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이 9회 마운드에 올라 두산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포효하는 모습으로 2011 한국프로야구 우승팀이 결정 났습니다. 삼성이 5년 만에 정규 시즌 우승을 달성하며 한국시리즈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전력으로는 삼성의 우승이 당연해 보이기에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은 삼성으로서는 행복한 한 해로 기억될 듯합니다.

정규 시즌 우승한 삼성, 한국 시리즈까지 잡을 수 있을까?

현재 전력으로 보면 삼성의 한국 시리즈 우승은 당연해 보입니다. 부상에 따른 전력 누수가 상대 팀에 비해 적고 백업 멤버들의 활약이 주전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최상의 조건에서 상대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기에 그들의 우승 가능성은 그 어느 해보다 높습니다.

올 시즌 삼성에 대한 전망은 4위권이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수장이 바뀌며 전력이 완벽하게 꽃 피울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한편에 남아 있었기에 그들의 우승은 이변에 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두산과 롯데가 초반 저력을 보이며 선전했지만 이내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빅 4는 쉽게 결정되었습니다.

▲ 27일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에서 삼성이 5:3 승리를 거두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후 선수단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년 우승 후보로 불리던 SK가 수장이 경질되며 위기에 빠졌고,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2위 싸움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그 전력이 어디 가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김성근 전 감독이 시즌 시작과 함께 올 시즌 우승은 힘들다고 자조적으로 이야기했듯 세대교체가 늦어지며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여기에 에이스 김광현이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고 있었기에 내색할 수 없었던 김 감독으로서는 2011 시즌이 무척이나 힘겨운 대결이 될 수밖에 없겠다는 예측을 하고 있었겠지요. 결과적으로 SK는 최근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며 세대교체가 절실한 팀이 되었습니다.

물론 주축 선수들의 줄 부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기 힘든 상황에서, 이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저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증명되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롯데와 함께 2위 싸움을 하고 있는 SK는 여전히 강력한 한국 시리즈 우승 후보 팀이기도 합니다.

강력한 불펜이 있고, 우승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포진해 있는 SK는 단기전에서 정규 시즌과는 다른 전력으로 저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단기전을 통해 우승 경험을 해 본 팀은 그렇지 않은 팀과는 달리, 위급 상황에서 저력을 드러내고는 합니다. 다른 팀들과 달리, 최근 우승 경험이 많은 SK로서는 포스트 시즌에 큰 기대를 할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후반기 최고의 팀이라 불러도 좋을 롯데의 상승세 역시 대단합니다. 여전히 SK와 마지막 한 장의 티켓이 남은 2위 싸움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들은 삼성과 마찬가지로 투타의 조화가 완벽에 가깝게 갖춰진 팀입니다. 시즌 시작은 위태롭게 이어졌지만 삼성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감독 체제가 팀에 녹아들어가기 시작한 중반을 넘어서며 저력은 현실로 드러났습니다.

8개 팀 중 최고의 타선을 구축하고 있는 롯데에게 부족했던 불펜은 후반기 들어 무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였고, 이런 투타의 조화는 자연스럽게 6위에서 2위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저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와 함께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 이대호가 버티고 있는 롯데는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입니다.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하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던 기아는 투타가 무너지며 허무한 결과를 내고 말았습니다. 시즌 4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나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는 소식에 반가워해야 할 정도로 후반기 성적은 최악이었습니다.

윤석민과 서재응을 제외하고는 선발이 모두 무너진 상황에서 불펜마저 끝내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우승과는 가장 멀리 떨어진 팀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범호가 빠진 타선은 좀처럼 점수를 내기 힘든 팀으로 전락했고 투타 밸런스가 무너진 기아로서는 정규 시즌이 끝나고 곧바로 치러지는 포스트 시즌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최악의 상황입니다.

▲ 삼성 우승 이끈 오승환의 역투 ⓒ연합뉴스
두산과의 잠실 경기에서 5-3 역전승을 거두며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삼성의 저력은 무엇이었을까요? 누구나 떠올리듯 대한민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과 올 시즌 완벽한 4번 타자로 거듭난 최형우의 존재감은 삼성이 우승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최고 수훈 선수들입니다.

투타 조화뿐 아니라 신구 조화마저 완벽하게 들어맞으며 흔들림 없이 꾸준하게 경기력을 이어나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4월 시작과 함께 찾아온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거치기는 했지만, 이후 꾸준한 실력으로 큰 변동 없이 저력을 과시했다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삼성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삼성 우승의 일등공신은 올 시즌 첫 감독으로 부임한 류중일 감독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파란 피가 흐르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삼성맨인 그가 선수를 거치고 코치를 역임하고 감독의 자리에 오른 첫 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이자 당연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 누구보다 삼성 라이온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류중일 감독으로서는 선수와 프런트 모두를 아우르며 불편과 불만 없이 팀을 이끌 수 있었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실력과 문제들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그런 선수들을 하나로 모아 강력한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는 것이 이번 우승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수많은 명장들의 노하우를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든 류중일 감독은 투타 밸런스를 완벽하게 맞추며 5년 만에 삼성을 정규 시즌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이런 장점은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한국 시리즈에서도 그대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승을 확정지은 후 맞춤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그들로서는 유리한 고지에서 준비하면 되기에 우승 가능성 역시 높은 게 사실이지요. 현재의 전력상 삼성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팀은 롯데입니다. 삼성으로서는 부상자가 많은 SK나 기아를 바라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롯데가 한국 시리즈 상대로 올라서게 되면 의외의 접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흥미로울 듯합니다.

타격에서는 롯데가 조금 앞서고 불펜의 힘은 삼성이 앞서는 전력에서 두 신인 감독들이 마지막 우승을 위해 벌이는 한국 시리즈는 다양한 의미들을 담아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야구 공은 둥글고 멘탈 경기에서 어떤 변수가 예측을 허무하게 만들지 알 수 없습니다.

4, 5위 전력으로 예상되었던 삼성이 완벽한 모습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2~4위 팀 모두 한국 시리즈 우승에 대한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최종 우승자가 될지 알 수 없지만 2011 시즌은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전이었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5년 만에 완벽한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의 저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투타를 완벽하게 만들어낸 벤치와 프런트의 노력이 삼성을 최고의 팀으로 만든 중요한 원동력이 되겠지요. 정규 시즌을 기분 좋게 우승으로 끝낸 삼성이 한국 시리즈까지 차지하며 다시 한 번 삼성 라이온즈의 전성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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