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방송의 품위유지 등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방통심의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그것도 만장일치로 말이다. 심의 중 위원들이 이견을 보였다지만 경고조치를 내리는 데 단 한 사람도 반대 의견이 없었다고 하는데, 정말 대단한 단결력이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의 생각은 좀 다른가보다. 요즘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데, 전의원이 배포한 문방위 국감 보도 자료를 보니 방통심의위의 무한도전 제제를 지나친 '행정권의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전의원 말에 따르면 방통심의위가 내린 '경고'는 '행정권의 남용'일지 모른다. 그런데 '하이킥3'가 이런 걸 예측했을까? 왜 무한도전 징계 결정을 앞두고 빵꾸똥꾸가 다시 나왔을까? 그냥 우연의 일치일까?
그제 '하이킥3'에서 빵꾸똥꾸 패러디가 나왔다. 빵꾸똥꾸는 '하이킥2-지붕킥'에서 해리(진지희)의 캐릭터였다. 해리는 '지붕킥'에서 '왜 때려, 이 빵꾸똥꾸야'라며 어른들에게 '빵꾸똥꾸'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는데, 당시 방통심의위는 필요 이상으로 '빵꾸똥꾸'를 장기간 사용했다고 판단해 시정 권고 조치를 내렸었다. 권고 조치는 말 그대로 권고이기 때문에 제작진은 대본 수정 없이 빵꾸똥꾸를 계속 사용했는데, 이 '빵꾸똥꾸'가 '하이킥3'에서 또 나온 것이다.
해리의 빵꾸똥꾸라는 말은 많은 의미가 함축된 말이다. 어린 아이가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단순한 말이 아니다. 빵꾸똥꾸는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해리가 어렸을 때 말을 좀 늦게 했는데, 이순재가 방귀 끼는 걸 보고 첫 마디로 내뱉은 말이 '빵꾸똥꾸'였다. 그 후 해리는 자신의 심사를 건드리거나 뭔가 불만이 커지면 어김없이 '빵꾸똥꾸'라는 말을 해댔다.
지난 3년 동안 무한도전은 경고, 행정제제 등 무려 10번의 행정처분(어제까지 포함)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품위 유지'라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전병헌 의원은 방통심의위 결정에 네티즌들이 조소를 보내는 건 방통심의위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는데, 전위원의 말에 100% 공감한다. 시대가 변하고 예능 트렌드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는데, 방통심의위는 아직 19C에 살고 있으니 무한도전 풍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나 싶다.
방통심의위가 '빵꾸똥꾸'에 권고 조치를 내렸을 당시, 생방송 뉴스를 전하던 YTN 이종구 앵커가 빵꾸똥꾸 말을 읽다가 웃음이 터진 방송사고를 어떻게 봐야 할까? 빵꾸똥꾸란 말은 가식과 위선을 벗어던지고 누구나 통쾌하게 웃을 수 있는 카타르시스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말에 징계 운운하며 시청자들의 웃을 권리마저 빼앗는 방통심의위의 지나친 권고에 대해 '하이킥3' 제작진이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말라고 '빵꾸똥꾸' 패러디로 디스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해도 글쓴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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