임을 강조했다. 국민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MBN, 월간조선, 조선비즈, 아시아투데이 등 20개 매체 정도가 '이태원 게이클럽'을 제목에 명시했다.

이들은 “이태원 클럽 확진자 동선 공개 과정에서 ‘블랙수면방’, ‘게이전용시설’ 등 방역 목적과 무관하게 성 소수자 집단을 특정하는 단어 사용이 이어졌다”며 “언론의 자극적 보도로 인해 성 소수자 집단을 향한 맹목적인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혐오를 조장한 언론 보도는 방역과 사태 해결 자체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특정된 장소들을 방문한 성 소수자들이 음지로 숨어들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언론은 스스로의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여 혐오 조장의 의도를 가진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의자 신상공개와 관련해 인격권 침해 등 부작용이 크다며 “존폐여부를 포함해 요건의 정당성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통해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하며 대상은 특정강력범죄 사건에 한정된다.

이들은 “피의자 신상공개가 국민의 알권리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의자의 재범방지나 범죄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기준과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궁극적으로 수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신상공개제도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경찰청 내 위원들로 구성되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아니라 법률에서 규정한 단체와 인사들로 위원회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조선일보는 2012년 9월 무고한 시민의 사진을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 피의자라며 공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런 경우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언론은 피의자의 신상공개를 요청하는 사회적 분위에 휩쓸려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기준과 원칙에 따라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해 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자체적 판단에 의해 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보도과정에서 공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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