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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은 추-윤 '동반사퇴'로?[김민하 칼럼] 정세균 총리 제안과 검찰 향한 대통령의 공개 경고, 무엇을 의미하나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20.12.01 10:09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정세균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동반 사퇴를 얘기했다는데, 혼란은 여전하다. 이 직후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의 메시지는 검찰 조직을 향한 경고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속 부서 이익이 아닌 공동체 이익을 받들어야 한다”면서 “개혁은 낡은 것과의 과감한 결별”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공직사회를 향한 원론적 발언이라고 주장했으나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걸 볼 때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에 반발하는 검찰 조직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상황은 심각해보인다. 언론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이 추미애 장관을 향해 읍소하듯 올린 글에 주목했다. 이 정권의 ‘검찰개혁’에 코드를 맞춰오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옷을 벗게 되면 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사 중 한 명이 낸 메시지라는 점에서다. 실제 검찰 조직의 반발은 전면적 수준이다. 법무부 소속 검사들까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검찰 조직을 임시로라도 대표하는 인사가 외면하기는 곤란했을 거라는 해석이다.

이런 현실은 이 정권이 주장해온 ‘검찰개혁’에 정당성이 실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걸 방증한다. 그동안 추미애 장관을 비롯한 정부 여당 인사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를 개혁 대상으로 거론하며 특수부 출신의 소수 엘리트가 아닌 형사부 공판부 소속의 다수 검사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검찰개혁’이라는 논리를 앞세워왔다. 검찰 조직의 동의를 얻기 위해 개혁 대상을 일부에만 국한해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가 다소 부실한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검찰개혁’은 검찰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아닌 ‘정치적 독립성 훼손’에 가깝다는 시각이 만연하게 되었다. 검찰 조직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검찰개혁’은 지금보다도 더 심각한 혼란을 전제해야 완수할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점에서 보면 혼란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 벌어졌던 일들을 상기해보면, ‘그래서, 검찰이냐 아니냐’란 선택지가 최종적인 형태로 제시됐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을 선택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아 보인다. 참여정부의 경험을 회고하는 방식을 보면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참여정부 인사들은 당시 검찰개혁의 실패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었으나 그것은 순진한 생각에 불과했다”는 식으로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에서 정치검찰이 최악의 형태로 부활하게 된 것에 대해 “배가 물살을 가르고 지나간 것과 같았다”고 했다. 실수를 되풀이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7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그런데 정세균 총리가 ‘동반사퇴론’을 언급한 것은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어떤 파국을 예고한 것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했다는 말을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자진사퇴 필요성과 검찰 조직의 반발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이지만 있을 뿐 추미애 장관의 사퇴 또는 교체가 필요하다는 언급은 없다. 그러나 여러 조건을 맞춰보면 결국 추미애 장관의 거취를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금 상황대로라면 ‘끝까지 가겠다’는 분위기다. 직무배제 조치에 대하여 집행정지신청과 취소소송을 낸 데 이어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중징계가 확정되면 마찬가지의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입장표명을 하기 시작하면 검찰을 둘러싼 갈등은 끝을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 여당 입장에선 어떤 형태로든 조기에 정리해야 한다. 정세균 총리의 해법은 이 가능성을 만들자는 걸로 볼 수 있다. 어차피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일단락된다고 하면 다음의 정치적 스텝을 위해서라도 추미애 장관은 직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 조건을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문제를 풀고 공수처 출범 등의 검찰 문제는 연내에 마무리한 상태로 재보선이 예정된 내년을 산뜻하게 시작하자는 것 아니겠는가.

선거 등의 일정을 떠나서봐도 추미애 장관의 징계 청구는 ‘법적 논란’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상태인 검찰총장 징계를 문재인 대통령이 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부담이다. 이제와서 없던 일로 할 수도 없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정세균 총리의 제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총대를 멘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세균 총리의 제안에 대해 “고민이 많다”면서 명확한 답을 하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검찰 조직을 향해 경고를 한 것은 오히려 나름의 결심이 섰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신호로 볼 수도 있다. 모두가 문제의 당사자인 상황에서 한 쪽을 꾸짖는다는 것은 다른 쪽을 향한 조치를 예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구전략’을 찾았다 해도 평가는 냉정하게 해야 한다. 국정운영이 이런 난장판이 된 것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것에는 지금 벌어진 상황을 ‘검찰개혁’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인지, ‘검찰개혁’이란 것은 꼭 이런 방식으로 되어야만 하는 것인지, 이 문제에 있어서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러 개혁과제들에 대해 한국 사회를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이 명분이 정파적 이익과 충돌할 때에는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방식으로 여당의 ‘정치’를 용인해왔는데,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

이와 별개로 이번 일이 이 정권의 정치적 구심력이 유실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여당 지지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의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과 대권주자들의 유불리를 결부시키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내년에 진행될 여당 대표 선거와 대권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주목된다. 냉담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코미디를 보는 기분일 것이다. 굳이 논해야 한다면, 이런 코미디 같은 일들이야 말로 ‘정상’이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모래성 같은 지지율이라도 대권주자 빅3 중 하나로 꼽히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이유가 이런 게 아닌가? 돌아볼 일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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