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마지막 승부수는 한기주의 선발 전환이 될 듯합니다. 이미 2위권 싸움에서는 멀어진 상황에서 그들의 플레이오프 승부를 위한 최소한의 전력을 갖추기 위한 기아의 안간힘은 한기주의 어깨에 달렸습니다. 윤석민과 서재응을 제외하고 믿을 수 있는 선발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한기주가 호투를 한다면 천군만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기주 선발 전환이 성공한다면 플레이오프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전반기 기아의 선발 라인업은 최고였습니다. 윤석민, 로페즈, 트레비스, 양현종, 서재응으로 이어지는 5인 체제는 최강이었습니다. 완벽한 선발 라인업은 자연스럽게 팀이 승리하기 쉽게 만들었고 이런 든든한 선발과 이범호를 중심으로 한 기아의 타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강이었습니다.

비록 불펜이 선발에 비해 문제가 있었지만 워낙 선발들의 호투가 이어지다보니 불펜의 문제가 크게 거론되지 않을 정도로 기아의 전반기는 환상적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좋았던 선발 라인업이 무너지면서였습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믿었던 선발이 무너지며 부실했던 불펜은 더욱 과부하가 걸렸고 이는 투수 전체의 과부하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윤석민과 서재응을 제외하고 후반기 정상적으로 투구를 한 선발이 없을 정도로 기아는 선발이 무너지며 최악의 성적을 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믿었던 로페즈가 옆구리 통증 이후 피칭이 예전 같지 않은 채 현재까지 오게 되었고 체력적 한계를 드러내며 맨탈 마저 논란이 된 트레비스는 완전히 선발에서 물러나 버렸습니다.

▲ 한기주 선수ⓒ연합뉴스

최다승 투수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던 양현종은 올 시즌 내내 제구력 난조로 고생을 하더니 후반기 들어서는 선발 라인업에서 완전히 빠지며 투수로서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제구력 난조는 고쳐지지 않고 있고 그의 탈락은 왼손 투수가 부족한 기아로서는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10억 팔’ 한기주는 고교시절 역투의 후유증으로 기아 입단이후 항상 부상을 달고 살았고 이런 문제는 선발이 아닌 어쩔 수 없는 구원 자리에 머물게 했습니다. 마무리로서 가치는 현대 야구에서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선발을 꿈꾸는 한기주에게 마무리는 성에 차지 않았던 듯합니다.

2년여의 부상과 재활 시간을 거치면서도 그가 원했던 보직은 선발이었고, 2군 리그에서도 선발 투수를 해오던 그에게 후반기 기아의 전력 누수는 다시 한 번 그를 마무리로 서게 만들었습니다. 1군에 올라서자마자 선발로 나서기도 했지만 문제가 많았던 불펜의 문제는 그에게 선발 자리를 보존해주지는 못했습니다.

7월 복귀 후 불펜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가 다시 한 번 선발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에 비상이 생긴 팀을 위해 마무리에서 선발로 등판하는 29일 두산 경기는 한기주 뿐 아니라 기아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만약 한기주가 선발로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투구를 펼친다면 윤석민을 선두로 서재응-한기주 라인업으로 단기전을 치를 수가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로페즈가 마무리로 가고 트레비스와 양현종이 불펜 대기를 한다면 의외로 강한 투수 라인업을 갖출 수 있기에 기아로서는 승부를 내볼만 한 상황이 주어집니다.

일본까지 건너가 마지막 치료를 받고 있는 이범호가 만약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아 플레이오프에 참여할 수만 있다면 기아로서는 후반기의 굴욕을 만회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중심 선수들의 줄 부상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야만 했던 기아로서는 이범호의 정상복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가 만약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는다면 대포를 조절하고 있는 나지완과 김상현 등으로 이뤄진 중심 타선이 상대 팀과 비교해도 한 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여기에 1년 내내 잔부상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던 최희섭까지 돌아오게 된다면 가을의 전설을 기아가 써내려갈 수도 있을 듯합니다.

최희섭이 타격에서 제몫을 해주지 못한다 해도 수비만이라도 해줄 수 있다면 기아로서는 충분히 최희섭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최희섭의 부재 후 1루 수비를 할 수 있는 자원이 없어 김상현이 주로 맡아왔지만 그의 수비는 불안하기만 했었지요. 최희섭이 당장 공포 타선으로 승리를 이끌지는 못하겠지만 1루 수비만 해줄 수 있다 해도 기아로서는 무척이나 큰 힘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한기주의 선발 전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이라는 전제이지만 이런 상황은 기아 팀 전체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다가설 수밖에 없습니다. 나비효과처럼 한기주의 완벽한 선발 전환은 선발은 물론 불펜마저 튼튼하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마운드가 탄탄해지면 자연스럽게 야수들이 편안하게 수비를 할 수 있고 편안한 수비를 하는 야수들은 타선에서도 좋은 타격을 보여줄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2011 기아를 이끌었던 이범호가 정상 컨디션을 찾아 클린업 트리오의 중심으로 맹활약을 해준다면 기아의 전력은 전반기 모습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막강한 삼성과 롯데가 갑자기 전력 하락이 오지 않는 한 두 팀의 한국 시리즈 대결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단기전은 수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기에 쉽게 예측은 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중심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진 SK지만 탄탄한 불펜과 노장 선수들의 투혼으로 극적인 한국 시리즈 우승을 할 것이란 예측 역시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정규 시즌에서 완벽한 모습으로 삼성이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가을 야구는 어떤 정신력으로 경기에 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을 야구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이겠지요.

과연 위기의 기아가 한기주라는 마지막 승부수가 멋지게 맞아 떨어지며 새로운 반격을 시작할 수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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