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탈락이 확정된 LG에 있어 잔여 경기의 승패와 페넌트 레이스 순위는 무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혹사당한 투수들을 무리시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다고 경기에 투입된 선수들까지 본헤드 플레이와 실책을 범해도 상관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프로 선수라면 연봉과 직결되는 개인 기록 때문뿐만 아니라 관중석에서 혹은 TV를 통해 관전하고 있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 LG 선수들은 과연 프로답게 최선을 다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1회말 1사 2루에서 이양기의 빗맞은 타구가 선발 주키치의 글러브에 맞으며 적시 2루타로 둔갑한 것은 불운이었지만 승부를 가른 4회말의 1실점은 한마디로 프로답지 못한 얼빠진 플레이의 연속이었습니다.

▲ LG 이진영이 3회초 1사1루에서 이택근의 내야 땅볼 때 2루에서 아웃되고 있다.ⓒ연합뉴스
4회말 1사 후 오재필의 타구는 2루수 백창수와 우익수 이진영이 서로 미루다 2루타가 되었는데 경험이 일천한 백창수보다는 ‘국민 우익수’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이진영이 적극적으로 콜하며 잡는 것이 바람직했습니다. 머리 위로 타구가 넘어가는 백창수에 비해 달려오는 앞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이진영이 처리하기에도 수월했습니다. 물론 백창수가 일찌감치 포기하고 이진영에게 맡기지 않은 것도 잘못이지만 이진영이 콜을 하지 않은 잘못이 더 큽니다. 최근 10년 간 타격에 있어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진영인데 수비 범위나 장점이었던 강력한 송구 능력마저 녹스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만 31세의 이진영에게 벌써 노쇠기가 찾아온 것인지 우려스럽습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오재필이 3루 도루를 시도할 때 3루수 정성훈이 2개의 실책성 수비를 동시에 범했다는 것입니다. 마운드에 좌투수가 있는 만큼 2루 주자의 3루 도루 가능성을 더욱 높게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정성훈이 오재필이 3루를 파고들 때 아예 커버조차 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잘못입니다. 만일 정성훈이 정상적으로 3루에 커버했다면 오재필은 아웃되며 2사에 주자 없는 상황이 되었을 것입니다.

야구에서 항상 중요한 것은 넥스트 플레이입니다. 즉 실책이나 실책성 수비를 범했을 때 연쇄 실책으로 추가 진루를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성훈은 포수 조인성의 송구를 포구하지 못해 빠뜨리는 바람에 오재필의 득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두 번째 잘못을 범했습니다. 3루 베이스에 들어가지 않았어도 정성훈이 조인성의 송구를 제대로 포구했다면 오재필의 득점은 막을 수도 있었습니다. 기록상으로는 조인성의 송구 실책으로 남았으나 정성훈은 하나의 수비에서 동시에 두 가지 잘못을 범했고 LG는 정성훈의 본헤드 플레이로 내준 3점째를 극복하지 못해 패했습니다.

LG 타선은 류현진을 상대로 6이닝 동안 7안타 2득점에 그치며 류현진에게 전구단 상대 승리 투수의 훈장을 달아줬습니다. 부상과 재활을 거쳐 2군에서 올라온 류현진의 구속과 구위, 제구 모두 전성기에 비해 확실히 떨어져 있었으며 투구수도 100개 이상 가져갈 수 없었지만 LG 타선은 류현진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 실패했습니다. 아니, 약점을 파고들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구속도 150km/h에 육박하지 못하며 스트라이크와 볼이 확연하게 구분되었지만 두 번이나 풀 카운트 승부를 했던 백창수와 2개의 파울볼을 만들어 내며 6구 승부 끝에 적시 3루타를 터뜨린 정병곤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성급하게 승부해 류현진의 투구 이닝을 벌어주며 승리를 헌납했습니다.

▲ 역투하는 류현진 ⓒ연합뉴스
더욱 어처구니없었던 것은 마일영과 박정진을 상대로 3이닝 동안 단 한 명도 출루하지 못하며 7회초, 8회초, 그리고 9회초 모두 얌전하게 3자 범퇴로 물러났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마일영과 박정진이 출루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였는지 의문입니다.

특히 5번 타자로 출장한 이병규의 부진이 아쉬웠습니다. 1회초 2사 1루, 3회초 2사 1, 3루, 6회초 1사 2루에서 이병규는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4타수 무안타에 그쳤습니다. 올 시즌 집단 슬럼프에 빠진 LG 타자들 중에서 유독 발군의 기록을 남기고 있으며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최고참 이병규의 활약과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적시타를 터뜨리거나 타점을 올려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클러치 능력은 시즌 초반과 달리 중반 이후에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허전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백창수의 끈질긴 모습과 정병곤의 호수비 및 데뷔 첫 장타이자 타점은 주전 선수들의 부진 및 본헤드 플레이와 강하게 대조되었습니다. 남은 경기에서는 열심히 뛰고자 하는 동기 의식을 지닌 신진급 선수들을 대폭 기용하는 것이 처참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시즌 끝까지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과 내년 시즌을 위해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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