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연예계는 주병진 복귀가 핫 이슈였다. 이미 '무릎팍도사'를 통해 복귀를 예고한 터라, 당연히 TV로 복귀하려나 했는데 뉴스를 보니 그게 아니다. 주병진이 윤도현의 '두시의 데이트'를 맡는다는 건데, 멀쩡히 DJ를 보던 윤도현은 주병진이 왔으니 비키라는 MBC 말 한마디에 쫓겨나는 꼴이 됐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다. 개그계의 신사라 불리며 한 때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주병진인데, 경위야 어찌되었든 간에 윤도현을 밀어내고 복귀하는 모양새가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주병진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두시의 데이트'를 통해 복귀하려는 건 동시간대 '컬투의 두 시 탈출'을 누르기 위한 것이란다. 오랜 만에 복귀하는 만큼 뭔가 보여주겠다는 계산인데, 컬투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물러설지도 만무하지만, 왜 '두데'를 통해 애꿎은 윤도현을 물러나게 했느냐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MBC와 주병진의 판단 착오로, 주병진은 복귀하자 마자 100만 안티를 두고 시작하는 느낌이다.
MBC는 이런 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고 있지만 윤도현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뿔난 윤도현이 서둘러 하차를 결심한 거다. 윤도현 입장에서 본다면 주병진에 비해 자신은 청취율 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알아서 물러나 달라는 MBC측이 야속했을 것이다. 이는 MBC측이 윤도현 자존심을 뭉개버린 것이다. 윤도현은 MBC측의 제안대로 다른 프로를 맡을 수도 있었으나 자존심을 굽히며 다른 프로를 맡느니 깨끗하게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그의 하차 심경을 담은 글을 읽어보니, 곳곳에 상처 입은 자존심이 묻어난다.
주병진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할 때 사람들은 그의 복귀를 고대했다. 7080세대들에게 주병진의 인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윤도현을 밀쳐내고 복귀하는 모양새는 아직까지 주병진을 기억해주는 많은 팬들을 떠나보내는 악수 중의 악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윤도현은 이른바 외압설로 방송에서 퇴출된 후 어려운 생활을 해왔다. 그 어려운 생활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준 게 MBC였다. 그런데 이제 필요 없다며 내치다니, 이건 윤도현 말대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뿐만 아니라 병 주고 약주는 꼴이다.
이는 '두시의 데이트'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그 여파가 TV까지 미칠 수 있다. 원래 MBC는 주병진에게 라디오프로에서 먼저 적응시킨 뒤, 강호동의 '무릎팍도사' 후속으로 새로운 토크쇼를 맡길 계획이었다. 가칭 '주병진쇼'인데, 주병진이 '두데'에서 뭔가 보여주지 못하고 '컬투'에 밀린다면 TV 복귀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다. MBC와 주병진의 꼼수가 오히려 최악의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주병진이 윤도현을 내치는 듯한 모양새가 참 아이러니하다. 주병진은 자의든 타의든 10여 년간 꽃뱀사건 등 각종 구설수에 시달려왔다. 이번에 모든 걸 훌훌 털고 방송에 복귀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복귀하자마자 또 구설수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사답지 못한 꼼수다.
무색의 소주처럼 차고 뜨거운 남자가 보는 TV속 세상 보기. 바보상자라는 TV를 거꾸로 보면 그 속에 숨어 있는 2인치 세상이 보입니다. http://kafuri.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