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시청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꾸준하게 이어졌다. 그러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하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는 하는 분위기에서 JTBC가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런데 <싱어게인>이 3회 만에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 프로그램은 오디션 모든 치트키를 다 동원했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려는 이들이나 무명인이 모두 나와 도전한다는 설정 자체가 포괄적인 사랑을 받게 한다.

전혀 알 수 없는 무명인과 유명한 이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오디션이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축구에서 FA컵을 치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래를 다시 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도전할 수 있는 무대라는 사실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싱어게인>

3회 가장 주목을 받은 출연자는 레이디스코드의 소정이었다. 이 오디션에 출연하는 모든 이들은 이름이 아닌 번호로 대체한다. 말 그대로 이름이 밝혀지는 순간은 탈락할 때 외에는 없다. 마지막까지 가게 된다면 이름보다는 번호로 불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정은 11호 도전자다.

지난주 방송에서 <슈가맨> 조의 33호 가수가 화제를 모았다. 노래만 들어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가수 유미다.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사실 오디션에 나와서는 안 된다. 말 그대로 반칙이니 말이다.

사실 그 이유로 합격 보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노래는 누가 봐도 최고였지만, 왜 올 어게인이 아닌 보류가 됐을까? 유희열 심사위원장의 발언이 답이었다. 완성형 가수인데 왜 오디션에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탈락한 쏘냐와 유사한 상황이기도 했다. 뮤지컬 스타인 쏘냐의 등장은 화제일 수밖에 없었다. 유미 역시 그만한 존재감을 가진 가수이기도 하다. 노래는 잘하지만 그 능력만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유미로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었을 수도 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싱어게인>

이선희가 선배로서 유미에게 했던 발언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자신도 경험했고, 겪어왔던 보컬리스트로서의 과도기를 경험하고 있다는 지적 말이다. 데뷔 이후의 자신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뛰어넘을지가 관건이라는 이선희의 지적이 답이었다.

올 어게인을 받은 출연자 중에는 정말 무명인 이들이 많다. 밴드 생활을 했던 이들이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수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겨운 오디션에 다시 빠져드는 이유 역시 이 부분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오디션에 참가해왔던 이들이 재도전하고, 과거 그룹 활동을 했던 이들도 도전자로 나섰다. 그리고 열심히 음악 활동을 했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이들도 무명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했다. OST로만 알려진 이들 역시 도전자로 나섰다.

그 어떤 오디션에서도 볼 수 없는 이 다채로움이 바로 <싱어게인>의 강점이다. 레이디스코드 소정이 선택한 임재범의 '비상'은 어쩌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준 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싱어게인>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오히려 죄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시선은 그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동정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순간, 순수한 의미의 가수로서 활동은 어렵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런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참가한 소정의 노래는 그래서 특별했다.

모두를 울릴 수밖에 없는 힘은 단순히 노래만으로는 힘들다. 하지만 소정이 선택한 이 곡은 그의 현재와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 실제 소정은 오디션 출신으로 이미 노래로는 정평이 나 있었다. 그렇게 걸그룹으로 데뷔해서 화제를 모으던 시점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두 명의 멤버가 먼저 떠난 후 남은 셋은 그대로 레이디스코드로 활동해왔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지금까지도 약을 먹어야만 할 정도.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고통을 함께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 안타깝기도 했다. 무대에서 웃는 것조차 불안한 그들의 모습은 소정이 이 오디션에 나선 이유이기도 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싱어게인>

비상을 위해 몸부림을 치는 듯 혼신을 다해 부른 소정의 노래는 심사위원들을 감동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웃어도 된다는 이선희의 말은 단순히 보이지만 강렬하고 묵직하게 다가왔을 듯하다. 대선배의 이 묵직한 응원은 소정이나 레이디스코드 멤버들 모두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싱어게인>의 성공 요인은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점이다. 누구라도 원한다면 참가해 자신을 평가받을 수 있는 무대. 앨범을 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활동을 했기 때문에 오디션에 참가조차 못하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누구라도 도전할 수 있는 무대가 주어졌다는 것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우리 사회는 한 번 쓰러지면 다시는 일어서기 어려운 구조다. 쓰러져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무대가 주어지고, 기회가 존재한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JTBC <싱어게인>은 대중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이를 오디션으로 만들었다. 그게 성공 요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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