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지상욱(전 대변인)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한다. 기라성같은 후보들을 두고 지상욱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의 아내가 배우 심은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언론은 심은하가 남편의 선거유세에 나설 것인지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기사를 쏟아낸다. 과연 심은하는 지상욱의 선거유세때 모습을 드러낼까? 섣부른 판단일지 몰라도 그녀의 지금까지의 행보로 볼 때 절대 선거유세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 그녀는 나서지 않는 걸까?

배우 심은하는 지난 2001년 초 갑자기 은퇴를 선언한 후 지상욱과 2005년 결혼했다. 그 이후 방송 등 공개석상에서 심은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녀는 배우 심은하가 아니라 지상욱의 아내로 10년 이상 은둔하다시피 살아왔다. 그녀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녀가 방송에 다시 나와 주길 바라지만, 심은하는 공식 석상조차 얼굴을 드러내길 꺼려 해왔다.

지금까지의 행보로 볼 때 심은하는 방송이나 정치보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남편 지상욱의 아내로서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결혼한 여느 배우처럼 심은하도 진작 컴백했을 것이다. 그녀는 지상욱이 지난해 서울시장에 출마하려고 할 때도 극구 말렸다고 한다. 남편이 선거에 출마하면 아내로서 적극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럴 위인(?)이 못되기 때문이다. 심은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상욱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2% 남짓한 득표율로 낙선하고 말았다. 사전 지지율로 볼 때 낙선은 예상된 일이었는지 모른다.

당시 서울시장에 출마한 오세훈, 한명숙보다 초반에 언론의 관심을 더 받았던 심은하는 남편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잠깐 얼굴을 비춘 걸 빼고는 일체 선거유세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상욱은 아내의 도움 없이 혼자 선거유세를 했다. 선거기간 동안 지상욱은 목이 쉴 정도로 다니며 연설을 하며 한 표를 호소했는데도 심은하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상욱은 최고의 여배우를 둔 선거 프리미엄이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아내가 너무 유명해 정치인 지상욱에 대한 관심을 빼앗아버려 손해를 봤을 지도 모른다. 지상욱에게 아내 심은하는 정치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남편이 출마했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심은하는 얼마나 미안하고 답답했겠는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심은하가 남편을 적극 지원했다면 2%보다는 더 많은 표를 얻었을지 모른다. 심은하가 나섰다 해도 당선이 어려웠던 걸 감안하면, 그녀가 나서지 않은 게 오히려 잘한 일인지 모른다. 만약 그녀가 선거유세에 나섰다면 오히려 비난과 욕을 먹었을지 모른다. 과거 스타성을 이용해 선거 한다고 말이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심은하가 참 잘한 일이다.

그렇다면 심은하는 이번 선거에서도 유세지원을 하지 않을까? 그녀가 남편 선거유세를 지원하다고 거리로 나선다면 정치판이 아니라 연예판이 될 것이다. 정치부기자들보다 연예부기자들이 진을 치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할 것이다. 지난해 남편의 출마선언 당시, 기자들의 관심은 심은하의 ‘청담동 며느리룩’이었다. 정치인 지상욱이 배우 심은하에게 묻혀 가십거리 기사들만 난무할 게 뻔하다. 이렇게 되면 지상욱이 내놓는 서울시장으로서의 비젼과 정책은 심은하에게 묻혀 버릴 수도 있다. 도움을 준다는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거다.

이번에도 심은하는 정치인 아내도 아니요, 배우 심은하도 아닌 평범한 가정주부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언론이 나서서 '심은하 선거 유세지원할까?' 라는 추측성 기사를 써대도 그녀는 그저 남편의 성공을 기원하는 평범한 아내로 살아가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정치인 아내라고 해서 선거지원을 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심은하가 이번에도 선거 유세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런 점이 지상욱에게 호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선거는 출마한 남편의 유세장에 부인이나 가족이 나와 지원을 하 는게 보편화됐지만, 심은하가 이런 관례를 깬다면 오히려 깨끗한 선거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도 이런 점 때문에 심은하가 굳이 선거지원에 나서지 않는다 해도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 주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지상욱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내 심은하가 인지도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아내는 가정에 충실하고, 자기 힘으로 선거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과거의 톱스타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가는 심은하가 이번 선거에서도 유세지원을 하진 않을 것 같다. 심은하 남편 지상욱보다 정치인 지상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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