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경영진이 변경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평가 기준에도 불구하고 이에 맞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낮은 점수를 받은 게 아니냐는 내부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일 ‘2019년도 방송평가’를 의결했다. 방송평가 점수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때 40% 반영된다. 그 결과 MBC가 577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으며 KBS1 563점, SBS 505점, KBS2 483점 순으로 나타났다. 줄곧 방송평가 1위 자리를 지켜온 KBS1이 2위로 내려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관련기사 : 2019 방송평가 1위, 지상파 MBC-종편 JTBC)

방송평가의 주요 평가지표 항목 4가지(방송 내용, 편성, 운영, 감점) 가운데 KBS1은 ‘내용’과 ‘운영’ 항목에서 MBC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세부적으로는 공정보도 항목,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 항목 등의 평가 점수가 낮았다. 운영 항목에서도 재무의 건전성 항목, 방송콘텐츠 및 기술투자 항목 등에서 낮은 점수를 얻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지상파 방송사 방송평가 자료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4일 “전례없는 위기의 신호”라며 KBS 경영진을 향한 비판 성명을 냈다. KBS본부는 방송평가 결과에 대해 “불필요한 ‘감점’ 점수가 높았다”며 “언론중재위원회 및 법원의 오보 관련 감점, 방송법 등 관계 법령 준수 관련 감점 등의 항목을 통해 KBS1은 25점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는 12.5점을 감점받은 MBC의 2배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프로그램 관련 수상실적,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 방송 심의 편성 규정 및 관계 법령 준수 여부 등에서 사업자 간 평가 점수 차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쉽게 말하자면 KBS는 예전만큼 잘하지 못했고 해서는 안 될 실수는 과거보다 더 많았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방송평가 점수가 낮게 나온 이유를 “경영진이 변경된 평가지표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자료를 방통위에 제출해서”라고 제기했다. 방통위가 2018년 말 변경된 평가지표를 적용했는데 KBS 경영진이 이전 지표를 기준으로 방통위에 부실한 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가채점 결과를 전달받고 뒤늦게 보강자료를 냈으나 방통위가 이를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았을 거라고 덧붙였다.

KBS 1TV의 방송평가 점수는 2016년 88.46점, 2017년 85.89점, 2018년 83.56점으로 하락하고 있다. KBS본부는 “이번 성적표는 KBS가 처한 위기의 한 단면을 드러냈을 뿐”이라며 “격화되는 위기 상황, 전 조직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도 모자랄 판에 리더십은 날로 휘청거린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측이 이번 방송평가 결과를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사내 구성원, 방통위, 국회, 국민 모두가 KBS 경영진에게 낙제점을 주고 있음을 직시하라”고 했다.

한편, 같은 날 KBS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2019년 방송평가 결과’ 설명 자료에 따르면 1TV는 프로그램 품질 평가, 수상실적, 어린이 프로그램, 장애인 시청 지원, UHD 프로그램 및 비상업적 공익광고 편성, 재난방송 편성 및 운영현황 등에서 지상파 최고 점수를 받았다.

반면 시청자평가프로그램 편성시간, 재무의 건전성, 각종 규정 및 법령 준수 등에서 타 방송사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 대외협력팀은 "지상파 UHD방송국 허가조건 위반과 2017년 재허가 조건 미이행으로 각각 시정명령을 받은 점 등이 평가 결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며 "노사합의를 거쳐 올해 1월 1일 직급체계개편 시행을 통해 2017년 재허가 조건을 해소했지만 2019년 방송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타 방송사와 달리 감사원 감사를 받는 KBS는 지적 사항 평가에 감사 결과가 영향을 미치는 등 불리함이 있다고 말했다.

대외협력팀은 구성원들에게 “KBS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진 2019년 방송평가기준에 의한 평가 결과를 KBS의 콘텐츠 경쟁력이나 신뢰도와 동일시하여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방송평가 자료 제출 당시 새로운 평가기준에 따라 취합된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일부 미흡함이 있었다. 내년 평가 준비 과정은 더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방송평가기준의 문제점 등을 면밀히 검토해 평가제도의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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