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축구 하면 주로 아침이나 낮에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지금은 '공부하는 선수 육성' 분위기가 형성돼서 달라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학기중, 방학을 가리지 않고 운동에만 몰입하는 분위기 때문에 오전, 오후를 가리지 않고 많은 경기들이 열렸습니다. 그렇다보니 더운 떙볕에 쉽게 지친 선수들도 많았고, 그에 따른 폐해도 많았습니다. 방과후, 야간에 경기를 하는 것은 거의 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첫 출범한 현대자동차 2011 KFA 유소년 클럽리그는 다릅니다. 철저히 선수이기 전에 학생임을 강조하면서 경기 일정도 방과 후 또는 주말에 짜서 경기를 치릅니다. 당연히 선수들은 평소에 공부를 하고 개인 소양을 쌓다가 틈틈이 훈련하고 공을 차면서 대회를 준비합니다. 그렇다보니 몇몇 권역에서는 어린 선수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는 '야간 경기'를 치르기도 합니다.

▲ 서울 은평구민운동장에서 경기를 펼치는 유소년 클럽리그 서울 북서지역 소속 팀들 (사진:김지한)

지난 26일 저녁, 서울 은평구민운동장에서 열린 서울 북서리그 마지막 경기를 보고 왔습니다. 해가 어둑어둑해질 즈음에 경기장을 찾아 완전히 까마득한 어둠이 깔릴 때까지 각 클럽 선수들이 '야간 경기'라는 독특한 경험을 하면서 힘차게 뛰고 또 뛰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요. 우리 입장에서야 야간 경기가 독특한 경험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 어린 초등학생들에게는 낮에 공부하고 밤에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 좋은 경험이자 꿈을 향한 소중한 경험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유소년 축구 야간 경기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 유소년 클럽리그 가운데 이 서울 북서리그를 비롯해 남양주, 수원, 경기북서 등에서 해가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에 경기를 치렀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주간 경기에 비해 다른 풍경, 분위기가 형성되다보니 야간 경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패널티킥 골을 넣는 삼광FC 선수
▲ 약 2달 반 만에 승리를 거둔 삼광 FC. 학부모들이 사온 피자 맛이 달콤했을 것이다.
▲ 치열한 경기를 펼치는 신북 FC와 마포조쌍제축구교실.경기는 치열하지만 바깥에서는 장난치듯 몸푸는 선수들을 볼 수 있다.축구를 즐기듯이 하는 유소년클럽리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모습니다.

▲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선수들에게 지도하는 신북 FC, 마포조쌍제축구교실 지도자. 기본적인 기술, 전술 운영 등을 꼼꼼하게 가르치고 질책보다는 격려성 지도가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인 기술, 전술 운영 등을 꼼꼼하게 가르치고 질책보다는 격려성 지도가 인상적이었다.
환한 조명탑 아래 땀을 뻘뻘 흘리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에서는 대낮에 경기할 때 이상의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들처럼 학원, 과외 대신 평일 저녁을 축구와 함께 하며 뛰는 아이들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생기가 넘칩니다. 여기에 퇴근하고 온 아버지들이 경기장을 찾아 아이가 뛰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흐뭇한 심정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훈훈한 가족애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선한 날씨 속에 대한축구협회에서 지정한 K3 공식 경기장에서 뛰고 열심히 응원을 펼치는 선수, 학부모 관중들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웬만한 상급 클럽 축구에 버금가는 열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이들도 야간에 경기를 하는 것에 만족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냥 좋다"고 하는 친구도 있었고, "밤에 경기하는 날이 늘 기다려졌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낮에 맨땅에서 축구하는 것과는 다르게 마치 실제 프로 선수 같은 기분으로 뛰다보니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기량도 마음껏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날 경기는 서울 북서리그 최강자, 순위를 가리는 마지막 경기였던 만큼 치열한 승부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런 만큼 평소보다 골도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던 신북 FC와 마포조쌍제축구교실 경기에서 신북 FC가 후반전에 결승골을 터트리고 1-0 승리를 거두며 극적으로 북서리그 1위를 차지해 서울 권역 왕중왕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모든 경기가 한 골차 또는 무승부로 끝나다보니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고, 경기장 분위기는 프로 경기 같은 느낌이 절로 났습니다.

하지만 경기 결과를 떠나 올해 처음 맛본 유소년 클럽리그라는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선수들은 색다른 경험을, 또 다른 선수들은 작은 꿈의 씨앗을 틔웠을 것입니다. 특히 다른 권역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야간 경기를 경험한 이 선수들이야말로 아마 그런 마음가짐, 의지를 더욱 다졌을 것입니다. 저녁에도 공차고 신나게 뛰어다니며 남들이 하지 못한 소중한 경험, 추억을 쌓은 이 어린 선수들이 많은 가능성을 갖고 부쩍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 코너킥을 힘차게 차는 선수. 뛰는 선수나 지켜보는 학부모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 유소년 축구 연맹 깃발 그리고 운동장. 이날 경기를 끝으로 북서리그 순위는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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