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1도 1국'에서 제외되고 있는 충청남도에 '충남방송총국'을 설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불거졌다. 1일 전경련 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시을),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군예산군) 주최로 'KBS 충남방송국 설립방안과 추진전략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KBS는 2011년 내포신도시에 2만 925㎡, 120억 원 규모의 충남방송국 건립 부지를 확보하고, 2015년 잔금 납부를 마쳤다. 그러나 2016년 KBS는 충남방송국 설계 예산 4억원을 경영난을 이유로 삭감했다.

KBS는 전국 9개 주요도시에 방송총국, 9개 지역에 방송국을 두고 있다. 충청 권역의 경우 대전방송총국, 청주방송총국, 충주방송국을 운영 중이다. KBS가 경영혁신 방안으로 지역국 통폐합과 기능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충남지역 시민들은 전국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충남지역에 KBS 방송국이 없다며 방송국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조승래 의원(대전 유성구갑)은 "2018년 말 기준 충남지역 10개시 시·군에서 KBS에 내고 있는 수신료는 262억 원에 달한다"며 "충남도민들은 수백억의 수신료를 납부하면서도 지역방송국이 없어 각종 재해·재난 시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의도 KBS 사옥(KBS)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KBS 대전방송총국에서 대전·세종과 충남을 묶어서 지역방송을 하고 있지만, 충남과 대전·세종은 생활권도 다르고 지역 정체성도 다르다"며 "충남지역 주민들은 아침, 저녁으로 방송되는 지역뉴스에서조차도 자신들의 생활과 무관한 내륙도시지역인 대전·세종 뉴스를 접해야 한다. 뉴스만이 아니라 지역방송의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지난달 18일 KBS 대전방송총국 지역뉴스를 예로 들었다. 전기차, 코로나19, 대전 트램노선 논란, 중소기업벤처부 이전 여부, 대전 아파트 택배차량 통행 등 지역 뉴스가 아니거나 대전지역에 한정된 뉴스가 대부분이었다는 지적이다. 충남지역 뉴스로는 해양사고, 충남지역 행복주택 등 2건의 뉴스만 보도됐다.

하 대표는 "하루의 예만 보더라도 충남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생활권과 무관한 뉴스들을 절반 이상 접하게 된다"며 "반면 같은 날 KBS 청주방송총국 뉴스는 7건 모두 충청북도 지역 뉴스였다. 충남지역 시청자들은 충남지역에 관해서 접할 수 있는 뉴스의 절대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KBS 대전방송총국이 제작하는 시사토론프로그램 <생생토론>의 토론주제 선정에서도 이와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10월 이후 토론주제는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쾌거, 무엇이 달라지나'(10월 9일), '공공의료 첨병, 대전의료원 가능성은'(10월 16일), '중기부이전 현실화, 탈대전 막을 방안은'(10월 30일), '대전 트램건설, 어디까지 왔나'(11월 6일), '코로나 수능 D-20, 막바지 성공전략은'(11월 13일) 등이다. 하 대표는 "수능시험을 다룬 11월 13일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전지역 현안"이라고 밝혔다.

하 대표는 "충남도민들은 엑세스권(Right of access to mass media)으로 논의되는 언론매체접근권도 제약받는다. 지역 방송국이 없으면 지역주민들이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에 방송에 제보를 하거나 보도를 요청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면서 "지역 민주주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충남지역에 공영지상파방송국 하나 없기 때문에, 언론이 수행해야 할 지역내부의 정치·행정에 대한 감시기능도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하 대표는 충남방송총국의 건립이 KBS 수신료 인상 추진에 명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 대표는 "충남방송총국을 설치하고 지역에 필수적인 방송서비스를 제공해 나간다면 이후 KBS가 경영개선을 위해 추진하려고 하는 여러 일들을 추진하는데에도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하 대표는 "예컨대 지금처럼 일부 지역을 사실상 차별하는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신료를 인상해달라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당장 지역뉴스조차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충남지역 시청자들에게 시청료 인상이 어떻게 다가오겠는가. 국가기간방송을 표방하는 KBS가 단기적인 회계수치에 얽매여서 근본을 잃어버린다면, 그것만큼 크게 잃어버리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대표는 가칭 'KBS 충남방송총국 설립을 위한 방·민·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하 대표는 "재원마련방안 등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고 해법을 찾아나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 협의체에서는 KBS에서 책임있는 주체가 참여하고, 충청남도, 충남도의회, 충남지역의 민·관과 함께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1일 전경련 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시을),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군예산군) 주최로 열린 'KBS 충남방송국 설립방안과 추진전략 모색' 토론회 (사진=홍문표 의원실)

박노찬 충남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충남도민들이 KBS 방송총국 설립 요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방송국이라는 기관 하나를 유치하자는 편협한 지역이기주의적 발상이 아니라, 충남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그동안 수도권 중심발전전략으로 인해 상실된 지역의 자주성을 되찾고 풀뿌리민주주의라고 하는 지방자치의 완성을 이루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박 사무처장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6번째 면적,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광역지자체 중 인구 4위, 수신료 납부실적이 3위인 충남이 아직까지도 충남도와 상관없는 지역 뉴스를 강제로 들어야 하고, 긴급재난방송마저 제 때 접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앞에서 과연 충남도민들이 가만히 있어야 하냐"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전 KBS 이사)는 "국민의 알 권리는 개인의 수준까지 구현되어야 한다"며 "지역성은 국민 알 권리 실현에 중요한 고리다. 지역성 강화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공영방송, 특히 KBS의 지역성 구현은 KBS의 책무"라며 "이사회 구성에서 시청자위원회, 편성에 이르기까지 지역성을 구현할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지역성을 반영할 KBS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김 교수는 KBS 충남방송총국 설치에 있어 당위성은 존재하지만 KBS 자원의 한계 등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지역성 구현의 방법이 지역 거점 확보인가, 지역성의 반영인가. 대전·세종과 충남의 차이와 대전·세종과 충남의 연관성 중 어떤 것이 더 큰가"라며 "대전·세종과 충남은 일종의 광역화가 이루어진 셈이라는 점에서 출발해 해법을 찾아보는 것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실적인 해법 중 하나로 방송국 설치가 아닌 취재보도제작센터 구축을 통한 지역성 구현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대전총국이 취재보도제작에서 대전·세종·충남을 제대로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며 "디지털 제작 시스템의 발전은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가능하게 한다. 본사 보도국의 디지털 스튜디오는 충분한 참고 지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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