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오는 10일부터 문화예술인에게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로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있던 프리랜서 예술직업인의 생활 및 고용안정성을 위해 도입된 사회보장보험이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반쪽짜리 제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고용보험법 및 징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대상은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한 예술인’과 ‘예술활동증명 예술인’이다. 예술인 복지법상 예술인의 기준인 ‘예술활동증명’은 문화예술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다수의 예술인들이 해당 기준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홍보자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는 4일 "반쪽짜리 예술인 고용보험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예술인 복지법상 ‘예술인’의 정의가 협소해 실제로 이를 적용받는 대상이 극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예술용역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예술인, 계약서 없이 일하는 구두 계약 관행 및 다양한 이유로 예술활동증명이 어려운 이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해 4월 방송작가 580명을 상대로 실시한 ‘2019년 방송작가 노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8%가 구두계약으로 일하고 있었다. 문체부 표준계약서가 발표된 지 3년이 다 돼가지만 정부는 계약서 체결을 ‘권고’하고 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MBC조차 문체부 표준계약서를 외면한 채 자의적으로 만든 불공정 계약서를 체결하고 있지만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사실상 대부분의 방송작가가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보도 분야의 작가들이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다. 현재 방송작가의 경우 예술인복지법상 ‘1편 이상의 대본을 드라마·예능·교양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발표한 자'로 한정돼 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다른 방송작가들과 하등 다르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도 ’분야 작가라는 이유로 고용보험 혜택에서 제외되는 건 부당하다”며 “이는 고용보험 가입 기준을 예술활동증명으로 삼고 있는 지금의 개정안이 방송 현실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문체부에 ‘문화예술활동’의 범위와 기준이 무엇인지, 기존의 한정된 범위와 다를 바 없는 것인지, 보도 분야 방송작가도 고용보험 적용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영상콘텐츠 산업이 확대되면서 방송 분야 비정규직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프리랜서로 위장된 채 고용보험을 포함한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돼 있다"며 "고용노동부와 문체부, 방통위는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첫 시행되는 고용보험이 사각지대 투성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시대착오적인 현 예술인복지법상 예술인증명 기준을 버리고 방송작가 및 예술인들에게 고용보험을 폭넓게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오는 8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회의실에서는 방송작가, 출판 외주노동자의 고용보험 전면 적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언론노조는 “플랫폼 노동 등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전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고용보험 적용은 예술인이라는 명명에 한정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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