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통심의위)는 9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품위 저해와 간접광고 과다 노출 등을 이유로 무한도전 경고 조치를 의결했다. 8명 전원이 참석한 회의에서 단 한 명의 이의 없는 만장일치로 통과했다는 것도 전해졌다. 무도에 대한 중징계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입을 모아 방통심의위를 성토하는 분위기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방통심의위가 억압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MBC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과도하게 고성을 지르거나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는 내용을 장시간 방송한 것과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이 들어왔고 특히 유사사항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아 소위원회에서 중징계 의견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무한도전에 대해서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의 제재 결정에 공감할 수 있는 시청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징계가 과연 상식적인 것이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언제부턴가 무한도전은 웃고 즐기자는 예능 프로그램의 본질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재기 넘치는 풍자와 패러디를 내놓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스피드 특집을 통해서 독도문제에 대한 환기를 해주어 언론과 누리꾼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방송이 수행해야 할 많은 기능 중에서 최근 몇 년 새 시사 및 보도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무한도전은 제공하는 풍자와 은유는 가뭄의 단비처럼 대중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물론 방통심의위 지적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방송에서 때로는 과격하고, 비교육적인 말들도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프레임에 결박된 좁은 시야를 벗어나 60분의 전체 흐름을 본다면 극히 부분적인 표현들을 문제 삼을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중징계 시점도 대단히 적절치 못하다. 최근 독도문제를 기가 막힌 수법으로 재미와 의미를 접목시켜 호평과 찬사를 한 몸에 받은 무한도전에 징계를 하는 것이 마치 무죄 선고를 받고 돌아온 PD수첩을 징계하는 것과 비슷하게 오버랩 된다. 방통심의위는 독도문제라든가 동북공정 등 정부가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서 무한도전이 감히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 괘씸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지경이다.

방통심의위가 외교부 산하 기관은 아닐지라도 이렇게 기특한 일을 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포상은 못할망정 징계를 내리는 모습은 국민들이 보기에는 심히 불쾌하고도 우울한 일이다. 부분적으로 무한도전 자체가 친정부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크게 보면 무한도전만큼 정부에 공헌하는 프로그램도 없다. 정부가 주지 못한 웃음과 행복을 대신해서 주고 있으니 그만큼 정부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뜨거운 관심 속에 시트콤 하이킥3가 방영되고 있다. 돌아온 하이킥3는 초반부터 88만원 세대의 좌절과 고통을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대표주자 백진희의 현실이 시트콤다운 과장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심각하게 공감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토록 어려운 시기를 국민들은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들이 주는 한 시간의 웃음으로 견뎌내게 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 리 없는 방통심의위는 무한도전이 방송의 품위를 저해한다는 확고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몇 건의 민원을 무한도전 징계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민원으로 접수된 몇 건의 의견은 그렇게도 중요시 여기는 기관이 어째서 무한도전 징계를 반대하는 아우성에는 애써 귀를 닫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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