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딸을 노비로 만들어버린 비정한 아비 수양과 그런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세령의 모습은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공주의 신분에서 노비가 되었음에도 일편단심 승유에 대한 사랑이 흔들리지 않는 세령과 그런 그녀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승유의 사랑은 화려하게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운수 좋은 날 같은 그들의 운명,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자신의 뜻과 달리 역적이 되어버린 승유를 사랑하는 딸 세령을 거침없이 면의 노비로 만들어버린 수양의 광기는 경악스럽습니다. 왕이 되기 위해 형제들을 죽이고 조카를 궁지로 몰아가고 수많은 신하들과 가족들을 몰락시킨 그가 부인 앞에서 "진정 내가 잘못한 것인가?"라고 읊조리는 장면은 더욱 끔찍하게 다가옵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반하는 이들을 거침없이 죽이는 행위에 대한 반성치고는 너무 가증스럽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자신의 뜻에 반한 딸에 대한 반문 형식으로 나온 수양의 이 한 마디는 그의 잔혹함을 더욱 극대화할 뿐입니다. 잔인한 피바람은 자신이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는 이에게 반성은 사치일 뿐이니 말입니다.

아비의 악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공주라는 신분마저 미련 없이 벗어 던지는 세령. 이제는 노비가 되었다는 사실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차라리 노비가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를 할 정도로 그에게는 오직 승유만이 존재할 따름입니다.

노비의 신세가 되어 자유롭게 승유를 만날 수 있다면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둘만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세령은 공주가 아닌 노비가 차라리 행복할 정도입니다. 거사를 앞두고 궁으로 들어간 세령을 못 잊어 궁 앞까지 가기는 했지만 승유에게 남겨진 커다란 임무는 다시 발길을 돌리게 만듭니다.

아버지의 부하였던 이들이 자신의 뜻과 함께 하기로 했고 유배를 간 부마 역시 그 곳에서 자신들과 함께 뜻을 같이하기로 한 수령들을 만났다는 소식이 한달음에 부마를 만나러 갑니다. 문제는 그 중요한 순간 공주가 노비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풍문으로만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승유로서는 더 이상 세령을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을 위해 공주라는 신분마저 버리고 노비로 전락해버린 여인. 죽음도 불사하고 자신을 위해 아버지에 맞서 싸우는 이 여인을 더 이상 그렇게 방치할 수 없어 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수양이 왕이 되는데 혁혁한 공헌을 한 신숙주의 집에 세령이 있다는 사실에 승유는 한달음에 그녀를 향해 갑니다. 핵심 권력의 집에 숨어들어 세령을 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로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음에 거사를 앞두고 무리할 수 있는 세령 구하기를 감행합니다.

승유의 이런 뜻에 함께 한 조석주와 왕노걸이 '대오'라고 적힌 두건을 쓰고 면의 집에서 군사들과 대립하는 가운데 세령을 구한 승유는 함께 광주로 향합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 승유와 세령의 운명은 따로 가 아닌 하나가 되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었습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빙옥관을 초희에게만 맡긴 채 숨어있는 것이 미안하고 불안했던 조석주는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모두를 궁지로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세령을 찾기 위해 빙옥관에 들어선 면의 군사들로 인해 둘러싸인 조석주는 초희만 놓아준다면 순순히 따라 가겠다 합니다.

고문 속에서도 승유의 행방을 밝히지 않는 석주. 그런 석주를 그대로 놔둘 수 없어 찾아온 초희는 승유가 광주를 향해 떠났다는 말을 고하고 석주를 살려냅니다. 더 이상 죽음 속으로 내몰고 싶지 않은 초희의 사랑은 그렇게 면과 일행들을 부마가 있는 광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확인한 승유와 세령은 함께 있는 그 시간이 행복하기만 합니다. 뜨거운 입맞춤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운명임을 재차 확인한 그들의 발걸음은 당당하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부마를 찾은 승유와 세령은 경혜공주와 부마의 환영을 받으며 사랑을 제차 확인하게 됩니다.

부마를 통해 광주 지역 수령들이 자신들과 함께 뜻을 같이 하고 있음을 확인한 승유는 금성대군을 만나 거사 날을 확정지어 대업을 완수하자는 결의를 합니다. 거칠 것 없는 그들의 행보의 하이라이트는 경혜공주는 회임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일 것입니다.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가장 희망적인 소식은 부마와 경혜공주 뿐 아니라 승유와 세령에게도 희망과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공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리려 했던 부마와 그런 부마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구해냈던 경혜 공주. 그렇게 쌓인 그들의 사랑이 이제 결실을 맺으려 한다는 소식은 꿈만 같을 뿐입니다.

경혜공주와 부마의 행복한 모습은 승유와 세령에게도 그대로 전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권력의 중심에 있던 그들이 유배를 오게 되었지만 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승유와 세령의 미래를 엿보는 듯하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 그들의 행복을 깨기 위해 전력질주한 면은 부마를 협박합니다.

어지럽게 널려 있는 말발굽을 보며 수상함을 감지한 승유는 부마 집 앞에 군사들이 집결한 것을 보고 세령을 숨기고 공주의 집으로 향합니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나누는 그들의 입맞춤은 격렬하고 짜릿하지만 그만큼 그들에게는 절박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상황에서 주고받는 입맞춤은 달콤함보다는 간절함이 더욱 크게 다가설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겠지요.

회임한 공주를 협박하는 그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승유와 세령의 위치를 밝힌 은금으로 인해 세령은 다시 면에게 붙들리게 됩니다. 면에게 겨눈 활을 쏘지 못하고 붙잡힌 세령을 바라보는 승유는 과연 활에서 살을 날려 보낼 수 있을까요?

예고편에서 나왔지만 반란 움직임을 알게 된 수양은 부마를 참수하게 되고 경혜공주는 승유와 세령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향해 가는 <공주의 남자>의 키를 쥔 존재는 흥미롭게도 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미 면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세령. 그런 세령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수양. 이미 자신은 왕의 신뢰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면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세령을 사랑하는지를 보이는 방법. 그 방법은 그들의 사랑을 축복해주는 방법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면의 행동에 따라 승유와 세령의 사랑은 해피엔딩이거나 참혹한 죽음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면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마지막 순간까지 흥미로운 <공주의 남자>도 이제 3회 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들의 전설 같은 사랑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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