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한겨레신문에 이어 경향신문도 ‘디지털 전환’ 전략을 세우기 위해 내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안호기 편집국장은 지난 12일 열린 독립언론실천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미래전략위원회가 매주 2회씩 모여 올해 연말까지 큰 그림을 그리고 그에 따른 세부TF를 만들어 내년 상반기까지 변화하는 조직으로 가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며 “목표는 디지털화”라고 밝혔다.

안 편집국장은 “현재 지면 중심으로 온라인을 병행하고 있지만 구성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한겨레가 만든 기획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중심으로 간다면 지금과는 다른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독립언론실천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1월 12일 본사 6층 편집국에서 안호기 편집국장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경향신문 노보 410호)

독실위와 국장단이 함께한 간담회는 ‘모바일팀’에 대한 고민 토로의 장이 됐다. 발단은 지난 3일 오전 사회에디터가 작성한 개그맨 박지선 사망 기사였다. 경향신문은 ‘디지털뉴스팀’ 바이라인으로 <개그맨 박지선 부검 안 해...모친 작성 추정 유서 “딸만 혼자 보낼 수 없어”>란 제목의 보도를 냈다가 한 시간여만에 <개그맨 박지선, 유족 뜻대로 부검 안 한다>로 제목과 내용 일부를 수정했다.

유서를 내용과 제목으로 사용한 기사에 “분명 유족이 유서 공개 안 한다고 했다는데 어째서 경향신문은 유서 내용을 기사화했죠? 대놓고 제목으로 둔 이유는 뭔가요. 클릭 유도하는 게 보도윤리를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가요?”라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사회에디터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등을 고려해 신중해야 했다”며 “앞으로는 가능한 제 바이라인으로 온라인 기사를 쓰겠다”며 사과했다. 이어 디지털뉴스편집장은 “기사 내용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실수가 있어서 사과드린다”면서 “다만 사회 에디터 혼자 비난받을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첫 사망 보도가 나온 이후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17시간 동안 후속 기사가 없어, 일손을 찾지 못한 사회에디터가 기사를 작성하다가 체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전에 기사가 비는 시간을 사회에디터가 채우는 게 맞냐는 질문에 사회에디터는 “아침에 올라온 기사가 없냐고 불평하는 독자가 있어서 그런 얘기를 들으면 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디지털뉴스편집장은 “출입처가 없는 모바일팀 기자들이 팩트체크를 하기 위해서는 담당 기자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데 사정상 연락이 빠르게 닿지 않으면 연합뉴스 등을 참고한다. 이는 경향신문이 나아갈 옳은 길은 아니라고 생각해 편집국장도 미래전략위원회에서 그런 부분을 고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바일팀 기자들의 고충은 취재 어려움에 국한되지 않았다. 독실위원은 “모바일팀 취재기자는 자괴감을 매일 느낀다”며 “매일 내 이름으로 기사를 써야 하는데 팩트체크에도 한계가 있다. 모바일팀은 기존 기사를 편집해 속보를 쓰는 부서인가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이어 “아침에 기사가 없는 문제는 우리가 지면체제라서 발생하는 문제로 온라인 유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안 하고 왔다”며 “모바일팀 기자가 출입했던 분야는 바로 쓸 수 있지만 모르는 분야는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모바일팀에는 현재 취재기자 7명이 속해있다. 모바일팀이 온라인 기사를 유통하는 곳인지 콘텐츠를 생산하는 곳인지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디지털뉴스편집장은 “모바일팀의 존재 의의는 취약시간대 기사 생산”이라며 “만약 모바일팀을 없앤다면 부서마다 한 명씩 나와서 속보 생산을 해줄 것이다. 미래전략위원회가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으니 기다리자”고 말했다.

모바일팀에서 페이지뷰(PV) 압박에 간혹 자극적인 기사를 생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제부 <러시아 여성 몸에서 길이 1.2m 뱀 꺼내…수면 중 입으로 들어간 듯> 등이다. 디지털뉴스편집장은 “제 자리에서 PV와 UV 압박을 상당히 많이 느낀다. 우리가 요새 많이 하향 추세이고 떨어지다보니...하지만 뱀 기사 등은 제 판단 미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편집장은 최근 기자협회보에서 나온 경향신문 순위를 언급하며 “클릭장사 등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흔들릴 때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PV는 지면 발행 부수처럼 신문의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쓰레기 기사를 많이 내면 안 되지만 아무리 좋은 기사가 나와도 독자들이 읽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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