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이 다음달 초, 폴란드와의 평가전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경기에 나설 25명의 명단을 발표했을 때 실로 오랜만에 본 이름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때는 한국 축구 수비의 미래로 평가받을 정도로 대단했던 중앙 수비수, 조병국(베갈타 센다이)이 그 주인공입니다. 수원 삼성, 성남 일화 등을 거치며 늘 한결 같았던 선수, 그래서 팀에 큰 역할을 했던 선수, 하지만 부상과 잇단 불운으로 태극마크와는 이렇다 할 인연을 맺지 못했던 그 선수가 3년 여 만에 축구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비록 주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다시 얻은 기회를 쉽게 놓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 조병국 ⓒ연합뉴스
조병국은 2002년 월드컵 이후 세대교체를 꾀했던 한국 축구의 핵심 자원으로 꼽혔던 수비수였습니다. '에어(Air)'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탁월한 제공권, 탄탄한 수비력에 공격수 출신으로서 공격력까지 갖춰 움베르투 쿠엘류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 김호곤 올림픽대표팀 감독 등의 눈에 들며 주전 수비수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조차 조병국이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라고 지목할 정도였습니다. 소속팀 수원 삼성에서도 그는 주축 수비수였고, 나름대로 탄탄대로를 달렸습니다.

하지만 잇단 불운과 '습관성 어깨 탈구'라는 신체적인 악조건이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영원한 맞수' 일본과의 경기에서 국가대표 경기와 올림픽팀 경기 모두 자책골을 넣으며 비판을 면치 못했고 이후 그는 급격하게 흔들렸습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큰 실수를 하는 바람에 그에 대한 편견이 생겼고, 계속 바뀌는 국가대표팀 감독은 그의 경기력을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떠오를 수 있는 순간마다 어깨가 빠지는 중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기를 수차례 반복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2006년 성남 일화의 K리그 우승, 2010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큰 견인을 하기는 했지만 어깨 탈구로 한두 달 뛰지 못한 것이 수차례 반복하다보니 실력은 좋아도 국가대표까지는 뽑히지 못하는 아쉬움을 늘 남겨야 했습니다.

습관성 어깨 탈구로 병무청으로부터 병역 면제 처분을 받은 뒤 조병국은 서른 줄에 접어든 시점에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으려 했고, 일본 J리그로 눈을 돌려 베갈타 센다이로 이적을 결심했습니다.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시작부터 삐끗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희망, 꿈을 안고 일본 무대에 진출한 조병국은 조용히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면서 센다이의 주축 수비수로 자리매김해 갔습니다. 그리고 J리그 18개 팀 가운데 가장 실점이 적은 팀이 되는 데 크게 기여하면서 조용한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희망이 떠오른 것입니다. 이를 눈여겨 본 박태하 국가대표팀 코치, 조광래 감독은 고질적인 대표팀 문제였던 중앙수비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선수로 여겨보고 조병국의 이름을 올리기에 이르렀습니다. 드디어 '서른 살' 조병국에 진정한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많은 가능성을 보고 발탁된 조병국이지만 곧바로 주전에 들 수 있을 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홍정호, 이정수, 곽태휘, 이재성 등 쟁쟁한 중앙 수비 자원들이 많아 이 틈을 파고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기에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에 얼마나 잘 맞는 모습을 보여주느냐도 중요합니다. 워낙 오랜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기에 달라진 팀 분위기에 얼마나 적응하느냐 역시 조병국의 대표팀 롱런을 가르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조병국이 간만에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충분히 크게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팀 수비진에 조병국의 존재감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데 조병국이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안정환, 이동국, 김남일, 차두리 등 간만에 복귀한 선수들이 월드컵 최종엔트리까지 뽑힌 허정무호와 다르게 조광래호에서 간만에 발탁된 베테랑 선수들의 성공적인 복귀 사례는 없었습니다. 세대교체, 신예 중용 중시 등의 기본적인 팀 운영 철학 때문이라고 하지만 기량 좋은 베테랑 선수들의 가세를 통한 적절한 신-구 조화는 조광래호에도 전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조병국이 기대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기만 한다면 그로 인한 효과는 실로 대단할 것입니다.

한동안 축구팬들의 기억에서 멀어질 뻔 하다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우리 곁으로 돌아온 조병국. 2011년 가을을 기분 좋게 맞이하며 다시 떠오르는 '에어' 조병국이 될 수 있을지 눈여겨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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