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했지만 결국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시아 클럽대항전이라는 큰 경기에 대한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한판이었습니다. 물론 간간이 나온 상대팀의 '침대 축구'가 아쉽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201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강호 알 이티하드에 1-3으로 져 부담을 안고 2차전을 치른 FC 서울이 결국 1-0 승리에 만족하고 1,2차전 합계 2-3으로 뒤지며 4강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서울은 2년 전에도 이 대회 8강까지 올랐지만 카타르 움 살랄의 벽을 넘지 못한 바 있었는데요. 또 다시 중동의 벽에 가로막혀 아시아 정상 정복 꿈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습니다.
2-0 또는 3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했던 만큼 서울은 분명히 부담을 안고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래서 경기 시작부터 공세를 퍼부었고, 알 이티하드는 수비 지역에 선수들이 최대한 밀집해 자리하며 서울 공격을 막아내려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서울은 여러 가지 시도는 돋보였어도 이렇다 할 결정적인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현재 K리그 득점 1위인 데얀 역시 부지런히 움직이기는 했지만 타이트하게 방어하는 알 이티하드의 수비진을 뚫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콜롬비아 특급' 몰리나의 왼발이 빛났습니다. 몰리나는 후반 39분, 아크 정면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그대로 알 이티하드의 골문을 가르며 선제골을 뽑아냈습니다. 한 골만 더 넣으면 자력으로 8강행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만큼 서울월드컵경기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선수들을 연호하는 관중, 서포터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서울은 잇달아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마치 A매치 토너먼트 이상의 열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한 골을 향한 서울의 노력은 이어졌지만 뒤집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알 이티하드는 선수 교체, 헐리우드 액션 등으로 시간을 최대한 벌었습니다. 추가 시간 막판, 알 이티하드 골 에어리어 오른쪽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이 있었지만 상대 수비에 가로막혔고, 결국 그대로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서울의 아시아 정상도전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1-0 승리는 거뒀지만 '패배 같은 승리'나 다름없었습니다. 선수들은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또다시 2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 목소리도 가라앉았고, 팬들도 아쉬워했습니다.
알 이티하드의 몇 차례 '침대 축구'가 아쉽기는 했어도 전체적으로 클럽 대항전이라는 열기를 느낄 수 있어서 인상 깊었던 매치였습니다. 서울 뿐 아니라 알 이티하드에서도 원정 서포터, 한국 내 거주 사우디인 등 상당수 팬들이 찾아 '중동 특유의 응원'을 펼쳤는데요. A매치 수준의 관중 숫자는 아니었어도 선수, 관중들이 보여준 월드컵 예선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는 그 이상의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대행은 꼭 올 시즌 K리그 3위 안에 들어 내년에도 AFC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서울의 패배는 아쉬웠지만 아시아 정상을 향한 도전 의지, 아시아 클럽 대항전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데 서울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모습에서는 새로운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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