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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같은 승리' 아쉬웠던 FC 서울 ACL 8강 현장 속으로[블로그와]김지한의 Sports Fever
김지한 | 승인 2011.09.28 12:00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했지만 결국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시아 클럽대항전이라는 큰 경기에 대한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한판이었습니다. 물론 간간이 나온 상대팀의 '침대 축구'가 아쉽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201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강호 알 이티하드에 1-3으로 져 부담을 안고 2차전을 치른 FC 서울이 결국 1-0 승리에 만족하고 1,2차전 합계 2-3으로 뒤지며 4강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서울은 2년 전에도 이 대회 8강까지 올랐지만 카타르 움 살랄의 벽을 넘지 못한 바 있었는데요. 또 다시 중동의 벽에 가로막혀 아시아 정상 정복 꿈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습니다.

2-0 또는 3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했던 만큼 서울은 분명히 부담을 안고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래서 경기 시작부터 공세를 퍼부었고, 알 이티하드는 수비 지역에 선수들이 최대한 밀집해 자리하며 서울 공격을 막아내려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서울은 여러 가지 시도는 돋보였어도 이렇다 할 결정적인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현재 K리그 득점 1위인 데얀 역시 부지런히 움직이기는 했지만 타이트하게 방어하는 알 이티하드의 수비진을 뚫지 못했습니다.

   
▲ 경기장에 입장한 FC 서울, 알 이티하드 선수들(좌) 세트피스, 측면 공격 등으로 기회를 만들었지만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했다.(우) (사진:김지한)
점수가 나오지 않자 서울은 더욱 초조해졌고, 공세는 줄기차게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알 이티하드의 경기 지연 행위, 속칭 '침대 축구'가 맥을 끊었습니다. 2년 전 카타르 움 살랄이 보여줬던 수준보다는 덜한 편이었지만 조금만 부딪혀도 넘어져 경기를 지연시킨 행위는 보는 사람을 짜증나게 했습니다. 중동에서 나름대로 알아주는 팀이라고 해도 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났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콜롬비아 특급' 몰리나의 왼발이 빛났습니다. 몰리나는 후반 39분, 아크 정면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그대로 알 이티하드의 골문을 가르며 선제골을 뽑아냈습니다. 한 골만 더 넣으면 자력으로 8강행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만큼 서울월드컵경기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습니다. 선수들을 연호하는 관중, 서포터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서울은 잇달아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마치 A매치 토너먼트 이상의 열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한 골을 향한 서울의 노력은 이어졌지만 뒤집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알 이티하드는 선수 교체, 헐리우드 액션 등으로 시간을 최대한 벌었습니다. 추가 시간 막판, 알 이티하드 골 에어리어 오른쪽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이 있었지만 상대 수비에 가로막혔고, 결국 그대로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서울의 아시아 정상도전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1-0 승리는 거뒀지만 '패배 같은 승리'나 다름없었습니다. 선수들은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또다시 2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 목소리도 가라앉았고, 팬들도 아쉬워했습니다.

   
▲ 열띤 응원을 펼친 FC 서울 서포터 수호신, 그리고 알 이티하드 응원단 (사진:김지한)
그래도 최선을 다한 서울 선수들에 서포터들은 더욱 소리 높여 응원을 펼쳤습니다. 골을 넣은 몰리나, 무실점 경기를 펼친 김용대, 탄탄한 수비 능력을 과시한 아디의 이름을 목청껏 외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아쉽게 8강에서 멈춰서야 했지만 또 다른 기회가 있기에 서울 팬들은 다음을 기약하면서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했던 서울 선수들을 격려했습니다. 그렇게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AFC 챔피언스리그는 끝났습니다.

알 이티하드의 몇 차례 '침대 축구'가 아쉽기는 했어도 전체적으로 클럽 대항전이라는 열기를 느낄 수 있어서 인상 깊었던 매치였습니다. 서울 뿐 아니라 알 이티하드에서도 원정 서포터, 한국 내 거주 사우디인 등 상당수 팬들이 찾아 '중동 특유의 응원'을 펼쳤는데요. A매치 수준의 관중 숫자는 아니었어도 선수, 관중들이 보여준 월드컵 예선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는 그 이상의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대행은 꼭 올 시즌 K리그 3위 안에 들어 내년에도 AFC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서울의 패배는 아쉬웠지만 아시아 정상을 향한 도전 의지, 아시아 클럽 대항전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데 서울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모습에서는 새로운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판이었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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