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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4강 탈락 LG, 누가 책임져야하나 ③[블로그와] 디제의 야구 이야기
디제 | 승인 2011.09.29 11:56

LG 박종훈 감독의 팀 운영 난맥상은 투수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야수 운영 역시 원칙도, 일관성도 없었습니다.

LG의 타순은 매 경기마다 탈바꿈을 거듭했습니다. 박종훈 감독이 타순 구성에 있어 가장 중시한 것은 좌타자가 좌투수에 약하고 우타자가 우투수에 약하다는 이른 바 ‘좌좌우우 공식’입니다. 좌타자가 좌투수에 약하다는 지론은 과거에 좌타자들이 수적으로 적었던 좌투수를 상대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주류입니다. 좌투수들이 각 팀에서 여러 명 포진하고 있는 최근에는 맞상대해본 경험이 풍부하기에 좌투수에 강한 좌타자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타순을 구성할 때 상대 투수의 좌우완 여부 못지않게 상대 전적과 전날 및 당일의 타격감이 중시되어야 하지만 박종훈 감독의 타순 구성 원칙에는 오로지 ‘좌좌우우 공식’밖에 없었습니다. 전날 멀티 히트를 기록한 좌타자가 다음날 상대 선발 투수가 좌투수라는 이유로 제외되는 일은 너무나 흔했습니다.

게다가 타순의 잦은 변경으로 LG 타자들은 매일같이 바뀌는 타순에서 적응할 시간적 여유를 가지지 못했으며 타순 및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감독이 선수들의 혼란을 부채질한 셈입니다.

   
▲ (사진 : LG의 타순은 매 경기마다 탈바꿈을 거듭했습니다. 4월 3일 잠실 두산전의 선발 라인업.)
1회 희생 번트로 대변되는 잦은 작전 구사는 타자들을 더욱 압박했습니다. 1회부터 희생 번트를 시도한다는 의미는 감독이 승패는 물론이고 단 1점에 연연한다는 의미입니다. 경기 후반 1점이 아쉬울 때 희생 번트는 필수적인 작전이지만 1회부터 희생 번트를 지시하는 것은 오히려 아웃 카운트를 상대에 헌납하며 대량 득점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로 팀이 1점에 묶여 손쉽게 역전을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타격감이 좋은 타자조차도 희생 번트로 정상적인 타격을 할 기회를 방해받았습니다.

박종훈 감독의 작전 구사는 희생 번트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1사나 2사에 주자가 1루에 있을 경우에는 치고 달리기를 선호했으며 무사에 주자가 2명 출루했을 경우에는 번트 자세에서 강공으로 전환하는 작전을 즐겨 구사했습니다. 하지만 ‘즐겨 구사했다’는 표현처럼 비슷한 상황에서 동일한 작전을 반복 구사해 상대의 허를 찌르기는커녕 오히려 손쉽게 간파되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상대 벤치에서 박종훈 감독의 뻔한 작전을 간파해 피치아웃으로 응수하면 타자는 헛스윙하고 주자는 횡사해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LG와 상대팀의 선발 투수와 계투진, 그리고 타선의 무게감을 비교하며 상황에 따라 작전을 구사해야 하지만 1점에 얽매이는 소심한 운영은 박종훈 감독의 조급증을 입증했습니다. 설령 작전이 들어맞아 1회에 1점을 뽑아도 그 1점을 등에 업고 9회까지 지킬 수 있는 선발 투수나 필승 계투진을 LG가 보유한 것인지 돌이켜본다면 박종훈 감독의 경기 초반 희생 번트나 잦은 작전 구사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선발 투수는 강하지만 필승 계투조는 상대적으로 부실한 LG의 투수력을 감안하면 초반에 대량 득점해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초전박살로 승리 계투조에 돌아가는 부담을 최소화해야 했지만 초반부터 1, 2점의 저득점에 의존하는 박종훈 감독의 소심함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필승 계투조는 경기 후반 박빙 상황을 지키지 못해 번번이 승리를 날리며 무너졌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패’라는 말처럼 자신의 팀과 상대의 전력에 대해 냉정하게 파악해야 승리할 수 있지만 박종훈 감독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LG 트윈스라는 팀을 현실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져 팀 컬러와 작전에 대한 방향성을 잘못 정립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지난 2년 동안 박종훈 감독은 단 한 번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낡은 야구관에 대한 옹고집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박종훈 감독과 같은 시기에 1군 감독에 오른 타 팀의 감독이나 올 시즌 처음으로 사령탑이 된 초짜 감독들과 비교해도 운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학습 효과조차 지니지 못했습니다. (계속)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디제  tomino@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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