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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이 원만하게 합의했다면 의심해야 한다[강남규 칼럼]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 승인 2020.12.04 08:23

[미디어스=강남규 칼럼] 지난 6월에 이 지면에서 ‘일하는 국회’라는 표어를 비판한 바 있다. 어떤 일을 했는지에 주목하지 않고, 통계적으로 일을 얼마나 했는지에만 관심을 두는 경향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와 비슷하게 ‘양당의 원만한 합의’라는 키워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언론은 어떤 쟁점에 관해 양당이 정쟁을 벌이면 부정적으로, 원만하게 합의를 보면 긍정적인 뉘앙스로 보도하곤 한다. 보도의 비중도 차이가 있다. 정쟁은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원만한 합의는 뒷면 어딘가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때로는 양당이 정쟁을 벌이는 쟁점보다 원만하게 합의한 사안에 더 주목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사례들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정리된다. 자본을 위한 것이거나, 양당의 이익에 복무하거나, 정치인 개개인들의 이익에 유리하거나.

지난 제20대 국회에서 통과된 일이긴 하지만, ‘데이터 3법’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첫 번째 방향에 해당한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등 법안 개정안 세 개를 묶은 것인데, 기업이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하면 별도의 추가적인 동의 절차 없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안이다. 정보인권 관련 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정보인권 침해를 우려했지만, 법안은 2019년 12월 당시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으로 양당이 극한 대립하는 와중에도 ‘비쟁점 법안’으로 분류되어 2020년 1월 본회의에서 원만하게 통과됐다.

이른바 ‘삼성보호법’으로 불린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핵심기술과 관련된 정보의 공개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과 산업기술 정보에 대하여 취득 목적 외 사용과 공개를 금지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이 개정안은 ‘반올림’과 같은 작업환경에 따른 산업재해 피해자 단체로부터 ‘삼성보호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노동자가 입은 피해의 원인이 작업환경에 있다는 정보를 획득해도, 그것을 공개하는 행위가 ‘산업기술 침해’로 분류되어 불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이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210명 중 206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206명 중에는 정의당 의원들도 포함됐으며, 4명은 기권이었다.

법안 내용을 설명한 이유가 있다. 그 법안들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이슈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쟁이 되지 않으면 언론은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언론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으면 법안은 이슈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자본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법안들이 양당의 ‘원만한 합의’로 통과되어왔다. 소모적인 정쟁에서 진영이나 여·야의 차이가 아닌 본질적 차이점을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이렇게 원만한 합의에서는 곧바로 본질적인 공통점이 발견된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이 11월 26일 국회 의안과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제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국민의힘이 합세하고 있는 대표적인 ‘비쟁점 법안’으로는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처리하는 개정안(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 예비 타당성 조사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하는 특별법안 2건(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이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전검증을 철저히 한다는 전제가 있다면 인사청문회 개정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이고, 신공항 특별법안은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앞서서 밀어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데이터 3법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양당의 합심을 불러일으켰다면, 인사청문회 개정안은 현재 집권세력과 잠재적 집권세력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다. 또 신공항 특별법안은 부산시장 재보선 판세와 부산 지역 정치인들의 재선 여부를 판가름한다는 점에서 정치인 개개인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므로 때로는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정쟁 사안보다 신문 귀퉁이에 실려 있는 비쟁점 사안에 우리는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갈등은 지저분하고 협치는 아름답다는 프레임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와 양당이 어떤 사안에 원만하게 합의하는지에 더 시선을 둘 때 우리는 이 양당제 체제의 진실을 길어 올릴 수 있다.

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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