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들을 구축하기 시작한 시트콤은 점점 흥미로운 이야기 얼개를 구성해가고 있습니다. 아직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이 미흡해 아쉬움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롭기만 합니다.
안내상 캐릭터 정말 실패한 것일까?
그동안 김병욱 피디의 시트콤에서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던 주역들은 할아버지 캐릭터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의외성은 자연스럽게 웃음으로 전달되었고 이런 호기심은 시청자들에게 채널을 고정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안내상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구와 이순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안내상이 과연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지속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초반 강력한 캐릭터 구축은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그 캐릭터가 호감이 가기보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갈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그럼에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은 김병욱 시트콤이 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그려나갈 이야기 중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등장인물들에 대해 속단하기에는 너무 이르기 때문이지요. 오늘 보여준 안내상의 캐릭터 공격은 그를 더욱 강렬한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희귀한 혈액형을 가지고 있는 안내상은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온갖 망상에 빠지게 됩니다. 빚쟁이에 쫓겨 감옥살이의 두려움 때문에 땅굴 속에서 살았던 그에게 이런 망상은 당연했습니다. 수술이 잘못되어 피가 모자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은 보기 싫었던 줄리엔과 베프가 되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딸 수정과 친한 줄리엔에게 호감을 가지지 않았던 내상이 갑자기 친근하게 접근하기 시작한 이유는 같은 혈액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혹시나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줄리엔과 친해져 자신의 불행을 예방하겠다는 안내상의 생각은 외국인 줄리엔에게는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줄리엔의 피를 탐하던 내상은 줄리엔이 계단에서 굴러 머리에 상처가 나 급하게 피가 필요하게 되면서 줄리엔에게 피를 수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하던 그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그토록 아끼던 자신의 피를 줘야 하는 상황에 분노합니다.
줄리엔의 피를 갈구하며 핫도그에 묻은 케첩이 입에 묻는 장면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영화 음향 효과를 적절하게 섞은 시트콤식 패러디는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안내상의 캐릭터는 철저하게 자신만을 생각하는 기존 김병욱 시트콤의 남자 어른 캐릭터의 완성형에 가깝습니다. 좋은 의미의 완성형이라기보다 극단적인 상황을 극대화한 존재감이라는 의미로서 말입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조금 이질적인 모습이나 아쉬운 장면들이 등장할 수는 있지만 시트콤의 특성상 초반 캐릭터 구축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재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